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입니다. 원하는 장비를 마련할 때까지는 돈과의 싸움, 원하는 장비를 마련한 다음에는 지름신과의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싸움에는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만족을 하거나, 해탈을 하거나, 파산을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귀차니즘은 커피 생활을 접는 그 순간까지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한 것입니다. 제 마음이 간사한 탓인지, 쉬운 방법을 찾으면 좀 더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게 되고,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으면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추출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간편하기로는 커피 잔 위에 차망을 걸치고 분쇄한 원두를 올린 다음 물을 붓는 추출법이 정말 간편한데—이번에는 그라인더 청소가 귀..
오늘은 다시백으로 추출하는 티백 커피의 개별 포장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 쉽죠? 티백을 만들어 랩으로 싸는 개별 포장을 하면 분쇄한 원두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퍼백으로 포장하면 더 확실하게 밀봉할 수 있겠지만, 티백 크기에 맞는 초소형 지퍼백은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랩에 싸지 않은 티백을 밀폐용기에 넣어다니다 보면 가끔 티백이 뒤집혀서 원두 가루가 쏟아지기도 하는데, 랩으로 쓰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끝에 붙인 셀로판 테이프는 포장을 풀기 편하게 해 주는 일종의 손잡이입니다. 랩은 자기들끼리 착 달라붙는 성질이 있고, 돌돌 말아 포장했을 때 끄트머리를 눈으로 찾아내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손잡이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랩을 풀지 못해 잡아뜯어야..
작법은 스크롤을 중간 정도까지 내리면 나옵니다. '파보일드 커피(Parboiled Coffee)'는 편의상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에서 언급한 대로, 제가 주로 사용하는 추출법인 콜드 브루 커피, 터키시 커피, 티포트 브루 커피를 관통하는 지향은 ①주방용품으로 추출한다, ②종이 필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③유분을 걸러내지 않아 맛을 보존한다, 이 세가지로 정리됩니다. 그중 ②번 사항은 환경 문제와 관련되어 있지요. 환경 문제와 맞물리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전기는 대부분 화력 발전을 통해 생산됩니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전기를 열원으로 쓰는 건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명백한 낭비입니다. 처음부터 연료를 때면 열효율이 훨씬 좋을 텐데, ..
티포트 브루 커피를 한동안 애용하다가, 주전자를 씻어 말릴 틈도 없이 바쁜 하지만 사흘에 하나씩 포스팅할 만큼은 한가한 일이 생겨 빠른 시간 안에 설거지를 마칠 수 있는 추출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분쇄된 원두를 담은 차망을 텀블러에 걸쳐놓고 물을 부어 우려낸 다음 차망을 건져내는 것이었죠. 이른바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가 거름망을 눌러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이라면, 이 방법은 차망을 건져내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인 셈입니다. 프렌치 프레스에 대한 대구 혹은 대응으로 코리안 리프트(Korean Lift)라고 이름붙여볼까 하다가, 차망을 한국에서만 쓰는 것도 아닌데 커피 리프트(Coffee Lift)가 좋지 않을까, 아니면 추출 방식을 설명하는 직관적인 이름인 브루 앤드 리프트..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6년 3월 1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누가 저에게 가장 귀족적인 커피 추출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프렌치프레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에스프레소보다 값싼 장비를 사용하고 추출법도 단순한데 어째서 프렌치프레스냐고 되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 "정확히는 하인이나 비서에게 커피 좀 내려오라고 시키는 상황에서의 프렌치프레스가 귀족적인 것이죠. 추출법이 간단하니 하인이나 비서도 맛 좋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대신 레시피는 지켜야죠. 원두도 좋은 거 써야 하고. 좋은 원두를 아낌 없이 들이부어야 하니 돈도 좀 써야 합니다. 설거지하기 귀찮지만 하인이나 비서에게 시키면 아무 상관없잖아요? 결국 프렌치프레스는 오너와 그 손님들을 위해 커..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때그때 커피를 내려 마실 시간이 없는 단짝을 위해 티백 커피를 만들어 준 지도 그럭저럭 두 달이 되어갑니다. 다시백을 활용해 티백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주방용품으로 터키시 커피를 끓이기 시작할 때만큼이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한 생각들입니다. 1. 다시백 속에 분쇄한 커피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 속에 다시백을 넣어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다시백을 활용한 티백 커피의 핵심입니다. 위상기하학적(…)으로는 프렌치프레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하지만 티백 커피는 프렌치프레스에 비해 맛과 향의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2.1. 물의 온도가 낮은 편입니다 : 냉온수기에서 나오는 온수의 온도는 70~80도 정도로 ..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5년 12월 3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몇천 원짜리 시에라 컵으로도 끓일 수 있는 것이 터키시 커피입니다. 하지만 추출 시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중화요리 주방장처럼 화력과의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손에 맞는 냄비를 찾아 끝없는 쇼핑을 시작하게 되고요. 외로운 구도자처럼, 열전도율이 좋고 형태가 적당하며 크기도 딱 좋은 편수냄비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 지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제 마음에 쏙 드는 냄비는 없었습니다. 이러다가는 방짜유기 명장님의 공방에 선금과 예물을 들고 찾아가서 제발 이 모양으로 냄비 좀 만들어 주십사 설계도를 올리며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 같기도 한데… 농담이라고 썼지만 몇 년 뒤에 실제로 그렇게 될 것 같아..
콜드 브루 커피(cold brew coffee)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점적식과 침출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더치 커피' 하면 흔히 떠올리는, 크고 아름다운 머신에서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지는 추출법이 점적식이고, 그런 복잡한 도구를 쓰지 않고 찬 물에 차 우리듯 우려내는 추출법이 침출식입니다. 침출식을 쓰면, 다음과 같이 집안에 굴러다니는(?) 주방용품으로도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1. 페퍼밀로 원두를 갈고 2. 계량컵에 담아 12시간 정도 추출한 다음 3. 눈이 가는 체로 거릅니다. 참 쉽죠? 1. 페퍼밀(후추갈이)은 핸드밀이나 커피 그라인더의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진에 나온 페퍼밀로 원두를 갈고 있습니다(로고는 가렸지만 알아보실 분은 알아보실 겁니다). 6천원이면 세라믹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