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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몰에는 '실리트 후추밀'이라는, 후추갈이도 아니고 페퍼밀도 아닌 괴이한 이름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후추만 갈 것 같지만, 이 제품은 영어로 "Spice Mill", 독일어로 "Gewürzmühlen"인 다목적 향신료 분쇄기입니다. 설명서를 살펴보니 갈 수 있는 향신료의 종류로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어놓았습니다. 몇 가지는 처음 보는 이름이라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 Black pepper

 - White pepper

 - Peppercorn blend : 검은 후추, 흰 후추, 녹색 후추(green pepper)등을 적당히 혼합한 것.

 - Salt

 - Red Paprika : 붉은 파프리카. 이것을 말려서 가루 낸 것이 헝가리 요리에서 널리 쓰인다고 하네요.

 - Herbs of Provence : 세이보리(savory), 펜넬/회향(fennel), 바질(basil), 타임(thyme)등을 적당히 혼합한 것.

 - Garlic : ... 말린 것 이야기하는 거겠죠?

 - Nutmeg : 육두구까지! (푸조는 솔트밀, 페퍼밀, 넛메그밀, 커피 핸드밀을 따로따로 팝니다. 각각의 재료에 최적화되었겠지만 다 사려면 orz)

 - Curry

 - Chinese Spice : 오향분 재료(펜넬/회향 fennel, 카시아 cassia, 정향 clove, 팔각 star anise, 쓰촨 후추 sichuan peppercorn)를 들 수 있겠습니다. 오향분은 아니지만 중국 향신료로 감초(licorice)나 고수(coriander)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정말 별걸 다 갈 수 있네요.




 제가 가장 사고 싶었던 것은 푸조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눈여겨보던 물건(유셀렉트 패리스 페퍼밀 12cm)이 현재 수입사 품절 상태고, 나무 몸통과 금속 날이 세척하기에 까다로울 것 같아서 다른 것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유리 몸통에 세라믹 날 쪽이 씻어 말리기에 부담이 없지요. 후보에 올랐던 것은 교세라의 Everything Mill(오픈마켓에서는 '교세라 굵기조절 겸용밀'과 같은 이름으로 팔립니다)과 실리트의 Spice Mill. 실리트 쪽이 좀 더 비싸고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다(교세라는 일제라고 되어 있습니다), 교세라에 비해 잘 안 갈린다는 글까지 봤지만...


 그냥 예뻐서 샀습니다. 이거 살까 저거 살까 망설여 질 때는 일단 예쁜 거 사고 볼 일이에요.


 ⓒⓙⓦ 페퍼밀과 비교한 사진입니다. 높이는 비슷하고, 굵기는 실리트쪽이 훨씬 굵습니다.



 원두를 갈아보았습니다. 실리트는 완전히 조인 상태에서 9크리크 풀어주었고 ⓒⓙⓦ는 반바퀴 풀어주었습니다.



 실리트 페퍼밀로 원두를 몇 번 갈아서 커피를 추출해 마셔보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굵기 조절을 하는 부분이 딸깍거리며 돌아가는 방식이라, 원두를 가는 동안 저절로 풀리지 않습니다. ⓒⓙⓦ는 갈다 보면 조금씩 풀려서 중간에 다시 조여줘야 하는데 실리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② 분해 청소할 때 스프링이 빠져 달아나지 않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는... 처음 분해해서 청소할 때 스프링이 어디로 굴러들어가서 한참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③ ⓒⓙⓦ보다 잘 갈립니다. (둘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당연합니다) 날의 형태는 똑같은 OEM공장에 주문했나 싶을 만큼 ⓒⓙⓦ와 닮았는데, 한 번 돌렸을 때 갈려나오는 원두의 양은 실리트 쪽이 더 많습니다. 원두를 다 갈고 났을 때 팔이 지친 정도도 실리트 쪽이 덜합니다.


 ④ 위의 ①과 어느 정도 연관되는 특성이지만, ⓒⓙⓦ보다 '필요 이상으로 굵게 갈리는' 입자가 적습니다. 계량컵에 담아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할 때 물 위에 둥둥 뜨는 원두 가루의 양도 적고요.




 제가 예비 분쇄까지 해 가며 페퍼밀을 고집하는 이유는, 컵 위로 직접 원두 가루를 내려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 위로 원두 가루가 떨어지고 이 통을 컵 위에 털어야 하는 커피 핸드밀은 소량의 원두를 갈 때 통에 달라붙는 가루만큼의 손해를 보거나 통을 일일이 긁어내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거든요. 제가 한 번에 가는 원두의 양이 적기 때문에, 페퍼밀을 쓰는 편이 저에게는 잘 맞습니다. 앞으로도 커피 핸드밀을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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