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를 냉장 보관할 때 그릇의 크기

　2014년 10월 9일 수정 : 원두 보관 방법은 <이 글>로 통합 및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링크된 글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당장 쓰지 않을 원두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그때그때 덜어 쓰는 원두는 또 다른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어 두지요. 냉장실의 밀폐용기가 비면 냉동실에서 원두를 퍼내어 담습니다.

　원두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사서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쓰는 방법일 겁니다. 냉동실은 어쩔 수 없을 때나 쓰는 차선책이고, 냉장실은 별로 권장할 게 못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원두 표면에 이슬이 맺히면 커피가 제대로 추출되지 않으므로 이슬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각주:1],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보관된 국물멸치나 김치 등의 냄새가 원두에 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밖으로 꺼내어 원두를 옮겨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원두가 들어 있는 통 안으로 습기와 산소가 유입되는 문제도 있고요.

　따라서 (다 먹기 전의) 원두가 냉장고를 들락날락하는 횟수는 최소화되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1회 사용량만큼 원두를 소분 밀폐하여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넣어뒀다가 냉큼냉큼 집어쓰는 방법일 겁니다. 100g씩 원두를 구입해서 에스프레소 더블샷이나 드립 커피를 만들어 드시는 분은^[각주:2] 5~7개의 소형 밀폐용기를 사면 되고, 콜드 브루 커피는 1회분이 8g이니 12개 정도의 소형 밀폐용기를 사면 됩니다. 저는 1회분 8g의 원두를 담을 소용량 밀폐용기를 찾지 못해 이 방법을 쓰지 못했습니다.

　차선책은 냉동실에 원두를 보관하는 그릇을 비교적 작은 것으로 여러 개 마련하는 방법일 겁니다. 냉동실 그릇이 3개로 늘어나면, 냉장실 그릇으로 원두를 옮겨 담을 때 나머지 그릇 2개는 냉동실 바깥으로 나오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들락날락하는 횟수가 줄겠지요. 그런데, 이 그릇 크기가 얼마만하면 좋을까요?

1. 편의상 냉장실에 있던 원두가 냉장실 밖으로 나올 때 원두에 가해지는 데미지(^^;)를 1, 냉동실에 있던 원두가 냉동실 밖으로 나올 때 원두에 가해지는 데미지를 1로 통일하면, 연립방정식을 응용해 풀 수 있습니다.

2. 편의상 냉장실의 그릇을 "그릇 X"라고 칭하고, 냉동실의 그릇을 "그릇 Y"라고 칭하겠습니다. 냉장실의 그릇에서 몇 번 커피를 퍼내면 그릇이 비게 될 텐데, 그 횟수를 X로 놓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냉동실의 그릇에서 몇 번 커피를 퍼내면 그릇이 비게 될 텐데, 그 횟수를 Y로 놓겠습니다.

3. 그릇 X에서 퍼내는 양은 1회분입니다. 저에게는 8g이 되겠군요. 그릇 Y에서 퍼내는 양은 그릇 X에 옮겨담을 만한 양입니다. 적어도 그릇 X에서 퍼내는 양보다는 훨씬 많을 겁니다.

4. 계산하다 헷갈리지 않도록 더보기 상자 안에서 "그릇 Y"는 한 개만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냉동실 그릇이 없다고 가정하고(Y=0), 냉장실의 그릇은 다섯 번 퍼내면 빈다고 가정하겠습니다(X=5).

　첫 번째 원두를 퍼냈습니다. 얘는 냉장실 밖으로 한 번 나왔습니다. (데미지=1)

　나머지 원두는 냉장고로 들어갑니다. 나머지 원두들도 데미지 1을 입습니다.

　두 번째 원두를 퍼냈습니다. 얘는 아까 나왔다 들어갔고 다시 나왔으니 냉장실 밖으로 두 번 나왔습니다. (데미지=2)

　나머지 원두는 냉장고로 들어갑니다. 나머지 원두들도 데미지 1을 추가로 입어, 데미지=2입니다.

　이런 식으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원두에 가해진 데미지를 계산하면 각각 1, 2, 3, 4, 5가 됩니다. 그 평균은 3이 되지요. 이 평균을 X에 대해 일반화하면 (1+X)/2가 될 겁니다.

　이제 냉동실 그릇도 다섯 번 퍼내면 빈다고 가정하겠습니다(Y=5). 그릇 X가 가득 찬 상태로 시작하면, 이렇게 될 겁니다.

　냉장실에 있던 그릇에서 원두를 퍼냅니다. 퍼낸 원두에 가해진 데미지는 1, 2, 3, 4, 5.

　냉장실 그릇이 비었습니다. 냉동실 그릇에서 원두를 퍼내어 냉장실 그릇으로 옮깁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데미지 1이 들어갑니다.

　다시 냉장실에 있던 그릇에서 원두를 퍼냅니다. 퍼낸 원두에 가해진 데미지는 2, 3, 4, 5, 6.

　계속해서 냉동실에 있던 그릇에서 다섯 번째로 원두를 퍼내어 냉장실로 옮기고, 그 원두를 퍼내면 데미지는 6, 7, 8, 9, 10이 될 겁니다.

　이렇게 25번째 원두까지 퍼냈을 때, 원두에 가해진 데미지의 평균을 계산해보면 그 평균은 5.5가 됩니다. 이 평균을 Y에 대해 일반화하면 (1+X+Y)/2가 될 겁니다.

　데미지를 최소화하려면 X+Y의 값을 최소화해야겠죠? 일정량의 커피 C를 "그릇 X"와 "그릇 Y"에 분배하는 방법은 C=XY로 놓을 수 있습니다. Y=C/X라는 그래프가 그려질테고, 퍼담는 횟수가 마이너스가 될 리 없으니 1사분면의 그래프만 사용하면 됩니다. 여기서 X+Y의 값이 최소화되는 지점은, Y=C/X그래프와 적어도 1점 이상에서 만나는 Y=-X+d 그래프에서 절편 d가 최소화되는 지점입니다. 이 경우 X=Y가 되는 지점에서 X+Y는 최소가 되고, 원두에 가해지는 데미지는 최소화됩니다.

　그러니까 그릇 Y가 하나일 때는 X와 Y가 같은 값이면 좋습니다. 원두를 100g씩 사고 1회분이 8g씩인 저에게는 대략 그릇 X에 40g의 원두를 담고(X=5), 그릇 Y에 208g의 원두를 담으면(Y=5) 대충 맞습니다. 합이 240g이니 그릇 Y쪽에 여유가 있겠네요.

　더보기 상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현실에서는 그릇 Y를 여러 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Y값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원두에 가해지는 데미지를 줄일 수 있고, 그릇 X의 크기를 좀 더 키울 수 있는 여유^[각주:3]를 가질 수 있지요.

　결국 수학적 계산과는 별개로, 최대한 작은 밀폐용기를 여러 개 구해 원두를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필요한 양만큼 꺼내 쓰는 것이 (그리고, 필요하다면 원두를 꺼내고 나서 표면에 맺힌 이슬을 날려보낸 다음 추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밀폐용기는 글라스락 직사각 4호 제품입니다. 용량은 150mL입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개당 3000원에 샀는데 인터넷에서는 더 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몇g의 원두가 들어갈지는 재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먹다 남은 원두를 옮겨담을 때의 짐작으로는 30g정도는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7월 14일 수정 : 100g을 소분하니 2통 반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글라스락 직사각 4호 한 통에 원두 40g이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모두 소분합시다.

　11월 3일 수정 : 지금까지 찾아낸 소분용 유리 밀폐용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글라스락 직사각 4호 (150mL) : 다이소에서 3천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2) 글라스락 정사각 (120mL) : 글라스락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지만, 다이소에서 3천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락앤락/글라스락 방식으로 뚜껑을 닫는 유리 밀폐용기 중에서 가장 작은 용량을 자랑합니다.

　3) 락앤락 유로 LLG812 (130mL) : 락앤락글라스 유로 이유식세트 (오렌지)라고 하여 4개를 세트로 묶은 기획상품이 락앤락몰에서 9000원(회원 할인가), 오픈마켓에서 99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습니다.

　커피 원두의 알 굵기와 밀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mL마다 1g씩 잡으면 됩니다. 120mL 용기에는 40g, 150mL 용기에는 50g 정도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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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1. 저는 콜드 브루 방식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뜨거운 물로 짧은 시간 내에 추출하는 드립 커피나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는 이슬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1회분이 15~20g입니다. [본문으로]
3. 그래 봐야 Y값이 1 줄어들 때마다 그릇 X에 1회분을 더 담을 수 있는 꼴이니 큰 여유 생기는 건 아닙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