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브랜드(Goodbye Blend)는, 학림다방의 로열 브랜드(Royal Blend)에서 영향을 받은 처치곤란 프로젝트의 두 번째 레시피입니다. ('굿바이 블렌드'로 적는 게 맞겠지만, 학림다방의 전통(?)을 고려하여 '굿바이 브랜드'로 표기하였습니다) 원두 선물을 받았습니다. 좋은 일이죠. 4종입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각 200g씩 총 800g입니다. 좋을 듯 말 듯합니다. 블루마운틴 블렌드, 시다모 G4, 헤이즐넛(착향), 아이리시(착향)입니다. 음, 음… 전부 드립용으로 분쇄된 상태입니다. 헐?! 실시간으로 방향제로 변화중인 분쇄 원두를 어떻게 커피로 바꾸나 고민하던 그 때, 7인분의 원두를 투입하여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의 커피를 받아내는 로열 브랜드가 떠올랐습니다. 드립 굵기의 원두를..
티포트 브루 커피는 수율이 비교적 높은 추출법입니다. 좀 더 굵게 분쇄한 원두를 사용하거나 추출 시간을 줄임으로써 수율을 낮춰볼 수는 있겠지만, 잡맛과 잡내를 잡는 대가로 티포트 브루 커피의 장점인 풍성한 느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티포트 브루 커피의 수율을 낮추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비교적 낮은 수율의 추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추출법(이를테면, 파보일드 커피)을 사용합니다. 수율이 높아지면 향미의 경향은 과추출 쪽으로 밀려납니다. 복합적인 맛, 풍성한 느낌, 다크초콜릿 같은 바디감, 와인의 느낌은 잘 살아나지만, (수율을 낮춤으로써 쉽게 억제할 수 있는) 쓴맛, 탄내, 곰팡내, 구릿함 같은 특성도 잘 나타나게 됩니다. 쓴맛, 탄내, 곰팡내, 구릿함은 일반적으로 결점으로 취급되..
파보일드 커피의 최종적인 목표는 적당한 수준의 TDS를 유지하면서 향미의 경향을 과소추출 쪽으로 끌어당기는 겁니다. TDS는 커피의 농도와 관련이 있고 과소추출/적정추출/과다추출은 추출된 향미의 구성(프로파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다추출이 되면 영혼 없는 쓴맛과 잡맛까지 우러나오고, 과소추출이 되면 쓴맛과 잡맛과 바디감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산미가 부각됩니다. 과소추출이 되면서 TDS까지 낮으면 맹탕이 되는데, 맹탕이 되는 상황을 면하면서(=적당한 수준의 TDS를 유지하면서) 쓴맛과 잡맛을 줄이고 산미를 살려내는(=향미의 경향을 과소추출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파보일드 커피의 묘미입니다. 향미의 경향을 과소추출 쪽으로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밸런스를 파괴하는 추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보..
블로그 검색을 하다 보면 카누, 루카, 칸타타를 비교하는 포스팅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소비자원에서 2012년에 해당 주제로 패널비교체험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스틱커피를 리뷰, 또는 비교 리뷰하는 포스팅도 많이 올라와 있지요. 읽다 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입맛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싶은 글도 가끔 마주치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맛있게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노하우(?) 몇 가지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취향의 차이나 감각(sensory)의 차이 때문에 달라진 평가는 '다른' 것이지만, 적절하게 추출되지 않은 커피 때문에 달라진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기에 올리는 추출법이 ..
블로그 글이 100개를 넘기도록 커피를 내리는 물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저는 커피를 추출할 때 수돗물 대신 생수나 약수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커피의 맛을 돋우거나 제어하기 위해 특정한 물을 선택할 정도로 물에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물에 녹은 커피 성분에 비해, 원래 물에 녹아 있던 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s)의 양이 지극히 적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으니, 잠깐만 신경을 써서 알아볼까 합니다. 물에 녹은 커피 성분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확실한 측정을 원한다면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하고, 액체의 양을 재고 물기를 날린 다음 남아 있는 고형물의 무게를 재면 되겠지요. 하지만 ..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한 이후 원두를 가늘게 분쇄하는 일이 아주 간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글을 썼습니다. 였죠. 에스프레소 굵기로 간 원두는 한 번에 8g보다 많이 넣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제가 갖고 있는 용기로 우려낼 때는 8g이 한계였습니다. 몇 시간만 내버려 두어도 가라앉은 원두가 찰흙처럼 진득하게 뭉쳤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원두를 넣어서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에 24g의 원두를 넣는 대신, 24g의 원두를 세 번에 나누어 넣는(12g 넣어서 한 번 우리고, 윗물만 따라내어 다시 8g 넣고 우리고, 다시 윗물만 따라..
'내 말이 맞는 이유'를 내세워 주장하기는 쉽습니다. 신인을 띄워주기 위해서든, 신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서든, 자소서를 읽을 담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틀린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를 뒤적이고 논증을 분석하여 근거가 잘못되었거나, 근거와 주장의 관계가 부적합하거나, 논증의 구조가 잘못되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 와 같은 글은 자료조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어간 글입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모든 글을 이런 식으로 쓰자면 3일에 한 번 포스팅하기도 힘에 부칠 겁니다. 그래서 남들이 쓴 글이나 주장에서 오류를 발견해도 왠만하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대부분..
카누를 다 마시고 나서 장을 보러 간 날, 새로운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시도해 보려고 커피 코너를 기웃거려보았습니다. 약간의 호평과 아주 많은 혹평을 받고 있는 농심 강글리오가 과연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10개짜리 포장이 아닌 24개짜리 포장이었고(큰 포장으로 샀는데 입에 안 맞으면 나머지는 먹기도 기분나쁘고 버리기도 아깝고…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죠) 남아 있는 유통기한도 형편없이 짧아서 도로 내려놓았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Nescafe Supremo Crema)를 집어들었습니다. 집에 와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한 잔 마셔보았습니다. 첫 모금은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잔 밑바닥에 가까운 1/3정도의 커피는 반전이었지요. 인스턴트 커피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은, ..
에 소개된 로스터리 카페의 대부분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드립커피의 온도"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70~75℃, 다소 높게 잡는 카페는 75~80℃정도입니다. 커피의 맛이 좋게 느껴지는 온도도 대략 이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커피가 너무 뜨거우면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산미도 느껴지지 않고, 부드러운 결도 느낄 수 없지요. 그런데 생두 건조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었을 때의 콤콤하고 구릿한 맛과 냄새, 로스팅 과정에서 태워먹었을 때의 씁쓸하고 독한 맛과 냄새는 뜨거워도 잘만 느껴집니다. 심하면 '이번 커피는 망쳤구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커피가 제 모습을 찾습니다. 한 모금 머금은 커피를 혀의 좌우로 보냈을 때 산미가 느껴지고, 커피가 움직일 때 입..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한 콜드 브루 커피 추출법을 사용하면서부터, 이른바 '더치 커피'에 근접하는 농도의 커피를 추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물을 타 마셔도 될 만큼 진한, '원액'으로 불러도 좋을 그런 커피를요. 진한 커피를 추출하고 싶다면 원두를 더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지적했듯이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할 때에는 원두 가루 사이로 물이 통과할 틈이 없다시피하니 원두 가루가 더 얇게 깔려야 하고요.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할 때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원두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못 넣는다면 여러 번 넣어버리지 뭐!"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