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입니다. 원하는 장비를 마련할 때까지는 돈과의 싸움, 원하는 장비를 마련한 다음에는 지름신과의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싸움에는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만족을 하거나, 해탈을 하거나, 파산을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귀차니즘은 커피 생활을 접는 그 순간까지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한 것입니다. 제 마음이 간사한 탓인지, 쉬운 방법을 찾으면 좀 더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게 되고,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으면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추출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간편하기로는 커피 잔 위에 차망을 걸치고 분쇄한 원두를 올린 다음 물을 붓는 추출법이 정말 간편한데—이번에는 그라인더 청소가 귀..
작법은 스크롤을 중간 정도까지 내리면 나옵니다. '파보일드 커피(Parboiled Coffee)'는 편의상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에서 언급한 대로, 제가 주로 사용하는 추출법인 콜드 브루 커피, 터키시 커피, 티포트 브루 커피를 관통하는 지향은 ①주방용품으로 추출한다, ②종이 필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③유분을 걸러내지 않아 맛을 보존한다, 이 세가지로 정리됩니다. 그중 ②번 사항은 환경 문제와 관련되어 있지요. 환경 문제와 맞물리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전기는 대부분 화력 발전을 통해 생산됩니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전기를 열원으로 쓰는 건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명백한 낭비입니다. 처음부터 연료를 때면 열효율이 훨씬 좋을 텐데, ..
지금까지 사 모았던 주방용품과 도구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가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너무 글이 늘어지는 것 같아 조금 짧게 쳐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커피 생활을 하려면 무슨 물건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물건 몇 개를 꼽아보며 포스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1. 전동 그라인더 (관련 글 : ) 대부분의 전동 그라인더는 포렉스나 하리오에서 나온 세라믹 날 핸드밀보다 핸드밀보다 균일한 굵기로, 훨씬 빠르게 원두를 분쇄해줍니다. 하지만 청소하기가 까다롭지요. 포렉스나 하리오 제품은 분해해서 물청소하기도 쉬운데 전동 그라인더는 날 부분의 물청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구조가 복잡해 분해해서 청소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간편한 커피 생..
티포트 브루 커피를 한동안 애용하다가, 주전자를 씻어 말릴 틈도 없이 바쁜 하지만 사흘에 하나씩 포스팅할 만큼은 한가한 일이 생겨 빠른 시간 안에 설거지를 마칠 수 있는 추출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분쇄된 원두를 담은 차망을 텀블러에 걸쳐놓고 물을 부어 우려낸 다음 차망을 건져내는 것이었죠. 이른바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가 거름망을 눌러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이라면, 이 방법은 차망을 건져내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인 셈입니다. 프렌치 프레스에 대한 대구 혹은 대응으로 코리안 리프트(Korean Lift)라고 이름붙여볼까 하다가, 차망을 한국에서만 쓰는 것도 아닌데 커피 리프트(Coffee Lift)가 좋지 않을까, 아니면 추출 방식을 설명하는 직관적인 이름인 브루 앤드 리프트..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6년 3월 1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누가 저에게 가장 귀족적인 커피 추출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프렌치프레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에스프레소보다 값싼 장비를 사용하고 추출법도 단순한데 어째서 프렌치프레스냐고 되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 "정확히는 하인이나 비서에게 커피 좀 내려오라고 시키는 상황에서의 프렌치프레스가 귀족적인 것이죠. 추출법이 간단하니 하인이나 비서도 맛 좋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대신 레시피는 지켜야죠. 원두도 좋은 거 써야 하고. 좋은 원두를 아낌 없이 들이부어야 하니 돈도 좀 써야 합니다. 설거지하기 귀찮지만 하인이나 비서에게 시키면 아무 상관없잖아요? 결국 프렌치프레스는 오너와 그 손님들을 위해 커..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다 보면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표현하기에 따라서는 커피 가루 혹은 커피 찌꺼기)가 생깁니다. 모아서 잘 말리면 방향제 겸 탈취제로 쓸 수 있지요. 처음에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뚜껑에 모아 말렸는데, 날이 습하면 잘 마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놀고 있는 플라스틱 통과 놀고 있는 체를 가지고 건조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플라스틱 통 모서리에 체를 걸치고 밑에 티슈를 깔았습니다. 가끔씩 티슈에 떨어진 커피 가루를 털어내고, 또 가끔씩 티슈를 교체해 주면 플라스틱 통 자체를 청소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건조대를 만들어 쓴 지는 열흘이 좀 넘었는데, 뚫린 밑부분으로 공기가 통해서 그런지 아이스크림 뚜껑에 널어 말릴 때보다 제법 잘 마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카포트 굵..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5년 12월 3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몇천 원짜리 시에라 컵으로도 끓일 수 있는 것이 터키시 커피입니다. 하지만 추출 시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중화요리 주방장처럼 화력과의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손에 맞는 냄비를 찾아 끝없는 쇼핑을 시작하게 되고요. 외로운 구도자처럼, 열전도율이 좋고 형태가 적당하며 크기도 딱 좋은 편수냄비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 지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제 마음에 쏙 드는 냄비는 없었습니다. 이러다가는 방짜유기 명장님의 공방에 선금과 예물을 들고 찾아가서 제발 이 모양으로 냄비 좀 만들어 주십사 설계도를 올리며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 같기도 한데… 농담이라고 썼지만 몇 년 뒤에 실제로 그렇게 될 것 같아..
콜드 브루 커피(cold brew coffee)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점적식과 침출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더치 커피' 하면 흔히 떠올리는, 크고 아름다운 머신에서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지는 추출법이 점적식이고, 그런 복잡한 도구를 쓰지 않고 찬 물에 차 우리듯 우려내는 추출법이 침출식입니다. 침출식을 쓰면, 다음과 같이 집안에 굴러다니는(?) 주방용품으로도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1. 페퍼밀로 원두를 갈고 2. 계량컵에 담아 12시간 정도 추출한 다음 3. 눈이 가는 체로 거릅니다. 참 쉽죠? 1. 페퍼밀(후추갈이)은 핸드밀이나 커피 그라인더의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진에 나온 페퍼밀로 원두를 갈고 있습니다(로고는 가렸지만 알아보실 분은 알아보실 겁니다). 6천원이면 세라믹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