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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 케냐 루타카 (Kenya Ruthaka) 500g
입수일 : 2014. 5. 17.
출처 : 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
저의 서른세 번째 커피는 케냐 루타카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이 날 단짝은 저에게 킹콩과 드립필터를 사 주었고, 저는 커피를 샀습니다.
일곱 달 만에 구입한 케냐 원두입니다. 코스타리카, 탄자니아, 케냐 모두 주요 커피 산지로 꼽을 수 있는데 어쩌다 보니 이 원두들은 딱 한 번 사 마시고 다시 안 샀네요. 다들 괜찮은 원두들이었기 때문에 조만간 한 번씩은 더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테라로사 킹콩으로 케냐 루타카가 올라온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테라로사라면 케냐를 강배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마일드하게 볶은 양질의 케냐는 제가 언제나 꿈꾸던 원두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케냐 하면 헙@ㅁ@! 아니겠습니까?(…) 작년의 케냐는 저에게 쌉쌀하고 산미가 강한 풀바디의 강렬한 커피라는 인상을 남겼지만, 이번 케냐 루타카는 에티오피아 커피라고 해도 믿을 만큼 부드러웠습니다. 나라 단위로 묶게 마련인 산지별 커피 특성을 참고하는 버릇을 슬슬 버릴 때가 되었나 봅니다.
쓴맛이 거의 없고 바디는 가벼운 편에 속합니다. 산미는 명확하지만 찌르르하거나 톡 쏘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부드러운, 마일드한 커피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과일의 맛과 향입니다. '상큼하고 가볍다'는 표현 외에는 딱히 고를 만한 말이 없군요. 진짜 과일을 갈아서 마실 때 혀에 걸리는 느낌도 없고, 망고주스를 마실 때의 왠지 느끼하고 끈끈한 듯한 느낌도 없습니다. 마치 베보자기로 과육을 걸러낸 오렌지 주스나 그레이프프루트 주스를 조금 커피에 섞은 것처럼 '진짜 과일을 갈아 만든 것 같지는 않지만 산미와 향이 있어 상큼한, 그리고 끈끈하지 않고 느끼하지 않아서 가벼운'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케냐 루타카는 따뜻하게 마셔도 매력적이지만, 이 과일의 맛과 향 그리고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 덕분에 시원하게 해서 마시기에 아주 좋은 커피입니다. 차게 하면 산미가 잘 느껴지지 않아 산미를 중요시하는 저로서는 '커피 맛이 죽었다, 단순해졌다, 재미가 없다'는 평을 내리게 마련인데, 이 커피는 차게 해서 마실 때에도 과일의 맛과 향이 살아 있고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이 찬 온도와 아주 잘 어울려서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맛이 납니다. 달콤한 뒷맛과 고소한 맛과 향도 느껴져서 좋고요.
아주 만족스러운 원두입니다. 이걸 모두 마시면 다음 달의 킹콩이 나와 있겠지요. 다들 그렇게 테라로사로 가게 되는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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