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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누아(Seednoir)는 노원역 가까이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그 쪽에 괜찮은 파스타집과 피자집이 있어 가끔 가게 되는데, 식사를 마치고 근사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면 시드누아가 생각납니다.


 시드누아의 매력을 요약하면


 1) 드립커피 한 잔에 5,000원 선 (마지막 방문 : 2015년 4월에 확인)

 2) 산지/농장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마이크로 로트 위주의 원두 선정

 3) 듣기 편한 인디밴드 풍의 BGM


 …정도가 되겠네요. 벽면에는 약간의 상업성과 실험성이 들어 있는—왠지 미대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가 그린 듯한 그림이 걸려 있고,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과 인더스트리얼 사이의 어디엔가에 놓일, 조금은 독특하고 낯설지만 왠지 카페 같기는 한(ㅋㅋㅋ) 그런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카페의 2층 한가운데의 소파가 'R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리창이 아닌 벽면 쪽을 바라보는 소파가 R석 중에서도 상석이죠.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가 적당한 각도에서 소리를 들려 주는 스위트 스포트(sweet spot)고, 벽면의 그림을 감상하기에도 좋고, 소파는 푹신해서 좋고, 화장실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화장실 문은 아주 잘 보여서 좋습니다—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누가 문 열고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기 좋고, 화장실 냄새가 날아올 일이 없어 좋죠. 좀 깨알 같긴 하지만, 자리를 선정할 때 다른 조건이 유사하다면 이런 식으로 화장실 가기 좋은 자리를 우선 고르게 됩니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게 되면 손을 씻든 뭘 하든 화장실에 한 번은 들르게 되니까요. 시드누아에 방문하게 된다면, 여러분도 이 자리를 찾아서 앉아 보시기 바랍니다.


 시드누아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원두로 추출하는 드립 커피를 두 잔 주문하면, 생김새가 다른 잔에 커피를 따라 줍니다. 잔의 생김새를 보고 구분할 수 있게요. 하나는 '절취선'이 그려진 재미난 머그잔이고, 다른 하나는 절취선이 없는 평범한 머그잔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꽤 고마운 배려입니다.


 시드누아는 적당히 붐비는 카페입니다. 빈 자리는 항상 조금씩은 있습니다. 값싸고 맛 좋은 커피를 파는 역 근처의 카페에 빈 자리가 있는 이유는… 콘센트인 것 같습니다. 콘센트가 없는 좌석이 대부분이어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배터리가 떨어지면 일어나야 하니 자리가 나는 거죠. 오래 머무르고 싶은 손님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겠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카페 문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 싫은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원두도 판매합니다. (판매하는 원두의 구색은, 드립 커피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원두와 보통 일치합니다)


 의정부의 쿠아모스가 유명한 산지 위주의 비교적 표준적인 맛을 추구한다면, 시드누아는 마이크로 로트 위주의 독특한 맛을 추구합니다. 둘 중 누가 낫네 못하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쿠아모스의 과테말라에 다크초콜릿의 느낌과 꿀 같은 달콤한 향을 기대하고, 쿠아모스의 과테말라는 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저는 시드누아의 처음 보는 농장의 커피에 색다른 맛과 향을 기대하고, 그 커피 또한 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두 로스터리 카페가 추구하는 가치는 서로 다른 니즈에 부합하는, '다른' 가치입니다.


 시드누아는 색다른 맛과 향을 찾는 커피모험가 내지 커피여행자에게 잘 맞는 카페입니다. 한두 달 만에 방문하면 원두가 바뀌어 있고, 안내판의 커핑노트를 보며 '오늘은 무슨 커피를 마셔 볼까' 고민하는 재미가 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커핑노트에 적힌 (혹은 노트에 적히지 않은) 맛과 향을 찾는 재미가 있는 카페입니다. 커피여행자 기질이 있는 저에게는 아주 좋은 곳이죠. 앞으로도 종종 들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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