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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 모았던 주방용품과 도구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가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너무 글이 늘어지는 것 같아 조금 짧게 쳐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커피 생활을 하려면 무슨 물건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물건 몇 개를 꼽아보며 포스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1. 전동 그라인더 (관련 글 : <바라짜 엔코(Baratza Encore)>)
대부분의 전동 그라인더는 포렉스나 하리오에서 나온 세라믹 날 핸드밀보다 핸드밀보다 균일한 굵기로, 훨씬 빠르게 원두를 분쇄해줍니다. 하지만 청소하기가 까다롭지요. 포렉스나 하리오 제품은 분해해서 물청소하기도 쉬운데 전동 그라인더는 날 부분의 물청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구조가 복잡해 분해해서 청소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간편한 커피 생활의 핵심은 '그 도구가 나에게 주는 편의에 비해, 내가 그 도구에 들여야 하는 수고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짜 엔코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청소나 관리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편이거든요.
8g이나 24g, 가끔씩은 50g정도의 원두를 제가 원하는 굵기로 슥슥 갈아 주는 전동 그라인더는 제 커피 생활의 필수요소가 되었습니다.
2. 커피 잔과 눈이 가는 차망 (관련 글 : <텀블러와 차망으로 추출하는…>)
요즘은 티포트 브루 커피에서 한 단계를 생략하여, 커피 잔 위에 차망을 걸치고 뜨거운 물을 붓는 추출법을 씁니다. 텀블러 대신 두툼한 머그를 사용하게 되면서 잔 예열 정도는 해 주고 있습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나 터키시 커피에 비해 훨씬 편리하고, 떠다니는 미분의 양도 그리 많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커피를 우려 마시면 설거지가 간편해서 좋습니다. (커피를 10분 동안 마시고 설거지를 20분 동안 하는 기분은…) 잔과 차망만 씻어 널어놓으면 뒷정리가 끝나거든요. 그러다 보니 찻주전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찬장 밖으로 나오고 구리 냄비는 하염없이 찬장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구리 냄비가 안됐으니까, 또, 구리 냄비로 끓인 터키시 커피는 맛있으니까, 한 달에 한 번쯤은 터키시 커피를 끓여 마실 생각입니다.
3. 마음에 드는 텀블러나 보온병 (관련 글 : <보온병 수집가의 보온병 이야기>)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있으면 좋은 물건입니다. 이왕이면 차망을 물릴 수 있는 제품이 좋습니다. 외출 직전 텀블러에 커피를 추출한 다음 차망을 건져내면, 티포트로 커피를 우린 다음 텀블러에 옮겨담을 때보다 설거지가 훨씬 간편하거든요. (물론 차망과 분쇄 원두를 챙겨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추출하고 뒷정리하기가 귀찮더군요. 이놈의 귀차니즘엔 끝이 없어요. 커피 마시는 것만 귀찮아지면 이 고생 안 하는데 그럴 리는 없고 꺼이꺼이)
4. 눈금이 촘촘한 전열 주전자(=전기 포트)
요즘 생각중인 물건입니다. 귀차니즘이 갈 데까지 가다 보니 계량컵으로 물을 계량해서 포트에 붓기도 귀찮아졌거든요. 물 부어준 계량컵(터키시 커피 끓일 때 잠시 식히는 용도로 쓰는 간장종지를 100mL 계량컵 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은 계량 끝나고 나서 뒤집어 말려 주어야 하니까요. 당장 바꿀 만큼 귀찮지는 않지만, 언젠가 전열 주전자를 새로 사는 날이 오면, 계량컵이 필요 없을 만큼 눈금이 촘촘한—200mL, 250mL, 300mL, 350mL정도는 주전자에 물을 부으며 눈금 보고 맞출 수 있는 물건을 새로 사고 싶습니다.
인터넷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마땅한 물건이 보이지 않습니다. 촘촘하게 눈금이 그어진 기성품이 없다면 몸통이 유리로 된 전열 주전자를 사서 네임펜으로 자주 쓰는 눈금 몇 개를 그어서 써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지금 집에 있는 주전자는 500mL 밑으로는 창이 뚫려 있지 않아서, 350mL나 그보다 작은 용량을 지시하는 눈금을 그을 수가 없습니다. 주전자 안쪽에 그리면… 물 끓일 때 잉크 성분이 우러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이 정도 도구만 있다면, 아주 간단한 커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 정도 도구에는 투자를 해 두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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