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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인도네시아 만델링 (Indonesia Mandheling) 50g - 추정치

 입수일 : 2013. 8. 12.

 출처 : 쿠아모스


 저의 네 번째 원두는 인도네시아 만델링이었습니다. 더운 날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새콤한 편보다 쌉쌀한 편이 낫겠다 싶어서였죠.



 평소처럼 쿠아모스에 가서 만델링 사고 싶다고 말했더니 "볶은 지 좀 되어서, 카페에서 바로 내려 마시기에는 좋지만 집에 가져가서 두고두고 마시기에는 좋지 않다"며 팔지 않으셨습니다. 아이고 orz 멘탈이 흐늘흐늘해져서 그럼 뭘 사 먹어야 하나… 하는 동안 매니저와 이런저런 커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혹시 사모님이시냐고 물어보려다가, 사모님이 아니라면 큰 실례가 되기 때문에 안 물어보았습니다. 아르바이트생보다는 나이가 많은 여직원이었는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매니저'로 칭하겠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이기는 하지만 이 글에서는 존칭이나 존대를 대부분 생략하였습니다.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읽으며 한다발 수북하게 쌓인 존칭과 존대 때문에 글을 읽으며 자꾸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날 저는 (예전에 쿠아모스에서 원두를 살 때 받은) 아로마밸브가 달린 지퍼백을 가져갔었습니다. 한 번 쓰고 버리긴 아까워서요. 매니저가 그걸 보더니 알뜰하다며 웃었습니다. "이미 커피 향이 배어 있는 봉투라 우리 가게에서 재활용할 수는 없고, 자기 원두를 받아갈 때 그렇게 가져온 봉투를 쓰면(재활용해 주면) 우리야 고맙지요. 이런 봉투를 보며 한 번 쓰고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재활용하려고 가져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면서요.


 딱히 만델링 말고 사고 싶은 원두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볶았다는 탄자니아를 100g 샀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매니저님께서 "어차피 만델링은 오늘 다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하니까, 시음용으로 좀 줄게요." 하시는 겁니다! 기쁜 마음에 감사히 받아왔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깨알같은 정보는…


 1) 쿠아모스는 볶고 나서 9일이 지난 원두는 쓰지 않는다.

 2) 9일이 지나지 않았어도, 볶고 나서 며칠 된 원두는 (포장용으로) 팔지 않는다.

 3) 블로그 주인장에게 덤을 주면 포스팅에 바로 존댓말이 붙는다.




 만델링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두를 갈 때 고소한 fragrance가 올라오고, 추출이 끝난 원두에서 물에 젖은 흙과 같은 aroma를 느낄 수 있어서 다른 원두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쌉쌀하기로는 정말 쌉쌀합니다.


 실수로 만델링에 탄자니아를 조금 섞어서(20% 정도) 터키시 커피로 끓인 적이 있는데, 신맛이 살짝 비치는 쌉쌀한 커피여서 무척 맛이 좋았습니다. <인디커피교과서>[각주:1]에 수마트라와 케냐를 1:1로 배합한 것을 두고 '힘이 있고 향기로운 블렌딩'이라고 하였는데[각주:2], 만델링은 수마트라에 속하고 탄자니아는 케냐 계열로 분류할 수 있으니[각주:3] 그럭저럭 근거 있는 블렌딩인 셈입니다. 만델링만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보다 한결 재미있고 흥미로운 맛과 향이었습니다.


 콜드 브루 커피로 만들면 아주 만족스러운 커피가 됩니다. 진하게 우려내기 힘든 콜드 브루 커피에 그런대로 쌉쌀한 맛을 더해 주는데다, 어차피 신맛이 잘 우러나오지 않은 추출법 특성상 원두에 신맛이 없다고 문제될 건 없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이트로 콜드 브루 커피를 뽑기에는 가장 좋은 원두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원두여서, 쿠아모스에서 팔고 있는 원두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으로 한 번쯤 100g을 더 사서 마셔볼 계획입니다. 원두 2종을 자체적으로 블렌드하여 마시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면, 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원두이기도 합니다.




 각주


  1. 장수한 (2012) <인디커피교과서> 백년후. [본문으로]
  2. <인디커피교과서> p.270 [본문으로]
  3. <인디커피교과서> pp.266-269 (요약본에서 재인용하여 페이지 수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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