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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1. 환경호르몬의 학술적 표현은 '내분비계장애물질'입니다. 본문에서는 일괄적으로 내분비계장애물질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문구 등을 인용할 때는 예외로 하였습니다)


 2. 본문에 내분비계장애물질이라 언급된 물질 중에는 내분비계장애의심물질도 섞여있음을 밝힙니다.


 3. 이 글은 작성시점인 2014년 1월에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제가 미처 찾아보지 못한 자료나 이후의 연구결과에 의해 수정될 수 있는(또는 수정되어야 할)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의 내용은 참고사항으로 보아 주시고, 궁금한 점이 있거나 확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식약처나 그 외 신뢰할 수 있는 전문기관 및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4. 이 글에는 '식약처'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식약청의 오타가 아닙니다. 작성시점 현재 해당 부처의 명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입니다.




 일상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겠지만, 커피생활을 하면서 플라스틱을 멀리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경우는 플라스틱으로 된 텀블러,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비닐백,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다시백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분비계장애물질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얼마 전 장을 보러 갔다가 "환경호르몬 불검출"이라느니, SF 무독성 인증 획득이라느니 써 놓은 비닐백 광고문구를 보고 과연 다른 비닐백은 안전할까 한참을 고민했고, 또 한참을 자료를 찾아야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라스틱이라고 다 내분비계장애물질 덩어리인 것은 아닙니다. 괜히 유리 제품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으로 모조리 바꾼다고 큰 돈 쓰지 마세요. 그 전에, 어떤 플라스틱이 안전한 지 확인해 보세요.


 2015년 6월 27일 추가 :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종류는 다양하며, BPA(비스페놀 A)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BPA Free"라는 문구가 "이 제품에는 환경호르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음"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또한 "환경호르몬 없음"이라는 문구 역시 "발암물질/발암의심물질 없음"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글을 작성하면서 BPA등의 몇몇 이행우려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재료를 '안전한' 플라스틱으로 분류하였으나, 이 '안전한' 플라스틱 중에 미처 생각지 않았던 내분비계장애물질이나 발암물질 또는 발암의심물질을 포함한 재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에서 '안전한' 플라스틱으로 분류한 것으로 만든 제품과 SAN, PC로 만든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플라스틱 재질 몇 가지를 늘어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PCT (트라이탄, 폴리시클로헥산디메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식약처><코메디>

 - PE (폴리에틸렌) <코메디>

 - PES (폴리에테르설폰) <식약처>

 - PET (페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코메디>

 - PP (폴리프로필렌) <식약처><코메디>


 위의 재료들이 왜 안전한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플라스틱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주 원인은 가소제입니다. 플라스틱 소재가 너무 딱딱하면 가공하기도 힘들고, 기껏 제품을 만들어도 탄력이 없어 깨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 플라스틱을 낭창낭창하게 만들어주는 게 가소제입니다. 가소제 중 특히 문제시되는 것이 BPA(비스페놀 A), DEHP, PBDE 정도입니다.


 따라서 위의 성분이 포함되면 내분비계장애물질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플라스틱, 위의 성분이 포함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폴리에틸렌(PE)은 가소제가 필요 없을 만큼 유연한 재료로 꼽힙니다(<세양폴리머>). 폴리프로필렌(PP)도 비슷한 이유로 유연한 재료로 꼽힙니다(<식약처> : PDF파일, Q5에 대한 답 참조). 가격 문제 때문에 안전한 가소제[각주:1] 대신 값싸고 유해한 가소제[각주:2]를 사용하는 제조자가 있을 수 있고 또 그걸 선택하는 사람[각주:3]도 있을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가소제가 필요 없는 재료에 쓸데없이(?) 가소제를 넣어 단가를 올리는 제조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대체로 안전하다는 평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페트'라고 불리는 PET, '트라이탄'으로 불리는 PCT의 풀네임은 각각 Polyethylene terephthalate, Polycyclohexylenedimethylene terephthalate입니다. 뒤에 붙은 테레프탈레이트에 프탈레이트라는 말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DEHP와 같은 '문제의 프탈레이트'와는 화학적으로 다른 성분이라고 합니다(<영문 위키>). '문제의 프탈레이트'가 아니니, PET나 PCT는 안전합니다.


 '문제의 프탈레이트'는 가소제로서 다른 플라스틱에 첨가되지만, 테레프탈레이트는 PET나 PCT를 구성하는 테레프탈레이트 중합체라는 차이점도 지적할 만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PCT가 PCT라는 성분명 대신 트라이탄이라는 상품명(?)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유에는, BPA를 소재로 사용하는(따라서 내분비계장애물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PC(폴리카보네이트)나, 내분비계장애물질으로 알려진 '문제의 프탈레이트'와 혼동되는 걸 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 앞에서 PC와 PCT의 차이를 설명하느니, PC라는 알파벳이 아예 안 들어간 '트라이탄'으로 광고를 하는 게 낫지요. (<포스팅> 전문을 보면, 저 사람도 '트라이탄'은 안전한 성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폴리에테르설폰(PES)은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이름인데, BPA를 포함하지 않은 물질이라고 하니 일단 이름은 올려놓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PE, PP재질의 비닐백이나 티백은 대체로 안심하고 쓸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대체로' 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일부 제조자가 여기서 문제시한 성분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을 첨가할 수도 있고, 현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성분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PE로 만들었으면서 "환경호르몬 불검출"이라는 문구까지 붙인 비닐백이 나온 걸 보면, 레토르트 식품 팔면서 "무방부제"를 너도나도 붙이던 때가 생각납니다.[각주:4] PE에는 가소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데도…


 PP나 PCT성분의 텀블러(또는 기타 용기)도 대체로 안심하고 쓸 수 있겠습니다. PET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식약처의 글을 훑어보면, PET에 뜨거운 물을 부어 흐물거릴 때에도 BPA같은 내분비계장애물질은 용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PES는 아직 젖병에만 쓰이는 것 같은데, 나중에 만나더라도 낯설어하지 않으면 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의심해 볼 만한' 플라스틱 소재 몇 가지입니다.


 - SAN (아크릴로니트릴스티렌, Acrylonitrile Styrene, Styrene Acrylonitrile)

 - PASF (폴리아릴설폰) <식약처>

 - PC (폴리카보네이트) <식약처><코메디>

 - PS (폴리스티렌) <EJnet>

 - PVC (폴리염화비닐) <한화케미칼>


 예전에는 대체로 안전한 물질로 분류했다가, 2015년 6월 27일에 글을 수정하며 '의심해 볼 만한' 플라스틱 소재로 자리를 옮긴 SAN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단 SAN에는 BPA가 없습니다. 하지만 SAN의 원료인 아크릴로니트릴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아크릴로니트릴'은 아크릴로니트릴 단량체(monomer)입니다. 잘 만든 SAN 플라스틱 제품에서는 아크릴로니트릴 단량체가 녹아나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안전할 수 있습니다. SAN재질의 물통을 사용한 브리타 정수기가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검사를 통과하였으므로 안전하다는 브리타 관계자의 <답변>을 참고할 만합니다(다만, NSF가 아크릴로니트릴까지 검사를 했는지는 저 글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군요). 아크릴로니트릴스티렌이 아닌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의 경우이기는 합니다만, ABS의 아크릴로니트릴 용출량은 독성참고치(RfD)의 0.0005%에 불과해 안전한 수준이라는 식약처의 2014년 검사 <결과> 또한 참고할 만합니다. 요컨대 SAN은 아크릴로니트릴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심해 볼 만하지만, 잘 만든 SAN 제품은 대체로 안전합니다.


 그 다음으로 문제삼을 만한 것이 폴리카보네이트(PC)입니다. PC는 BPA와 포스젠(또는 포스겐, COCl₂)을 반응시켜 만듭니다(<영문위키>). 원료가 끝내주죠? 하나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이고 다른 하나는 독가스 재료입니다. 하지만 '염산과 양잿물을 들이부어 만든' 산분해간장에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이 사실상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반응만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PC에는 BPA가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이론상으로는요. 다만 반응하지 않고 남아있는 BPA 또는/그리고 포스젠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PC는 제대로 만들어야만 안전합니다.


 일단 국내에 유통되는 PC 제품은 대체로 안전한 것 같습니다.


 - 2010년 식약청에서 실시한 국내 유통 PC 재질의 유아용 젖병 15건에 대한 BPA 용출 실태조사 결과, 모두 불검출이었음. <식약처>

 - 식약처는 PC 재질 용기라도 식품으로 옮겨지는 비스페놀A는 인체 안전기준치보다 훨씬 낮고, 섭취하더라도 금방 대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비스페놀A 용출 규격은 0.6ppm 이하로, 일본(2.5ppm)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코메디>


 이에 덧붙여, <식약처>에서는 PC재질의 젖병도 다음과 같이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 흠집이 있으면 새 것으로 교체한다. (흠집이 있으면 BPA 용출의 우려가 있다)

 - 매우 뜨거운(boiling or very hot) 물을 넣어 사용하지 않는다.


 요컨대 PC는 BPA와 포스젠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심해 볼 만하지만, 잘 만든 PC 제품은 대체로 안전하고, 흠집이 나면 교체하고 매우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하지 않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인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집에 PC재질의 용기가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재질의 제품으로 바꾸어나가는 것이 좋겠지만, PC에서 환경호르몬 나온다는 이야기에 살을 떨며 당장 찬장을 뒤집어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폴리염화비닐(PVC)입니다. PVC는 딱딱하고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 가소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가소제가 들어간 PVC가 값싼 랩이나 '비닐봉다리'의 재료라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안전한 가소제도 있지만[각주:5] 여러분이 주문한 탕수육을 덮을 랩, 어묵국물을 담아줄 비닐봉다리의 PVC가 이런 안전한 가소제를 써서 만들어졌을까요, 아니면 상대적으로 값싼 DEHP나 BPA를 써서 만들어졌을까요?


 슬슬 귀찮아지려 하지만 힘을 내어, 폴리스티렌(PS)도 짚고 넘어갑시다. 발포 폴리스티렌(일명 스티로폼)에는 내분비계장애물질 PBDE가 포함되어 문제가 됩니다. PS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연구>도 있지만, 비타민 A가 포함된 식품을 넣어 가열하면, 비타민 A가 분해되며 생긴 톨루엔이 PS를 공격적으로 분해하므로 PS는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는 용기의 소재로 삼기에 부적합하다는 <> 역시 참고할 만합니다. 저 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식용유가 PS에 묻는 것도 안 좋은가 봅니다.


 비타민 A가 포함된 뜨거운 음식이나 식용유를 조심한다면 PS재질의 그릇은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발포 폴리스티렌은 조심해야 합니다. 만두를 포장할 때 쓰는 스티로폼 용기, 컵라면 그릇 모두 조심해야 하며, 냉온수기의 온수를 받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컵라면이나 컵우동을 조리하는 것은 왠만하면 피해야 합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과정이 추가되면, 그냥 끓는 물만 붓는 컵라면보다 더 많은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용출될 수 있습니다)


 폴리아릴설폰(PASF)은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이름인데, BPA를 포함한 물질이라고 하니 일단 이름은 올려놓겠습니다.




 부록으로, 내분비계장애물질은 아니지만 한 번 짚고 넘어가볼 만한 물질을 언급하겠습니다. 바로 PFOA입니다. 테플론 코팅, 불소수지 코팅에 쓰이며, 발암물질 내지는 발암의심물질로 분류됩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PFOA 무서워서 테팔 프라이팬이나 조지루시 보온병 못 사겠다는 아이엄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보온병을 판매하면서 '테플론 코팅/불소수지 코팅을 하지 않은 안전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니 하며 코팅값을 날로 먹으려는 상품 소개 페이지 역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팔이나 조지루시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테팔 측은 … '테팔 코팅 프라이팬'의 PFOA 성분검출 여부를 의뢰한 결과, PFOA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프라이팬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400℃의 고열로 처리하기 때문에 200℃만 되어도 날아가 버리는 PFOA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겨레>


 조지루시 보온병의 경우는, FDA 인증을 받았다는 영국 쪽 쇼핑몰의 상품 소개 페이지를 확인했습니다. 국내에도 판매되는 SM-KA48모델이며, 국내 쇼핑몰의 상품 소개 페이지를 둘러본 결과 조지루시 보온병에 흔히 쓰이는 그 불소 코팅이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조지루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PFOA와 관련된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투닥거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조지루시 보온병은 FDA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습니다. (안전 문제에 대한 답변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요?'쯤으로 해석될 답글이 달린 것을 보고 구글 검색을 하다 이 상품 페이지를 찾은 것입니다. FDA 인증을 받았다니, 적어도 사람 잡을 농도의 PFOA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해당 상품 페이지의 Certification 목록에서 FDA를 찾을 수 있고, 이미지 상단에도 FDA표시가 있습니다.

<출처 : Uniquecookware>


 따라서, 테팔 프라이팬과 조지루시 보온병의 테플론 코팅(불소수지 코팅)은 PFOA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떡볶이, 만두, 순대 등을 담은 스티로폼 용기 (발포 폴리스티렌 : PBDE 용출 위험)

 - 탕수육, 짬뽕 등의 그릇을 덮은 랩 (가소제가 들어간 PVC : BPA, DEHP 용출 위험)

 - 어묵국물, 육수 등을 담은 '비닐봉다리' (가소제가 들어간 PVC : BPA, DEHP 용출 위험)

 - 팝콘, 감자튀김 등을 담는 포장지 (테플론 코팅 포장지 : PFOA 용출 위험) <한겨레>


 이런 것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제공받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텀블러나 젖병을 세심하게 골라서 사용해도, 이런 경로로 내분비계장애물질을 섭취해 버리면 허사입니다. (글을 적다 보니, 포장마차에서 설거지를 줄일 목적으로 그릇 위에 씌워주는 비닐봉다리도 조심해야겠습니다. 비닐봉다리가 아닌 신선식품용 위생 비닐백이면, 아마도 PE재질일 테니 그나마 안심할 수 있겠지만요)




 그동안 단짝에게 티백을 만들어 주면서, '혹시라도 티백에서 환경호르몬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습니다. 스테인리스 인퓨저(차망, 철망 혹은 스트레이너라고도 부르는 물건입니다)에 커피를 담아 우리면 플라스틱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지만, 일일이 인퓨저를 씻을 여유가 없는 단짝에게 인퓨저 써 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습니다. 원두를 보관하는 비닐백을 고르면서 '과연 이게 환경호르몬 없는 재질이 맞을까?' 하는 며칠 전의 걱정도 꽤나 무거운 것이었고요.


 자료를 찾는 건 상당히 수고로운 과정이었지만, 덕분에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PE나 PP재질의 티백과 비닐백은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PP나 PCT재질의 텀블러들도, PET나 PES재질의 용기들도 마음 놓고 써야겠습니다.




 각주


  1. 한화케미칼에서는 내분비계장애물질 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가소제 HCC Flex SP-900을 개발하여 판매중이라고 합니다(http://www.chemidream.com/491). [본문으로]
  2. DEHP가 PVC의 주요한 가소제로 사용되는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라고 합니다(http://en.wikipedia.org/wiki/Phthalate). [본문으로]
  3. 식당이나 매점에서 우리가 랩이나 '비닐봉다리'를 (추가 요금 없이, 사실상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건, (DEHP가 들어간 PVC재질의) 랩이나 비닐봉다리가 싸서, 담당자가 딱히 손님에게 추가 요금을 물릴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거든요. 안전한 가소제를 사용한 랩이나 비닐봉다리가 출시된다고 해서, 식당이나 매점의 담당자가 이걸 선택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본문으로]
  4. 레토르트 식품에는 원래 방부제를 넣지 않게 되어 있으니, 제대로 만든 레토르트면 당연히 무방부제입니다. 근데 제품A가 무방부제라고 하는데 제품B가 가만히 있으면 왠지 B에는 방부제 들어가있지 않나 싶겠지요? 그래서 너도나도 무방부제라고 하다가, 나중에 제재받고 다 함께 안 쓰기로 했답니다. [본문으로]
  5. 앞서 말한 한화케미칼의 HCC Flex SP-900이 그 예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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