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두 : 르완다 루붐부 스페셜티 (Rwanda Ruvumbu Specialty) 200g

 입수일 : 2015. 7. 26.

 입수처 : 콩밭커피


 저의 예순한 커피는 르완다 루붐부 스페셜티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단짝의 지인이 콩밭커피에서 원두를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분인데, 사정이 이러저러하니 르완다 원두를 좀 가져가지 않겠느냐 하여 전달받았습니다. 이 원두는 한 달 정도 냉동 보관되었던 것인데(로스팅 일자가 6월 28일이었습니다), 냉동 보관을 예사로 하는 저로서는 별 문제 되는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는(그러니까 꽤 유명한) 르완다 스페셜티를 마셔볼 기회를 얻어서 기뻤지요. 마침 품종도 제가 좋아하는 부르봉이었고요.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감칠맛, 다크초콜릿(향/촉감), 오렌지(향)


 르완다 루붐부 스페셜티는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원두입니다. 부르봉 특유의 감칠맛과 복합적인 맛이 강점이고, 상대적으로 깔끔한 편에 속합니다. (부르봉 특유의 맛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브라질 같은 고소함이나 케냐 같은 와인의 느낌, 에티오피아 건식 같은 에스닉함은 없는 편입니다.


 균형 잡힌 원두는 무난하게 추출하면 무난한 커피가 나옵니다. 흠 잡을 데 없지만 포인트도 없어서 좀 아쉽죠. 대신 추출법에 변화를 주었을 때 맛이 달라지는 정도가 크고 각각의 맛도 좋은 편입니다. 루붐부는 추출하는 재미가 있는 원두입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깔끔하고 산미가 강한 커피가,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풍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산미가 적당한 커피가 나옵니다. (드립에 자신이 있는 분이라면 이 원두를 한 번 구입해서 다양한 맛을 연출하는 재미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왠지 쌉쌀한 습식 에티오피아 같은 커피가 나옵니다.


 원두를 로스팅할 때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볶으면 향이 올라오는 속도도 빠르지만 향을 잃는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냉동 보관된 적 있는 원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가 받은 루붐부의 향은 매우 약한 편이었습니다. 시티 정도로 보이는 중배전에서 그슬린 콩이 제법 나왔다는 점을 아울러 감안해 볼 때, 콩밭커피는 고온으로 짧은 시간 안에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인 것 같습니다(이는 저의 짐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로스팅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갓 볶은 원두를 배송받아 며칠 안에 모두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갓 볶은 원두' 상태에서 최상의 아로마를 뿜어내는 원두가 더 좋기 때문이죠. 원두는 볶이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야 향미가 좋다고 합니다. 이를 '안정화' 내지 '숙성'이라고 하는데, 로스터리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 기간은 2~5일 정도입니다.[각주:1] 일반적인 로스팅을 한 원두라면, 이 정도 묵히고 나서 커피를 내려야 제맛이 난다는 것이죠. 고온에서 단시간에 로스팅을 마치면 '안정화' 내지 '숙성'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제맛이 나는 시점도 앞당겨집니다. 로스터리에서 출고해서 택배로 가는 사이에 숙성이 끝난다면 소비자는 원두 봉투를 뜯자마자 최상의 커피를 맛볼 수 있겠지요. 소량의 원두를 구입하여 짧은 기간 안에 소비하는 소비자를 주로 상대하는 로스터리라면[각주:2], 굳이 며칠을 기다려야 제맛이 나는 정석적인 로스팅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를 추출하고 나서 찻주전자를 씻으려고 뚜껑을 열었을 때 꽤 마음에 드는 오렌지 향기가 났습니다. 갓 볶은 원두일 때는 좀 더 좋은 향이 났겠지요. 별점을 매길 때 소수점 이하는 무조건 버리기로 작정했습니다만[각주:3] 갓 볶은 원두의 상태를 재구(…?)해 보았을 때 이 정도면 소수점 이하의 점수를 보태어 사사오입을 해 주어도 되겠다 싶어, 특별히 조금 후한 별점을 주기로 했습니다.



★★★★


"부르봉 품종의 스페셜티 커피에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꽤 좋은 원두죠."




 각주


  1. 2~5일이라는 기간은 다음 책에 소개된 로스터리의 "로스팅 후 적절한 숙성기간과 가장 맛있는 날짜" 항목을 종합하여 얻은 대략적인 값입니다. 강대영, 민승경 (2012) <한국의 커피 로스터> 서울꼬뮨 [본문으로]
  2. 1~2주마다 소량의 원두를 발송하는 '정기구독' 위주의 로스터리나, 인근 주민을 주로 상대하는 마이크로 로스터리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본문으로]
  3. 만족도가 별 3.6개 정도인데 별점을 별 셋으로 하면 좀 야박해 보이겠지요. 그렇다고 반올림해서 별 넷을 주면 3.6개와 4.4개의 별점이 똑같은 별 넷이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럼 또 별 4.4개에게 미안해지고, 이걸 별 다섯으로 올리다 보면… 인플레이션이죠. 별점은 분절적일 수밖에 없고, 누군가(혹은 무언가)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 낮은 별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모두 구제할 수 없다면 별 넷이 무조건 '별 넷 이상의 값'을 보장한다는 원칙이라도 세우는 수밖에요. 이 블로그의 별점은 소수점 이하는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원칙대로라면, 만족도가 별 3.0개 정도든 3.9개 정도든 그 결과는 별 셋입니다.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