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라 포르투나 (Colombia La Fortuna)

　원두 :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 (Colombia La Fortuna) 100g

　입수일 : 2016. 4. 17.

　출처 : 워터킹 커피로스터스 (구 커피볶는칼디)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일흔아홉 번째 커피는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였습니다.

알이 길쭉하고, 모양새는 그럭저럭 반듯한 편입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함께 간 단짝이 사 주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버터(촉감/향), 다크초콜릿(촉감/맛/향), 레몬·패션후르츠(산미), 망고·리치(맛/향), 브라우니(향), 헤이즐넛(향), 달고나(향), 정향·후추(향)

　작년 6월 쿠아모스에서 구입한 엘 나랑호 이후, 10개월 만에 맛보는 콜롬비아입니다. 한국커피 부스의 콜롬비아 산 어거스틴도 상당히 좋았지만, 이왕이면 소포장(100g)으로 여러 종류 사자는 생각에 워터킹 커피로스터스에서 케냐 키아마니아와 함께 이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를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케냐 키아마니아는 생두 기준으로 10여 백(bag, 이 제품의 경우 1백=70kg),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는 50여 백(bag, 이 제품은 아마도 1백=60kg)만이 입고된, 지금 놓치면 다시 구하기 힘든 원두였습니다. 워터킹 커피로스터스 부스에는 싱글 오리진 원두 4종이 준비되어 있었고 엘살바도르와 에티오피아의 시음 결과도 좋은 편이었지만, 한정판을 이겨낼 수는 없었고(ㅋㅋㅋㅋ) 결국 저는 케냐와 콜롬비아를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핸드 소트 결과는 양호했습니다. 제가 퀘이커(quaker)로 간주하고 골라내는 황토색 콩이 몇 개 섞여 있을 뿐이었고, 원두의 모양새는 이날 입수한 4종 중에서 가장 반듯한 편이었습니다.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는, 핫초코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커피입니다.^[각주:1] 그래서 제가 붙인 별명이 효도커피입니다. 어머니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 이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제가 마시는 커피의 대부분은 어머니 입맛에는 너무 쓰고 독하거든요.^[각주:2] 날마다 달마다 커피를 내리고 리뷰를 쓰면서도 어머니 입맛에 맞는 커피 한 잔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불효자식에게는 비교적 높은 농도^[각주:3]에서도 독하지 않은 맛을 내는 이런 원두가 가뭄의 단비, 네바다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습니다. 부드럽고 맛좋은 커피 한 잔을 올려 어머니의 "올ㅋ"를 받아낼 수 있으니까요. (확실히, 커피는 함께 즐길 때 더 맛있고 재미납니다)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매력과, 끌어들인 사람을 계속 붙잡아두기에 충분한 깊이가 있는 커피입니다. 쓴맛이 적고, 첫맛이 고소하고 달달해 뜨거울 때에도 홀짝홀짝 마시게 됩니다. 브라우니·견과류·달고나를 닮은 고소하고 달달한 향미가 좋은 첫인상을 구축하고, 다크초콜릿·버터를 닮은 고소하고 달달한 향미와 많은 커피오일이 주는 풍성한 감촉은 그 매력에 깊이를 더합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여러 가지 과일을 닮은 산미와 향미가 올라오면서 탐구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레몬 같기도 하고, 망고·리치 같은 열대과일 같기도 해서 매번 신중하게 맛을 감상하게 됩니다. 정향·후추 비슷한 구수함과 얼큰함은 커피 향미의 균형감과 완성도를 높입니다.

　추출법에 따른 변화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다양한 추출법으로 커피를 내려 맛보는 재미가 있는 원두입니다. 터키시 커피나 티포트 커피로 내리면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균형감이 좋고, 산미는 단맛에 감싸여 날카롭지 않고 적당합니다(그리고 결이 곱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내리면 산미가 부각되며, 톡 쏘는 산미의 다양한 양상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이 때에도 다크초콜릿의 느낌과 향신료의 노트가 무게를 잡아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어줍니다. 콜드 브루 커피로 내리거나,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여 식히면 쌉쌀한 맛이 강해지고 다크초콜릿의 느낌이 진해져 묵직하고 중후한 커피가 됩니다. 산미가 억제되기 쉬운 콜드 브루 커피에서도 상당한 양감의 산미가 감지되는 점이 꽤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원두에 별 넷을 줄 생각이었습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마일드 커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커피를 계속 내려 마시다 보니 점점 마음에 들어, 별 다섯쯤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나 코스타리카 핀카 베네피시오에 비해서는 좀 평이하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기도 했고요. 마지막 남은 라 포르투나로 커피를 내려 마신 날에는 커피볶는칼디에 전화를 해서 원두를 주문할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단짝에게서는 (라 포르투나로 내려준) 커피가 정말 맛있다는 연락이 왔고요. 일흔 번째부터 일흔아홉 번째 커피 사이에 별 여섯을 받은 커피가 셋이나 나와도 괜찮은 걸까, 왠지 지는 기분이지만, 그만큼 원두를 신경써서 골랐고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기분 좋게 항복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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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사랑을 받을 만한,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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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1. 커피라는 범주 안에서 핫초코를 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로 설탕과 우유가 팍팍 들어간 핫초코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본문으로]
2. 어머니 입맛이 유별난 게 아닙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보통 연한 커피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의정부의 로스터리 카페 '카페 오리(Cafe Oree)'에 방문했을 때, 에스프레소용 그라인더가 두 대 놓여 있기에 넌지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장님이 이렇게 대답하시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젊은이들이 마시는 보통 농도의) 커피는 독하다고 싫어하세요." 두 대의 그라인더에 투입된 원두의 종류는 동일하지만 세팅된 굵기가 다르다고 합니다. 손님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사장님은 '연하게 해 드릴까요?'를 꼭 묻고, 손님이 연한 아메리카노를 원한다면 굵게 세팅한 그라인더에서 굵게 간 원두를 받아 커피를 제조합니다. 굵게 분쇄한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농도와 수율이 함께 내려갈 테니, 부드럽고 연한 커피가 완성되겠지요. [본문으로]
3. 농도를 낮추면 독한 느낌은 사라지지만, 커피 특유의 향미는 옅어집니다. 과일의 단맛이나 꽃 같은 아로마 같은 특성은 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확연히 약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독하지 않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농도를 낮추는, 쉽고 확실한 방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내렸을 때 비교적 높은 농도에서도 독하지 않은 맛을 내는 원두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