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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고 난 뒤 새로 구입한 디캐프입니다. 마운트하겐은 제가 예전에 보아둔 프리미엄 스틱커피 브랜드였고 디카페인이 아닌 쪽을 먼저 맛보고 싶긴 했지만, 식품매장에 비치된 디캐프의 종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인터넷 배송료를 물지 않고 살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은 심정으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병커피가 중량대비 가격은 훨씬 저렴했지만, 일단 맛을 보고 판단하기 위해 스틱커피를 샀습니다.




 마운트하겐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는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를 사용해 카페인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의 포장에 표기된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재료명 및 함량 : 유기농커피원두 100%

 원산지 및 제조회사 : 독일/Deutsche Extrakt Kaffee GmbH


 마운트하겐 디카페인 스틱을 뜯어 커피 가루를 잔에 부으면 콜롬비아나 에티오피아 커피 같은 달달한 향기가 퍼져서 원두커피를 잔에 따른 듯한 기분이 나고, 뜨거운 물을 부을 때 퍼지는 향기에는 한약 같은 냄새가 섞여 있지 않아서 디캐프가 아닌 커피를 내린 기분이 납니다. 느낌이 참 좋습니다.


 탄내가 없고 쓴맛이 적어 향미의 결이 부드럽습니다(카누는 마운트하겐보다 향미가 진하지만, 자극적인 특성이 섞여 있어 그 결이 거칩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복합적인 맛과 달달함과 약간의 산미가 올라옵니다. 커피를 다 마신 잔에서도 달달한 향이 올라옵니다(이것도, 콜롬비아나 에티오피아 원두커피를 따라 마신 잔에서 올라오는 향을 닮았습니다).


 자극적인 특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의 스틱당 중량은 2g입니다. 제 입에는 스틱 하나에 200mL 정도의 물을 부으면 연하고, 150mL 정도 부으면 적당했습니다. (향미가 마일드한 편이기 때문에 다른 인스턴트로 커피를 탈 때보다 조금 더 진하게 타야 체감 농도가 비슷해집니다) 스틱 하나에 물 120mL면 조금 진했고, 75mL면 에스프레소 맛이 났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無카페인 커피'가 아닌 '카페인 제거 공정을 거친(decaffeinated) 커피'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소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측정치가 아닌 짐작입니다만, 마운트하겐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 1스틱(2g)에는 원두커피 1/4잔 정도의 카페인(25~50mg)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시고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한 잔 더 마시는 정도는 괜찮은데, 두 잔 세 잔 더 마시면 마치 원두커피를 한 잔 반 이상 마신 날처럼 체온이 오르고 가슴이 뛰는 걸로 봐서는요. 그리고 괜히 용감해지고 말입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소량의 카페인 공급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커피를 오전에 마시면 늦은 오후쯤에는 효과가 끝나는데, 이때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한 잔 마시몇 몇 시간 더 버틸 수 있고 밤잠도 방해받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오전에 충분히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는 방법도 실험해 보았습니다만, 몸이 견뎌내지 못하더군요. 더치 커피나, 미리 만들어서 식혀 둔 원두커피가 있다면 1회 제공량의 1/4정도만 꺼내 마시는 것으로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아플 때 두통을 가라앉히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이놈의 카페인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와도 머리가 아프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빠져나가도 머리가 아프더군요. 머리가 정말 깨질 것처럼 아플 때 커피를 아주 조금만 마시면 두통이 조금 가라앉는데, 맛있다고 한 잔을 다 마시면 다시 두통이 찾아오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상태로 돌아가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커피를 마시고 머리아파하고,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건지 커피가 나를 마시는 건지… 이때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한 잔 마시면 카페인 숙취(?!)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더치 커피나 미리 만들어서 식혀 둔 원두커피가 있다면 1회 제공량의 1/4정도만 꺼내 마시는 것으로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카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가 아메리카노에 제법 가까운 디캐프라면, 마운트하겐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에 제법 가까운 디캐프입니다. 적당한 농도를 맞추면 중배전한 콜롬비아나 그와 비슷한 마일드 블렌드를 사용하여 내린 커피의 느낌이 납니다.


 자극적인 특성이 없고 향미가 연해서, 연유를 타는 것보다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편이 좀 더 좋고, 단맛이 강한 디저트보다는 달달짭짤한 베이커리와 페어링하는 편이 좀 더 좋습니다. 치즈케이크와의 궁합은 지극히 환상적이고, 쿠키 종류의 과자와도 잘 어울립니다.


 저는 원두를 리뷰하는 기간에는 페어링 없이 커피만 마시고 감상을 적어야 해서(그리고 저는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기 힘들어서) 커피에 뭘 곁들이지 못하는데, 베이커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캐프는 이런 상황에서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됩니다. 이것 때문에라도 디캐프를 앞으로도 계속 사게 될 것 같습니다.


 마운트하겐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는 지극히 만족스러운 디카페인 커피였습니다. 디카페인이 아닌 마운트하겐 인스턴트도 많이 기대됩니다. 만약 디카페인 커피를 생각중이시라면, 카누 디카페인은 넣어두시고 마운트하겐 디카페인을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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