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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 도미니카 핀카 히메네스 (Dominican Rep. Finca Jimenez) 50g - 추정치
입수일 : 2014. 3. 11.
출처 : 커피밤
저의 스물네 번째 커피는 도미니카 공화국 핀카 히메네스였습니다.
※ 핀카 지메네즈, 핀카 히메네즈로 읽기 쉽지만, "핀카 히메네스"가 맞습니다.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을 참조해주세요.
리뷰는 스크롤을 중간 정도까지 내리면 나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친구가 커피밤에서 원두를 구입하면서 얼마간을 나누어준 것입니다.
대한민국으로 국제우편을 보낼 때 'South Korea', 'Korea, Republic of(=Republic of Korea)' 혹은 'Seoul, Korea'라고 명시하지 않고 'Korea'라고만 쓰면 북한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한국인에게 남한과 북한이 다른 나라라는 건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반도의 상황에 별 관심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ROK나 DPRK나 모두 Korea니, Korea라고만 써서는 이 편지를 ROK로 보내야 할 지 DPRK로 보내야 할 지 한참 고민할 수도 있는 것이죠. 2
이른바 제3세계에 속하는 국가 중에도 비슷한 사정의 나라가 몇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미니카와 콩고를 들 수 있습니다. 한글로 '도미니카'라고만 쓰면 도미니카 공화국(Dominican Republic)과 도미니카 연방(Commonwealth of Dominica) 중 어디를 가리키는 지 모호해지고, 콩고라고만 쓰면 콩고 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과 콩고 민주 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중 어디를 가리키는 지 모호해지지요. 도미니카와 콩고 다음으로는 기니와 적도기니, 수단과 남수단을 지적할 만합니다.
다행히(?) 기니와 적도기니, 수단과 남수단에서는 커피가 거의 생산되지 않으니 커피 애호가로서 각각의 나라를 신경써서 구별할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도미니카 연방 중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는 사실상 도미니카 공화국에 한하니, 커피 원산지로서의 '도미니카'는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보아도 됩니다만… 그래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확실히 해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콩고는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콩고 공화국과 콩고 민주 공화국 모두 커피를 생산하고, 콩고 공화국을 줄여 '콩고'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지만 콩고 민주 공화국도 어쨌거나 콩고로 줄여 부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3. 4
도미니카 공화국과 도미니카 연방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예를 찾자면 광주광역시(光州-)와 광주시(廣州-)를 그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광주'나 '광주시'라고 쓰여 있고 다른 단서가 없다면, (행정 문서나 지리 관련 서적이 아닌 이상) '광주'나 '광주시'는 광주광역시를 가리킬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광주시에 사는 사람이 자기 사는 곳을 말할 때 '경기도 광주' 혹은 '경기도 광주시'라고 말하는 경우가 생기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그래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확실히 해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쓴 이유는,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 이에 미루어 도미니카 연방에 사는 사람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 그대로의 "광주시"는 너른고을 광주를 가리킵니다. 빛고을 광주는 광주시가 아닌 "광주광역시"죠. 그런데 특별시나 광역시를 그냥 시로 줄여쓰는 경우가 있고 광주광역시를 광주시로 줄여 쓰면… 너른고을 광주가 굴러온 돌(?!)에 맞아 뽑힌 돌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도미니카 연방은 글자 그대로의 "Dominica"입니다. 공식명칭이 Commonwealth of Dominica니까요. 도미니카 공화국의 공식명칭은 Republica Dominicana, 영어로 쓰면 Dominican Republic으로 글자 그대로의 Dominica는 아닙니다.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의 면적이 훨씬 넓고(48,671km² 대 750km²) 인구도 훨씬 많아(8,716,000명 대 69,700명 : 둘 다 2003년 추계) 도미니카 연방에 대한 글보다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한 글을 쓸 일이 훨씬 많이 생기게 마련이고—이 때문인지 한글로 '도미니카'라고만 쓰면 도미니카 공화국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산토도밍고와 함께 나오는 도미니카는 도미니카 공화국이라 보면 됩니다). 도미니카 연방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에 맞은 셈이지요.
손 가는 대로 글을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끊고, 원두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에 이어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을 마셨을 때처럼, 이번에도 감귤 느낌의 산미가 있는 커피(과테말라 라 벨라)에 이어 히비스커스 느낌의 산미가 있는 커피(도미니카 공화국 핀카 히메네스)가 이어졌습니다.
전에 마셨던 라 벨라의 산미가 매우 강렬해서, 핀카 히메네스의 산미는 상대적으로 평이한 느낌이었습니다. 찌르르한 느낌이 올 만큼 산미가 강하지 않았고 핀카 히메네스만의 특징적인 맛이나 향을 딱 집어내기도 어려웠습니다. 라 벨라보다 좀 더 부드럽고 복합적인 맛이 나는 커피, 라는 평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탄자니아 AA나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을 리뷰할 때에도 그랬지만, 무난하여 인상적이지 않은 커피는 리뷰를 쓸 때 '마음에는 드는데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서' 안타깝고 슬픈 기분이 듭니다. 다만 커피밤의 핀카 히메네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으며(7000원에 150g), 이 커피가 주는 만족감은 이만한 가격대의 커피에 기대할 만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태그 분류에 관하여 : 쿠바 크리스털마운틴 리뷰에서 언급하였듯이, 검색의 편의를 위해 '카리브 원두' 태그를 달고 있는 글에는 '중미 원두' 태그도 붙여놓았습니다. 카리브 해의 주요 커피 산지는 자메이카,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정도인데 이들의 위도는 북미/중미/남미 중 중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각주
- 사실 마이크로 로트(Micro Lot)는 "싱글 오리진, 알다가도 모를 분류 [2]"에 썼듯이, "적당한 품질을 갖춘 커피를 싼 값에 많이 수확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일반 등급의 커피(뭉툭한 의미에서의 싱글 오리진)와 달리 "농장의 특정 지점에서 열리는 훌륭한 커피를 따로 모아서 파는" 것으로 봉투에 언급된 '균일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반 등급 커피와의) 차별성', '독특함', '고급스러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요. [본문으로]
-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한 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지지만, 남한과 북한이 사실상 별개의 나라인 것처럼 기능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렇게 썼습니다. [본문으로]
-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서 '콩고'를 찾으면 "공식명칭은 콩고 공화국"이라며 콩고 공화국이 나옵니다. 두산동아 프라임 영한사전에서 'Congo'를 찾으면 콩고 공화국이 1번 풀이로 나와, 2번 풀이로 나온 콩고 민주 공화국에 앞섭니다. 그냥 '콩고'라고만 쓰여 있고 다른 단서가 없다면, '콩고'는 콩고 공화국을 가리킬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 두산동아 프라임 영한사전 풀이에서 보았듯, Congo의 2번 풀이로 콩고 민주 공화국도 나오기는 합니다. "주로 콩고 공화국을 가리키나 '종종' 콩고 민주 공화국을 가리킨다"는 식의 단서가 붙지 않았으니, Congo는 콩고 공화국과 콩고 민주 공화국을 모두 가리킬 수 있는 셈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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