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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과테말라 엘 카르멘 (Guatemala El Carmen) 235g

 구입일 : 2015. 9. 10.

 구입처 : 그린어쓰 커피


 저의 예순두 번째 커피는 과테말라 엘 카르멘이었습니다.



 그린어쓰 커피의 9월 할인 원두로 과테말라 엘 카르멘과 탄자니아 음빙가 스페셜티가 올라왔는데,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원두여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볶은 곡물 같은 고소함(맛/향), 와인의 느낌


 과테말라 엘 카르멘은 부드러움과 고소함 쪽에 강점을 보이는 원두입니다. 건식으로 가공한 원두나 인도네시아 쪽 원두에서 흔히 감지되는 콤콤함이나 복잡한 양상의 맛은 없지만 와인의 느낌이 조금 있어, 에티오피아 하라나 예멘 모카 마타리가 맑고 가벼워지면 이런 커피가 될 것 같습니다.


 기형/미성숙 콩, 깨진 콩, 퀘이커로 간주해 골라내는 옅은 황토색 콩 등의 결점두가 섞여 있었습니다. 원두 235g에 결점두 10g(15mL 계량스푼으로 두 스푼) 정도로, 스페셜티 커피라는 명색에 어울리지 않게 많았습니다(일반 등급의 원두였다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겠지요). 핸드 소트를 생략하지 않는 편이 좋은 원두입니다.


 첫맛이 고소하고 기름지며, 약간 쌉쌀합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조금 낯선 양상의 산미가 올라오며(감귤류나 히비스커스류와는 조금 다릅니다), 와인의 느낌과 새콤한 과일향도 조금 감지됩니다.


 산미의 양감이 적고 바디가 물 같은(watery) 원두여서, 균형감을 추구한다면 추출시간이 비교적 긴 프렌치프레스나 클레버, 칼리타 등으로 추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원두의 양은 평소보다 조금 늘리는 편이 결과가 좋고요.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였을 때 구수한 느낌이 잘 살고, 바디감이 적당해지며, 복합미와 산미의 어울림이 좋았습니다. 쌉쌀함에도 약간 생담배 같은 독특한 향미가 더해졌고요.


 건조 중인 커피가루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지만, 커피 향미 특성으로서의 달콤함은 부족했습니다. '결여 형태로서의 마일드함'… 전광수 커피하우스의 엘살바도르 이후 정말 오랜만에 써 보는 표현입니다. 이렇다할 결점은 없지만 이렇다할 포인트도 없습니다. 자극적인 특성이 거의 없어 안심하고 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특성 좋은 원두들이 으레 지니게 마련인 장점이어서 엘 카르멘만의 장점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한 다음 빠르게 식힌 엘 카르멘은 제법 진한 맛과 향을 내 주었습니다. 따뜻한 엘 카르멘이 실망스러웠다면 아이스 드립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원하게 해서 마시는 커피의 특성 상 농도는 평소보다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235g에 9,900원이었던 엘 카르멘은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마일드 커피였습니다.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투덜대기는 했습니다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의 품질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스페셜티 커피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 원두로 추출한 커피는 평이한 편이었죠. 요컨대 '돈값은 하지만 이름값은 못 해서' 실망스러운 원두였습니다. 차라리 스페셜티가 아닌 마이크로 로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실망은 안 해도 됐을 텐데…




★★★


"고소하고 부드러운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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