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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코스타리카 타라주 (Costa Rica Tarazu) 100g

 구입일 : 2013. 6. 19.

 구입처 : 쿠아모스


 저의 두 번째 원두는 코스타리카 타라주였습니다. 구입한 이유는… 이름이 재미있어서였지요 :D



 콜드 브루 커피로 한 달 가까이 마셨습니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리뷰를 6월 21에 작성했지만, 실제로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다 마시고 타라주를 개시한 것은 7월 4일의 일입니다. 커피가 정말 떨어질 듯 떨어질 듯 안 떨어지더군요. 제 판단 착오로 타라주는 냉동실에서 2주 동안 잠을 자야 했습니다(그리고 이 다음에 구입한 이르가체페 아리차도 열흘 정도 잠을 잤습니다 orz)[각주:1].


 전광수 선생과 동료들이 지은 <기초 커피 바리스타>에 의하면 "Acidity, Body, Aroma는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차게 해서 마셔서인지 신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각주:2]. 동일한 레시피로 만든 콜롬비아 수프리모보다는 확실히 쌉쌀했고, 단 맛은 좀 더 진했습니다. 그리고 생담배 같은 독특한 aroma를 갖고 있었습니다. 손에 배거나 옷에 배면 싫겠지만, 담배갑을 열고 맡을 때는 나쁘지 않은 그런 향이요.


 코스타리카 타라주는 저에게 aroma와 flavor의 차이를 알려준 커피입니다. SCAA 프로토콜에 의하면 aroma는 분쇄된 원두가 뜨거운 물과 어우러졌을 때 내는 향, flavor는 추출된 커피가 내는 향(과 맛)으로, 서로 다릅니다. (사족을 달자면 fragrance는 분쇄된 원두가 건조된 상태에서 내는 향이지요) 생담배 같은 aroma는 젖은 상태의 타라주 원두가 내는 특징적인 향으로, 마른 원두에서는 훨씬 약하고 추출된 커피에서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막바지에는 터키시 커피로도 몇 잔을 끓여 마셨습니다. 워낙 보관기간이 오래된 커피고 또 처음 시도하는 레시피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콜드 브루 커피보다 훨씬 맛과 향이 진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자신있게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 때도 신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미분을 많이 가라앉힌 뒤 마실 때에도 혀끝으로 느껴지는 쌉쌀함과 텁텁함이 '아, 이게 바디감이라는 거구나' 싶기도 했고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제법 진해서 마음에 들었던 커피입니다. 순례(?)가 끝나면 타라주를 자주 찾을 것 같아요.




 각주


  1. 저는 새 원두를 사면 (기존 원두가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일단 한두 잔은 추출해서 마셔봅니다. 기존 원두를 다 마실 때까지 보관해 버리면 맛과 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작성된 콜롬비아 수프리모와의 비교는 원두를 사자마자 시음한 기억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투썸플레이스 쌍문점 커피교실의 강사에 따르면, 똑같은 원두로 추출한 커피도 차게 해서 마시면 신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케냐 커피의 과도한 산미를 싫어하는 사람은 케냐를 아이스 커피로 마시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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