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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한 이후 원두를 가늘게 분쇄하는 일이 아주 간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글을 썼습니다. <콜드 브루 커피 (Cold Brew Coffee) 진하게 추출하기>였죠.
에스프레소 굵기로 간 원두는 한 번에 8g보다 많이 넣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제가 갖고 있는 용기로 우려낼 때는 8g이 한계였습니다. 몇 시간만 내버려 두어도 가라앉은 원두가 찰흙처럼 진득하게 뭉쳤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원두를 넣어서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에 24g의 원두를 넣는 대신, 24g의 원두를 세 번에 나누어 넣는(12g 넣어서 한 번 우리고, 윗물만 따라내어 다시 8g 넣고 우리고, 다시 윗물만 따라내어 4g 넣고 우리기) 3회 연속 추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것이 <콜드 브루 커피 (Cold Brew Coffee) 진짜 진하게 추출하기>였습니다.
3회 연속 추출의 단점은 '귀차니즘과 상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두를 세 번 갈아주어야 하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성에도 문제가 있지요. 한 번 우려내는 데 72시간이나 걸리니까요. 세균이나 먼지 등에 의한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도 횟수와 시간에 비례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번에 많이 넣어 보기로 했습니다. 150ml의 물에 24g의 원두를 설탕 정도의 굵기(모카포트에 쓸 만한 굵기)로 갈아 넣고 20시간 정도 추출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른바 '더치 커피'에 근접하는 농도의 커피가 추출되었고, 맛과 향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돈과 공을 많이 들이면 커피의 맛이 좋아지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 비례하여 커피의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도 맛좋은 커피를 뽑아내기도 하는 것이 커피 생활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한 번 우려낸 콜드 브루 커피가 72시간 동안 공을 들인 만든 3회 연속 추출 커피만큼 훌륭한 맛을 내 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황당하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쉬운 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이지요. 당분간은 이 방법을 애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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