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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탄자니아 음빙가 (Tanzania Mbinga) 235g

 구입일 : 2015. 9. 10.

 구입처 : 그린어쓰 커피


 저의 예순세 번째 커피는 탄자니아 음빙가였습니다.



 과테말라 엘 카르멘과 함께 구입한 원두입니다. 쿠아모스의 탄자니아 AA, 짐마카페의 탄자니아 AA 이후로 오랜만에 맛보는 탄자니아입니다. 일년에 한 번 꼴로 마시게 되네요.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약간의 다크초콜릿(향/촉감), 볶은 곡물 같은 고소함(맛/향), 산미


 탄자니아 음빙가는 산미와 고소함 쪽에 강점을 보이는 원두입니다.


 조가비 모양의 콩(shell)과 쭈그러진 콩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 알의 생두는 볶고 나서도 한 알의 원두여야 정상이지만, 조가비 모양의 콩과 쭈그러진 콩으로 쪼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핸드 소트를 하다 보면 이런 종류의 결점두가 가끔 나오기는 합니다만 235g의 소포장에서 조가비 모양의 콩과 쭈그러진 콩만 10g 정도 나오는 건 꽤 이례적인 일입니다.


 수상한 노란 빛깔의 콩, 기형/미성숙 콩, 깨진 콩도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옥수수 1알도 나왔습니다. 썩지 않은 채로 로스팅된 걸 보니 건조 과정에서 혼입된 것 같은데, 콩 말리는 작업을 하던 형제가 출출했었나 봅니다. 알이 정말 굵어서 한국 찰옥수수는 아닌 것 같았는데… 설마 로스팅을 하던 형제의 간식은 아니었겠지요


 커피를 추출하면 그 맛이 상당히 기름지고 고소합니다. 그리고 터키시 커피나 파보일드 커피, 티포트 브루 커피 등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올라오는 거품이 황송할 만큼 두툼합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가 정말 끝내줄 것 같아요.


 탄자니아 음빙가의 산미는 혀가 찌르르할 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확실하고 그 결이 고급스러운, 그리고 노트를 콕 집어내기 어려운 산미입니다. 조금 늦게 올라오는 편이고, 식을 수록 진해집니다. 고소함은 볶은 곡물 내지 보리차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쓴맛이 적고, 감칠맛에 가까운 복합미가 약간 있습니다. 전형적인 부르봉의 향미는 아니지만 부르봉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커피를 홀짝이면 어디가 부르봉다운지를 짚어낼 정도는 됩니다.


 건조 중인 커피가루에서 오렌지 향기가 났지만, 커피 향미 특성으로서의 오렌지는 부족했습니다. 쓴맛이 강하지 않고 바디는 가벼운 편입니다. 마일드 커피에 가까운 성향이지만, 훌륭한 마일드 커피로 분류하기에는 포인트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한 다음 빠르게 식힌 탄자니아 음빙가는 좋은 산미와 밸런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쌉쌀함에서 오는 청량함은 없었지만, 부드럽고 새콤한 아이스 커피로서는 제법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235g에 9,000원이었던 탄자니아 음빙가 역시,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마일드 커피였습니다. 엘 카르멘처럼, '돈값은 하지만 이름값은 못 한' 원두였고요.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름에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그린어쓰 커피는 저의 마음에 든 로스터리고 앞으로도 종종 원두를 주문할 것 같지만, 이곳의 베터컵(Better Cup)을 주문할 때는 '합리적인 가격의 괜찮은 커피' 정도를 기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고소하고 산미가 좋은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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