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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6년 3월 1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커피 추출법 개정 프로젝트>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누가 저에게 가장 귀족적인 커피 추출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프렌치프레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에스프레소보다 값싼 장비를 사용하고 추출법도 단순한데 어째서 프렌치프레스냐고 되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


 "정확히는 하인이나 비서에게 커피 좀 내려오라고 시키는 상황에서의 프렌치프레스가 귀족적인 것이죠. 추출법이 간단하니 하인이나 비서도 맛 좋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대신 레시피는 지켜야죠. 원두도 좋은 거 써야 하고. 좋은 원두를 아낌 없이 들이부어야 하니 돈도 좀 써야 합니다. 설거지하기 귀찮지만 하인이나 비서에게 시키면 아무 상관없잖아요? 결국 프렌치프레스는 오너와 그 손님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는 데 최적화된, 매우 귀족적인 커피 추출법인 셈입니다. 마치 자신들을 고용한 군주와 그 손님들을 위해 연주하던 과거의 소규모 궁정악단이 대중을 상대로 공연하는 오늘날의 오케스트라보다 더 귀족적인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여기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포인트는 '설거지가 귀찮지만 하인이나 비서에게 시키면 아무 상관없잖아요?'입니다. ①못됐다 ②나는 하인도 비서도 없어 ③내가 하긴 귀찮다고(…)



 찻주전자가 프렌치프레스보다 좋은 점은 설거지하기 편하다는 점입니다. 차망을 들어내면 원두 가루를 건져낼 수 있고, 티포트의 차망은 이중이 아니니 거기에 낀 원두 가루를 긁어내기도 편하니까요. 다만 고전적인 디자인의 찻주전자는 프렌치프레스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설거지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왼쪽은 고전적인 찻주전자, 오른쪽은 현대적인 찻주전자의 단면도입니다.


 홍차나 녹차를 우린 찻주전자는 물로 깔끔하게 씻어내는 정도로 충분할 수 있지만, 커피를 우린 찻주전자를 물로만 씻으면 기름때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우아하지만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찻주전다가 설거지 지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죠. 자세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가늘고 긴 주둥이는 청소하기 힘듭니다.


 ②주둥이와 몸체의 연결 부위가 완전히 뚫려 있지 않고 저렇게 생겨먹으면 청소하기 정말 힘듭니다. 주둥이에 솔을 넣어 청소할 때에도 방해가 되고요.


 ③천장에 저렇게 턱(찻주전자 뚜껑과 맞물리는)이 있으면 찻주전자를 설거지하고 뒤집어 말릴 때 저기에 물이 고입니다. 건조 과정에서 고인 물을 털어주거나, 행주로 닦아내야 합니다.


 ④바닥이 봉긋이 솟아있으면 뒤집어 말릴 때 한가운데에 석순처럼 물방울이 달라붙어 건조 시간이 길어집니다. 찻주전자 바닥에 고인 미분을 꺼내어 스크럽을 만들고자 할 때 바닥이 저렇게 생겨먹으면 숟가락으로 구석구석 긁어내기가 좀 힘들고요.


 손잡이 달린 비커 형태의 찻주전자는 닦기도 편하고 말리기도 편합니다. 찻주전자 바닥에 고인 미분을 따라내기도 훨씬 쉽고요. 이런 형태를 갖춘 제품 몇 가지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찻주전자로 커피를 우리다가, 사마도요 S-040을 구입하고 처음으로 커피를 추출하던 날의 감동은—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네요.


 ①바닥에 고인 미분을 따라내기가 이렇게 편하다니!

 ②주둥이를 닦아내기가 이렇게 쉽다니!

 ③설거지하면서 걸리는 데가 없어!

 ④뒤집어 놓기만 했는데 알아서 마르다니!

 ⑤커피 맛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커피를 추출하기에 좋은 찻주전자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형태 : 닦기 편하고 말리기 편한 형태여야 합니다. (위의 더보기 상자들을 참고하세요)


 2) 용량 : 원하는 양의 커피를 우릴 때, 차망에 담긴 원두 가루가 전부 잠겨야 합니다.

  500mL짜리 찻주전자로 200mL의 커피를 우릴 때 원두 가루가 전부 잠긴다면, 그 찻주전자는 1인분(200mL)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2인분으로도 겸용할 수 있고요). 만약 350mL 찻주전자로 200mL의 커피를 우릴 때 원두 가루가 충분히 잠기지 않는다면, 그 찻주전자는 1인분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입니다.


 3) 재질 : 투명한 유리 재질, 또는 밝은 색(가급적 흰색)의 도자기 재질이 좋습니다.

  차망은 원두 가루의 미분을 완벽하게 거르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커피를 우린 찻주전자의 바닥에는 미분이 고이게 되고, 커피를 따라낼 때는 이 미분이 딸려나오기 전에 끊어주어야 합니다. 찻주전자가 투명하거나 내부가 밝은 색으로 되어 있으면 액체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따라내기를 끊을 수 있습니다.


 프렌치프레스 기구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좀 더 싼 가격에 위 조건을 충족하는 찻주전자를 구할 수 있습니다. 프렌치프레스와 마찬가지로 그라인더와 전기포트 정도만 있으면 커피를 내릴 수 있고, 설거지는 프렌치프레스보다 편합니다. 맛도 상당히 안정적이고요. 커피 생활을 막 시작하는 입문자와, 많은 도구와 복잡한 추출에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한 애호가 모두에게, 티포트 브루 커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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