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

　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

　전화 : 02-720-2760 (발신전용이므로, 이 번호로 전화 걸면 받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 http://www.terarosa.com/

　"로스터리 카페 쿠아모스"이후 오랜만에 올리는 카페 리뷰입니다. 공지에도 썼듯이 제가 커피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1. 훌륭한 카페인 공급원

　2. 카페에 앉았으니 뭔가 시켜야 하니까

…이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래서 로스터리 카페의 '호화로운' 커피보다는 커피 체인점의 아메리카노가 저의 테이블에는 훨씬 자주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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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은 더케이트윈타워 B동에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보고 섰을 때, 2시 방향에 정부 서울청사가 보일 것이고 10시 방향에 Microsoft CI가 크게 박힌 빌딩이 보일 겁니다. 그 마이크로소프트 건물이 더케이트윈타워 A동이고, 그 옆 건물이 B동입니다.

　카페, 베이커리, 키친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왠지 비스트로 같기도 하고, '차와 식사'를 내건 교외의 카페 겸 레스토랑 같기도 한 구성입니다. 키친이 있지만 음식 냄새는 실내에 퍼지지 않습니다. 환기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오래 앉아서 수다를 떨 만한 곳은 아닙니다. 의자가 불편하고, 공간이 오픈되어 있으며, 조명이 밝습니다. 카페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 마련한 듯한 공간(점심시간에는 식사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직원 교육 시간에는 교육 장소로 쓰일 듯한 공간)에는 스터디룸 책상 같은 게 놓여 있어 수다를 떨기에는 맞은 편 사람과의 거리가 너무 멉니다. 푹신한 소파가 있는 테이블은 몇 개 되지 않으며, 여기도 맞은 편 사람과의 거리가 너무 멉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사람 많은 시간에 가도 엉덩이 붙이고 앉을 자리 한두 곳은 어디엔가 있습니다.

　5000원-6000원 선에 오늘의 드립커피, 오늘의 iced, 오늘의 COE를 즐길 수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면, 노리다케 제품인 듯한 작고 귀여운 잔에 커피가 나옵니다. (아이스 커피는 경양식집 콜라잔 같은 컵에 담겨 나옵니다. 참고로, 오늘의 iced가 아닌 다른 산지의 커피는 아이스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주문 자체가 안 들어가요) 높지 않은 가격인데도 맛과 향은 대단히 훌륭하여, 오래 앉아있기 불편한 구조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날 저희 일행은 부룬디 음펨바(오늘의 COE), 케냐(오늘의 iced),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퍼퓸을 마셨습니다. 음펨바는 다양하게 느껴지는 섬세한 향미가 마음에 들었고 케냐는 아이스 커피였는데도 제법 강한 산미와 톡 쏘는 강렬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르가체페 퍼퓸은 이르가체페답게 무난했지만, 평소에 제가 내려 마시던 이르가체페에서 느낄 수 없던 섬세한 향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향미를 묘사하는 저의 능력이 일천하다는 걸 이 문단을 쓰면서 새삼 느끼게 되네요(엉엉ㅠㅠ).

　매장에서 원두도 판매합니다. 싱글 오리진 200g과 500g이, 킹콩은 500g과 1kg포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킹콩은 주말 오후 늦은 시간 같은 때에는 매진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원두는 점심 시간부터 매진된 채로 있기도 하고요.

　원두를 진짜로 구입할 작정인데 허탕은 치기 싫다면 걸어도 안 받는 매장 전화 말고 '다른 곳'에 전화를 걸어, "◯◯◯을 꼭 사고 싶은데, 매장에 연락해서 예약해 달라."라고 부탁하시면 됩니다.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니 킹콩 예약을 잡아주더군요. 테라로사 대표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제가 어디에 걸었을 지는 뻔하지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예약해서 구입할 분만 이런 우회 경로를 사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매장 전화가 발신전용이 된 이유 중 하나를 짐작해보자면 "거기 원두 뭐 있어요? 얼마예요?"같은 질문을 감당하기 힘들어서일 텐데… 우회 경로 쪽 담당자마저 이런 업무에 시달린다면 그나마의 우회 경로마저 막혀버릴 수 있습니다.

　광화문 근처에서 일을 보는 날 맛 좋은 커피가 그리워지면, 가장 먼저 이 곳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으며 커피를 마시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