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두 :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100g - 추정치

 입수일 : 2013. 12. 11.

 출처 : 카페뮤제오



 저의 열여섯 번째 커피는 예멘 모카 마타리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친구가 카페뮤제오에서 예멘 모카 마타리 200g을 사서 절반을 나누어준 것입니다.


 이른바 세계 삼대 커피 중 하나로 꼽히고, 빈센트 반 고흐와 인연이 있다는 커피로 광고가 되면서 상당히 고평가된 커피입니다. (저는 저 둘 다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 3대 커피><빈센트 반 고흐의 커피생활>에 대해 쓴 예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마셔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커피였습니다. 고평가된 커피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순수한 마음으로 감상하려고 꽤나 애를 썼지요.


 가장 큰 특징은 와인 같은 느낌입니다. 케냐 커피를 마실 때에도 와인 같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 마신 케냐는 강배전이어서 쓴맛과 산미가 무척 강렬했고 와인 같은 느낌을 제대로 즐기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카페뮤제오의 예멘 모카 마타리는 강배전이 아니어서 와인 같은 느낌을 무난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커피는 커피입니다. 진짜 와인과 같은 맛과 향이 날 리는 없지요. 커피를 한 모금 삼키고서 잠깐 움찔하는(그리고 숨을 한 모금 들이켜게 되는) 몸의 반응이 마치 술을 한 모금 삼킬 때와 비슷하고, 이 때 느껴지는 맛과 향이 마치 와인을 마신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와인 같은 느낌이 난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커피를 분쇄할 때는 약간의 짠내와 비린내가 섞인 듯한 냄새가 납니다. 케냐 커피 때에도 한 번 썼지만, 와인향을 비롯한 향과 냄새들이 응축되어 이런 인상의 fragrance를 풍긴 것 같습니다. 원두 가루를 물에 적신 aroma에서는 짠내나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았고, 실제로 추출한 커피에서도 비슷한 결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두를 사면 먼저 스트레이트로 맛을 보지만, 예멘 모카 마타리를 선물받았을 때는 예외적으로 모카와 자바를 반씩 섞어 마셔보았습니다. 모카에 대한 기대보다 모카 자바 블렌드[각주:1]에 대한 기대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모카와 자바를 반씩 섞은 반반커피는 훌륭했습니다. 와인 같은 느낌, 고소한 맛과 향, 적절한 바디감과 부드러운 산미가 어우러져 만족스러운 커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르가체페와 자바를 반씩 섞을 때에도 그랬지만, 자바 대신 (너무 강하게 볶지는 않은) 만델링을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카와 자바를 반씩 섞었을 때,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모카만 스트레이트로 추출한다고 와인의 느낌이 탁월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카의 산미가 그렇게까지 좋은 것도 아닌데, 고소함과 바디감만 신통찮아지기 때문입니다. 꽤나 우연히 생겨난[각주:2] 블렌드 치고 그 명맥을 오래 유지하는 이유는 모카만 따로 마실 때나 자바만 따로 마실 때보다, 둘을 섞어 마실 때 더 맛과 향이 좋아서가 아닐까요?


 조만간 에티오피아 건식 커피를 구해서 마셔 보고 싶습니다. 에티오피아 건식 커피도 예멘 모카 마타리만큼 기분좋은 와인의 느낌을 줄지, 아니면 와인의 느낌이 예멘 모카 마타리 특유의 좋은 특성이라 앞으로도 모카를 찾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 태그 분류에 관하여 :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입니다. 예멘과 에티오피아의 거리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의 거리만큼이나 가깝습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 속하고 아라비아 반도는 아시아에 속합니다. 그래서 커피 판매자들은 대륙 분류를 따라 예멘을 아시아&태평양 원두로 분류하기도 하고, 에티오피아와의 지리적 인접성(그리고 예멘 모카 마타리가 에티오피아 건식과 유사하다는, 맛의 연속성)을 감안하여 아프리카 원두로 분류하기도 합니다(<버니빈>, <게포커피>가 그 예입니다). 저는 대륙 분류를 따라 예멘을 '아시아&태평양 원두'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검색의 편의를 위해서 동아프리카 원두 태그도 붙여 놓았습니다.


 각주


  1. 실제 모카 자바 블렌드는 모카1 : 자바2의 비율로 섞는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모카 자바 블렌드가 생겨날 무렵 자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았고, 모카는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수출된 최초의 커피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모카 자바 블렌드는 거래량이 많던 커피를 자연스럽게 블렌딩하게 되면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