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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카페 리뷰

유로스타커피 창동점

느린악장 2015. 6. 1. 06:07

 잠깐 문을 열고 들어가 길을 물었던 카페였습니다.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갈까─하는 생각에 다시 방문해서 커피를 주문했고요. 여긴 정말 카페가 있을 것 같은 자리가 아닙니다. 체육사, 판촉기획사, 고시텔, 모텔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반경 200m 안에 주택이 없고 행인도 별로 없습니다. 창동역 쪽으로 한 블록만 가도 이렇게 으슥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에스프레소 한 잔과 얼음물을 주문했습니다. 요즘 몇 주 사이에 에스프레소 마시는 재미에 들려, 왠만하면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편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카페의 2,000원 짜리 에스프레소는 분명 모험입니다. 다행히… 맛이 괜찮았습니다. 지나치게 맛이 쓰거나 산미가 너무 강하거나 와인 느낌이 도를 넘으면─그건 또 그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기는 합니다만─얼굴에 주름을 잔뜩 잡으며 한 모금 한 모금 밀어넣는 수밖에 없는데, 유로스타커피 창동점의 에스프레소는 자극성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쓴맛이 강하지 않고, 산미는 적당했고, 맛과 향이 고소했습니다.


 가게 문을 나서며 조금 아쉬웠습니다. 원두 상태도 이만하면 괜찮고 에스프레소 상태가 이만하면 바리스타의 숙련도도 상당한 곳인데, 싸구려 동네 카페처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세계 3대 커피"라는 코나로 만든 아메리카노가 1,500원(할인행사 가격입니다.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가 2,000원, 아메리카노가 2,500원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코나 엑스트라팬시 100%를 쓴다면 수익이 날 리 없는 가격이죠. 매장에 전시된 코나 원두를 확인해 보니 코나 100%이 아닌 "코나 블렌드"였습니다. 제가 마신 에스프레소에도 이 코나 블렌드가 들어간 걸까요? 직원에게서 코나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는 설명을 들었고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습니다만,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동네 아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너무 으슥한 곳에 있고(도봉등기소 근처 라떼킹이 동네 장사는 기가 막히게 잘 하더군요. 메뉴 구색도 좋고 인테리어도 준수했고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을 끌어들이기에는 보행자가 거의 없는 곳이고, "세계 3대 커피" 코나로 만든 아메리카노가 1,500원이라는 현수막 문구는 커피쟁이를 끌어들이기에는 너무 수상한 냄새를 풍깁니다. 공략할 대상이 마땅찮은 카페죠. 그래도 세무서와 경찰서와 교회를 끼고 있어서 문 닫지 않을 만큼은 손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래 살아남을 가망이 있는 카페라면 블로그에 소개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유로스타커피 창동점은 창동역과 노원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근처에 맛집이랄 만한 곳이 없어서 식사 후에 이곳을 방문하려면 꽤 먼 길을 걸어와야 합니다. 노원 문화의거리에서 출발한다면 30분쯤 걸어야겠죠. 30분쯤 걸어서 소화를 시키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도 나쁘지 않을 카페입니다. 커피 맛은 3,500원에서 4,000원 정도는 받아도 되겠다 싶을 만큼 가격 대비 훌륭했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창동-노원 지역에서 이만큼 한가한 곳도 별로 없으니까요.


 유명한 카페의 훌륭한 커피는 저에게 잔잔한 기쁨을 주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카페의 기대를 뛰어넘는 커피는 저에게 묘한 기쁨을 줍니다. 앞으로도 가끔씩은 발 닿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찾아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보아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커피모험가나 커피여행자 기질을 갖고 있는 게 맞나 봅니다.


 ※5월 31일 일요일 오후에 다시 가 봤는데 셔터를 내린 상태였습니다. 주일을 지키는 카페였던 걸까요? 이 날은 라떼킹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주말에 방문하고자 할 때는, 02-990-6890으로 전화를 걸어 가게를 열었는지 확인한 후 방문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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