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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코스타리카 SHB EP 타라주 (Costa Rica SHB EP Tarrazu) 200g

 입수일 : 2015. 10. 9.

 출처 : 루후커피 (2015 카페&베이커리 페어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예순네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SHB EP 타라주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2015 카페&베이커리 페어에 함께 간 단짝이 사 주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다크초콜릿(촉감), 풀 같은 쌉쌀함(맛), 참기름 같은 고소함(향), 생담배(향), 달달한 뒷맛


 습식으로 가공한 코스타리카는 2014년 7월에 구입한 라 로살리아 워시드 이후 1년 3개월 만입니다. (올해 초에 리뷰한 모모스의 레디쉬 코코는 허니 프로세스로 가공한 코스타리카였습니다) 루후커피는 코스타리카 생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고, 다른 산지의 커피를 취급하지 않다 보니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한 번 원두를 주문할 때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주문하는 경향이 있는 저로서는) 평소에 거래할 일이 없는 회사입니다. 이 때가 기회였죠.


 포장을 개봉하니 참기름과 구운 김을 닮은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결점두는 매우 적은 편이어서 EP(European Preparation)라는 이름값을 했습니다. 시작이 좋았습니다.


 이번 코스타리카 SHB EP 타라주는 상당히 전형적인, 그리고 오랜만이라 반가운 코스타리카였습니다. 고소함, 풀 같은 쌉쌀함, 생담배를 닮은 aroma, 식으면 달고 부드러워지는 특성은 저의 두 번째 원두였던 쿠아모스의 코스타리카 타라주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금은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원두지만, 그 때도 왠지 그랬던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바디는 가벼운 편이었습니다. 뜨거울 때는 가볍고, 식으면서 조금씩 묵직해져서 중간 바디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정도가 되었습니다(그래서 노트에는 평균을 내어 '중간 정도의 바디'라고 적었습니다). 산미는 강하지 않은 편이어서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고 나서 좀 더 식었을 때 살짝 올라오는 정도였습니다. 달달함(sweetness)은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고 나서 좀 더 식었을 때 나타났으며, 커피를 다 마신 뒤에도 입안에 남았습니다.


 복합적인 맛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크초콜릿 같은 촉감과 풀 같은 쌉쌀한 맛이 이 커피가 물 같은(watery) 커피가 되는 것을 막아주었고, 깔끔한 느낌(clean cup) 정도의 선에서 수습하고 있었습니다. 원두의 fragrance는 무척 고소했지만 추출한 커피의 aroma는 그다지 고소하지 않았는데, 이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뜨거운 물로 추출한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찌르르한 산미, 꿀처럼 달콤한 aroma, 다크초콜릿 같은 풍부한 바디, 잘 된 강배전 특유의 기분 좋은 쌉쌀함 중 어느 것도 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포인트가 부족한 커피였습니다. 눈에 띄는 단점도 없지만 돋보이는 장점도 없는,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부족함도 없지만 치고 나가는 특성도 없는, 무난하기 짝이 없는 원두였죠.


 그러다가 루후커피에서 (아마도 이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것을 떠올렸고 저도 한 번 이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카포트 굵기로 분쇄하여 12시간 정도 냉침한 콜드 브루 커피의 결과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쌉쌀함, 산미, 바디의 조화가 적당했고 고소한 맛과 향이 살아났습니다.


 이번 코스타리카 SHB EP 타라주는 안정적인 품질과 결점 없는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특성들이 충분히 강하지 않아 단종으로 사용하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한 원두였지만, 하우스 블렌드의 베이스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원두고, 반반커피 프로젝트를 재개한다면 베이스로 쓸 '제3의 커피'로 믿고 투입할 만한 원두입니다. 중립적이고(neutral) 무난하며 균형 잡힌 향미를 원하는 분께는 좋은 선택이 될 듯하며, 콜드 브루 커피나 더치 커피의 재료로 쓸 원두를 찾는 분께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탁월한 수비력, 부족한 공격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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