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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한 콜드 브루 커피 추출법을 사용하면서부터, 이른바 '더치 커피'에 근접하는 농도의 커피를 추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물을 타 마셔도 될 만큼 진한, '원액'으로 불러도 좋을 그런 커피를요.


 진한 커피를 추출하고 싶다면 원두를 더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지적했듯이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할 때에는 원두 가루 사이로 물이 통과할 틈이 없다시피하니 원두 가루가 더 얇게 깔려야 하고요.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할 때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원두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못 넣는다면 여러 번 넣어버리지 뭐!"

 이런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개발한 것이 연속 추출법입니다.




 준비 : 통에 물을 붓습니다.


 1. 원두를 갈아넣습니다.

 2.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합니다.

 3. 윗물만 떠내고, 추출이 끝난 원두 가루는 버립니다.

 4. 윗물을 새로운 통에 붓습니다.

 5. 1번부터 반복합니다. 마음에 드는 농도가 나올 때까지.


 참 쉽죠?




 저는 3회 연속 추출을 합니다. 원두를 갈아넣고 추출하고 윗물만 떠내기를 세 번 반복하는 거죠. 추출이 진행될수록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원두에서 커피 성분이 추출될 여지가 줄어들테니, 원두는 매번 같은 양을 넣지 않고 조금씩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3회 연속 추출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 번 반복하여 추출합니다.

 -분쇄한 원두가 물을 머금은 채로 바닥에 남기 때문에, 회차를 진행할수록 커피 용액의 양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그러니 처음 물을 부을 때 조금 여유 있게 부어주어야 합니다. (1인분 = 약 175ml)

 -1회차, 2회차, 3회차에 투입하는 원두의 비율은 3:2:1입니다. (갈수록 조금 넣습니다)

 -1회차에 투입하는 원두의 양은 12g입니다. 2회차에는 8g, 3회차에는 4g이 됩니다. 합이 24g으로, 콜드 브루 커피 3회 분량으로 1인분을 추출합니다.

 -매 회차마다 24시간 동안 추출합니다. 추출하는 중간에 한 번 휘저어서 원두 가루의 위아래를 섞어주어 골고루 추출이 일어날 수 있게 해 줍니다.

 -추출 시간이 매우 기니, 도중에 변질되지 않게 냉장고 속에서 추출을 진행합니다.




 매일 마실 커피를 이렇게 준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통이 여러 개 있어야 하고 어느 통이 1회차이고 어느 통이 2회차인지 표시해주어야 하고 원두 바꿔주는 게 밀리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야 하니까요. 며칠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현지에서 마실 커피를 미리 준비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예정된 일정에 대비할 때 유용합니다.


 맛과 향이 엷지만, 그 결이 곱고 고급스러운 원두가 이 추출 방식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터키시 커피로 마실 때는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 전광수 커피하우스의 엘살바도르를 한 번 3회 연속으로 추출해보았는데, 무척 향이 진하고 쌉쌀한 커피로 '재탄생' 하더군요. 제법 손이 가지만 확실히 보람은 있습니다. 콜드 브루 커피를 흡족하게 마셨던 분이라면, 3회 연속 추출에 한 번 도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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