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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온병과 텀블러에 대해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보온병 수집가의 보온병 이야기"죠. 그리고 아홉 달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보온병과 텀블러에 넣은 커피를 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수많은 아이쇼핑을 했고, 후속편을 써도 될 만큼 글감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중인 조지루시 ESE-35 죽통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커피를 담아 다니는 용도로 쓸 때, ESE-35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면…


  장점

   - 입구가 넓어 설거지하기 편합니다.

   - 잘 넘어지지 않습니다. 키가 큰 보온병이나 텀블러에 비해 안정적입니다.

   - 전용 가방이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가방에 넣으면 보온이 좀 더 잘 됩니다)

   - 원터치 보온병보다 입구가 넓어 커피 체인점에서 음료를 받을 때 좋습니다.

   - 텀블러보다 보온 성능이 좋습니다.


  단점

   - 설거지할 때, 뚜껑에 붙어 있는 패킹을 일일이 떼어내 닦기가 좀 귀찮습니다.

   - 배낭 옆구리의 보온병 꽂는 자리에 찔러넣을 수 없을 만큼 굵습니다.

   - 보온 능력이 본격적인 보온병에 비해 떨어집니다. (6시간 후 57도)

   - 뚜껑을 열 때 티슈를 준비해야 합니다. (뚜껑 안쪽에 맺힌 물방울이 뚝뚝…)

   - 텀블러보다 즉응성이 떨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물건(죽통, 이유식통, 푸드자, 푸드캐니스터)을 커피를 담아 다니는 용도로 쓰고자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스탠리(Stanley)의 어드벤처 푸드자(Adventure Food Jar)를 고려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뚜껑에 붙어 있는 패킹이 한 개거든요. 설거지할 때 정말 편할 것 같습니다. 보온 능력도 300ml모델이 6시간 후 60도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고 하니 쓸만합니다. (400ml 모델도 있습니다. 9시간 후에도 60도 이상을 유지한다는 스펙이 좀 의심스럽기는 한데, 같은 회사의 300ml 모델보다는 좋을 겁니다) 톨도 아니고 그란데도 아닌 사이즈가 좀 문제입니다만… 사이즈가 애매하다는 핑계로 컬렉션을 늘릴 좋은 기회입니다.




 텀블러는 크게 묶어서 볼 때는 하나의 범주이지만, 둘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 : 입구 지름이 75mm 내외, '보온이 좀 되는 머그컵'

  원터치 보온병 : 입구 지름이 50mm 내외, '뚜껑 열기 편한 보온병'


 텀블러(협의의 텀블러)는 편의성에 중점을 둔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고 닫기 편하고, 커피 체인점에서 음료를 받을 때 좋고(원터치 보온병에 휘핑크림을 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입구가 넓고 구조가 간단한 편이어서 설거지하기 편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텀블러는 밀폐가 완벽하지 않고 보온 성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요.


 원터치 보온병은 뚜껑을 열고 닫기 편한 텀블러의 장점을 취하고, 완벽한 밀폐와 비교적 높은 보온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입니다. 구조가 조금 복잡한 편이지만 써모스(Thermos)와 조지루시(Zojirushi)의 원터치 보온병 중에는 분해해서 닦기 편한 구조를 갖춘 제품이 많으니, 잘 골라서 사면 뚜껑 세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입구가 좁아 세척을 할 때 젖병 닦는 스폰지 같은 도구를 써야 하고(집게로 수세미를 집어 밀어넣는 수도 있습니다만, 좀 불편합니다), 휘핑크림이나 기타 부재료를 올리기 불편해 커피 체인점에서 음료를 받을 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냥 아메리카노만 받아오는 게 편하지요.


 입구가 넓어 휘핑크림 올리기 좋고 스팀 치기도 편하면서, 뚜껑을 쉽게 여닫을 수 있고 완전히 밀폐가 되는 동시에 보온 성능까지 좋은 텀블러는… 2050년쯤에는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이 텀블러와 원터치 보온병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편의성과 성능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지 잘 생각해봐야겠지요.


 개인적으로는, 텀블러를 고를 때는 편의성과 디자인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수가 적은 구조와 쓸만한 수준의 보온 성능(금속제와 플라스틱제의 성능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이 텀블러의 기본 소양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밀폐와 비교적 높은 보온 성능을 텀블러에 바라는 건 무리입니다. 넓은 입구+완벽한 밀폐+보온 성능이 필요하다면 앞서 말한 죽통을 고르는 편이 나을 겁니다.


 350ml급에서 보온 성능이 좋은 원터치 보온병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지루시의 SM-PA34는 6시간 후 70도, 써모스의 FEI-351은 6시간 후 69도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무게는 FEI-351이 280g, SM-PA34쪽이 190g정도로 후자가 가볍습니다. 조금 큰 모델이 필요하다면 써모스의 JNI-400을 권할 만합니다. 400ml 용량으로 6시간 후 68도, 무게는 190g으로 용량에 비해 가벼운 편입니다(스타벅스에서도 이 모델의 OEM버전으로 보이는 물건이 팔립니다). 특별히 가벼운 물건이 필요하다면 써모스의 JNL-350이 좋습니다. 6시간 후 63도, 무게는 170g입니다. 보온 성능은 조지루시의 SM-PA34가 좋지만, 디자인은 써모스 쪽이 좀 더 잘 나왔습니다. 세척 편의성은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흔히 '아령 텀블러'로 불리는 락앤락이나 커피빈의 보온병은 위에서 분류한 텀블러와 원터치 보온병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입구도 좁고 뚜껑도 원터치가 아니니까요.




 본격적인 보온 성능이 필요하다면, 원터치가 아닌 다른 방식의 뚜껑을 채용한 보온병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다만 350ml급의 SM-PA34나 FEI-351, JNI-400등의 보온 성능이 워낙 좋은 까닭에, 이 정도 용량에서 원터치가 아닌 보온병을 구입할 실익은 없습니다. 보온력은 거기서 거기인데 뚜껑 열기만 불편할 테니까요.


 500ml급에서 써모스의 FEK-500이나 조지루시의 SV-HA50 등을 고른다면 성능을 고려한 선택이 될 겁니다. FEK-500은 6시간 후 76도, HA-50은 6시간 후 75도를 유지합니다. 무게는 둘 다 300g 안팎으로 비슷합니다. 다만 이러한 모델은 입구가 상당히 좁고(FEK-500, HA-50은 40mm) 속이 깊어 설거지하기 불편하고, 보온병에 입을 직접 대고 마시기 어렵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참고로, 예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조지루시 JB48은 480ml모델인데도 6시간 후 70도입니다. 보온병에 입을 직접 대고 마실 수는 있지만, 돌려 여는 방식의 뚜껑을 채용했음에도 보온력이 월등하지는 않지요. 무난한 가격대의 500ml급 보온병은 대개 이 정도의 보온 성능을 보여줍니다. 원터치 보온병보다 확실히 좋은 보온 성능을 원한다면 앞서 말한 FEK-500이나 HA-50, 또는 조지루시의 SV-HA50, SV-GG50, SV-GE50M과 같은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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