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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 하와이 코나 (Hawaii Kona) 50g - 추정치
입수일 : 2014. 4. 28.
출처 : (하와이 현지 구매)
저의 서른두 번째 커피는 하와이 코나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친구네 집에 하와이 코나가 선물로 들어왔고, 거기서 얼마간을 저에게 나누어준 것입니다. "너 주려고 오늘 개봉했다." "이거 왠지 아빠 선물로 들어온 양주를 몰래 나눠마시는 기분인데?"
하와이 코나는 이른바 '세계 3대 커피'에 들어가는 비싼 원두입니다. 일본발 세계 3대 커피 1에서 빠질 때도 있는 2예멘 모카 마타리와는 달리, 일본발 3대 커피 목록과 한국발 3대 커피 목록에 모두 들어가는 진짜배기(?) 3대 커피입니다. 정작 '세계 3대 커피'라는 개념 자체는 진짜배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이러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세계 3대 커피와 그 뒷이야기>를 참조해주세요)
'코나(Kona)'에서 생산되는 커피만 코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코나는 매우 인상적인 원두입니다. 봉투를 열었을 때 퍼지는 쌉쌀하고 고소한 향, 굵직하고 잘 생긴 모양새는 아주 좋은 첫인상을 줍니다. 추출한 커피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향, 처음 입 안에 머금을 때의 익모초 양상의 쓴맛 3과 고소함, 커피가 조금 식고 산미가 올라오기 전에 살짝 지나가는 와인의 느낌, 혀가 찌르르한 산미 4… 바디감이 약하고 조금 물 같은데(watery), 약한 바디감과 강한 산미가 어우러져 맑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커피액이 맑고 투명하다" 5는 평가를 이해할 수 있는 맛이었죠. 6
바디가 탄탄하다는 평가("그 맛은 코스타리카 커피의 특성인 생생한 산미에 탄탄한 바디와 달콤하고 풍성한 풍미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인도네시아 커피의 특성인 풍부한 바디에 부드러우며 향기로운 풍미를 갖고 있다.")도 있던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코나는 바디가 약하고, 묽으며, 마일드합니다. 풀시티 후반으로 볶는다면 바디는 강해지겠지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바디가 좋은 원두는 코나 말고도 많은데 강배전하는 과정에서 (코나의 장점인) 산미를 잃게 되니까요. 코나는 적당히 볶아서 마일드하게 즐기는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7
적절한 온도에 진입한 코나 커피의 산미는 감귤 느낌이 나며 맑고 고급스럽습니다. 산미가 있는 마일드 커피로서는 상등품이지요.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쌉쌀하고 고소한 맛과 향 그리고 감귤 같은 산미가 코나의 전부라는 말도 됩니다. 고소한 특성을 갖는 브라질 원두와 감귤 같은 산미를 지닌 에티오피아 원두를 구해서 반씩 섞으면 코나 블렌드가 될 수도 있으니 비싼 원두 치고는 정말 밑천이 짧은 겁니다.
이른바 '하이 커머셜'—일반 등급의 커피 중 상등품에 속하는 정도의 물건으로서는 충분한 자질을 가진 커피입니다. 하지만 하와이 코나를 '세계 3대 커피'니 하면서 TOP 3인 것처럼 추어올리는 것은 코나보다도 좋은 (흔하면서도 수많은) 원두에 대한 실례일 것입니다.
코나보다 좋은 산미를 지닌 원두는 많고도 많습니다. 코나가 복합적인 맛이나 좋은 디테일로 승부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원두도 아니고요. 다만 우월한 비주얼이 주는 시각적인 만족감, 지금까지 오랫동안 생산되었듯 앞으로도 오랫동안 생산될 것이라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코나'라는 이름을 가진 원두는 내가 기대하는 그 맛과 향을 내 줄 것이라는 확실성은 우리에게 맛과 향을 뛰어넘은 특별한 만족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값싸고 좋은 원두가 흔한 요즘 세상에 코나가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덕이죠. 이 원두의 가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8
각주
- 저는 지금까지 이 원두의 이름을 '하와이안 코나'로 표기해 왔습니다(2013-05-26, 2013-05-28, 2013-07-29, 2013-10-30, 2013-11-24). 피자 이름 '하와이안 딜라이트'가 워낙 익숙해서 아무 생각 없이 코나 앞에도 '하와이안'을 써 버린 것이죠. 하지만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자메이칸 블루마운틴)', '쿠바 크리스털마운틴(×쿠반 크리스털마운틴)'과 같은 한글 표기를 볼 때 '하와이 코나'가 옳다고 할 수 있어서 이 포스팅에서는 일관되게 '하와이 코나'로 표기하겠습니다. [본문으로]
- 일본발 '세계 3대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입니다. [본문으로]
- 삼청동 카페 코나퀸즈(Kona Queens)에서 100% 코나 드립커피를 한 번 마셔본 적이 있는데, '아, 맞아. 그 때도 이런 향이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특징적이고 강렬합니다. [본문으로]
- 쓴맛이 강한 타 커피에 비해서는 옅어서, 쓴맛조차도 부드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으로]
- 클럽 에스프레소의 이르가체페와 그 양상은 유사하지만 강도는 약합니다. [본문으로]
- 호리구치 토시히데 지음, 윤선해 옮김 (2012) <커피 교과서> 달. pp.78-80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여동완, 현금호 (2004)
가각본. pp.111-119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컵 오브 엑설런스는 내년에 올해와 같은 맛과 향을 지닌 원두를 구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나 마이크로 로트의 경우는 농장의 나무나 농법, 가공법 등이 바뀌어서 맛이 달라질 수 있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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