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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코스타리카 COE 2016 1위 Llano Bonito (Costa Rica COE 2016 #1 Llano Bonito) 100g

 구입일 : 2017. 2. 27.

 구입처 : 커피점빵


 저의 아흔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COE 2016 1위 Llano Bonito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93.41점입니다.



커피 콩이 자잘하고 귀엽습니다.


 모처럼 오프(off)가 풍년인 주간을 맞이하여, 새롭고 비싼 원두 하나를 사서 맛도 보고 리뷰도 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커피점빵의 야노 보니토 COE 경매분은 제 계획에 알맞아 보였습니다. 100g에 3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높은 점수를 받은 COE 1위 원두이고 '스위트 슈거 프로세스'라는 색다른 가공법으로 가공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납득할 만했습니다. (무료배송 커트라인을 통과 못 해서 배송비를 추가로 물어야 했다는 건 좀 속이 쓰렸습니다)


 Llano Bonito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야노 보니토'가 됩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다크초콜릿(촉감/맛/향), 살구·자두의 진득함(촉감/산미), 오렌지·모과·유자의 새콤달달함(산미/맛), 자몽의 쌉쌀짭짤함(산미/맛), 오이의 싱싱함(맛), 고구마·단호박(맛), 곡물의 고소함(맛/향), 생강의 알싸함(맛/향), 정향·후추·고수(향)


 이 원두는 '스위트 슈거 프로세스'로 가공되었습니다. (판매자는 '스윗슈가 프로세스'로 표기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스위트 슈거 프로세스'가 됩니다) 체리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허니 워터')을 발효 탱크에 부어줌으로써 커피의 단맛과 향미를 강화하는 가공법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인 습식(washed) 가공법은 그 맛이 깔끔하고 산미가 좋은 대신 단맛과 향미의 풍성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허니 프로세스가 (습식 특유의)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약점을 극복하려 했다면, 무산소 발효나 스위트 슈거 프로세스는 발효 과정에 변화를 줌으로써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잠깐 발효(fermentation)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발효는 파치먼트 표면의 점액질(mucilage)을 제거하기 위해서 진행됩니다. 점액질을 왜 제거해야 할까요? 점액질에 싸인 파치먼트를 잘 말리지 못하면 곰팡이(mould)가 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점액질을 전부, 또는 일부 남기고 건조를 진행하는 펄프드 내추럴이나 허니 프로세스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①브라질은 비교적 고도가 낮고 수확철의 날씨가 온화해서 (곰팡이가 피기 전에) 파치먼트를 빠르게 말릴 수 있어서, ②코스타리카는 물을 아껴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정도로 요약됩니다. 반건식/반습식은 만능이 아니고, 습식의 틀을 유지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에도 충분한 가치와 소망성이 있습니다. 야노 보니토의 '스위트 슈거 프로세스'는 이 점에서 저의 관심을 끌었죠.


 의외로 핀카 디아만테의 제호탕 느낌이 조금 났습니다. 단맛, 진득한 촉감, 생강을 닮은 알싸한 향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진득한 느낌이 열대과일 주스보다는 살구·자두 같은 핵과류 과즙의 진득함을 닮았고, 산미는 홈메이드 조청·식혜의 시큼함이 아닌 오렌지·모과·유자의 새콤달달함을 닮았으며, 난해한 야채주스의 노트가 빠지고 오이의 싱싱함, 고구마·단호박의 달달함, 자몽의 쌉쌀짭짤함 같은 노트가 들어와서 따뜻하게 즐기기에 좋습니다. 이만큼 독특하면서도 이만큼 무난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호탕만큼이나 색다른 야노 보니토의 특성은 약간의 짭짤함입니다. 짠맛 자체는 강하지 않은데, 곡물의 고소함과 어울려서 고소짭짤함을, 자몽의 새콤함과 어울려서 새콤짭짤함을, 다크초콜릿의 쌉쌀함과 어울린 쌉쌀짭짤함을 만들어 냅니다. 자몽주스나 레몬주스에 들어 있는 짭짤한 느낌을 청량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야노 보니토에 들어있는 짭짤함이 독특한 복합성(complexity)의 원천으로 느껴질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운 김이나 볶은 곡물을 닮은 고소한 맛과 향, 따뜻한 온도에서는 톡톡 터지고(sparkling) 조금 식으면 진득한 느낌과 함께 치고 올라오는 산미, 적은 쓴맛, 건식 가공한 커피를 닮은 향신료의 구수함과 습식 가공한 커피의 강점인 깔끔함은 위에서 언급한 색다른 특성을 힘있게 지지하는 든든한 기본기입니다. 제가 주로 마시는 농도에서 바디가 조금 약하게 느껴진다는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야노 보니토의 (브루잉으로 즐기는 싱글 오리진으로서의) 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좋습니다. (이 커피는, 농도를 조금 높이면 상큼한 산미와 진득한 바디감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의 대중성과 코스타리카 핀카 디아만테의 독특함을 모두 놓치지 않은 커피.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의 보편타당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커피. 야노 보니토 농장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내년에도 이만큼 맛있는 (바라건대, 이보다 조금 더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를!





"과일의 싱그러움, 곡물의 고소함, 향신료의 구수함, 풍성함과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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