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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감미료

건강을 위한 감미료는 없다

느린악장 2014. 10. 30. 09:09

 설탕절임을 만들다 재료 계산을 잘못 해서 설탕 1kg이 남은 적이 있습니다. 커피에 넣어 마시고 두유에 넣어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고, 설탕이나 꿀이 아닌 감미료도 맛보고 싶었던 저는 메이플시럽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250mL짜리 메이플시럽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아가베시럽이 그 다음 순서로 찬장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감미료를 살까 고민하면서 관련 자료를 뒤적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어느 시럽에 어떤 감미성분이 들어 있는지, 각 감미성분의 특징은 어떠한지… 그런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탐구 끝에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건강에 좋은 감미료는 없다.

 2) 설탕은 생각보다 해롭지 않다.

 3) 단 맛이 당긴다면, 달게 조금만 먹자.




 감미료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당분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잠깐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당분의 쓰임을 알고 시작하면 포도당과 과당 쪽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1. 포도당은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1) ATP를 생성하는 데 쓰입니다. 이 과정이 유기호흡(aerobic respiration) 입니다.

  2)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1포도당→2젖산+에너지). 이 과정이 젖산 시스템입니다.

  3) 글리코젠(혹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근육에 저장되었다가 에너지원으로 쓰입니다.

  4) 글리코젠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방출됩니다.


 2. 과당은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1) 간에서 대사됩니다.[각주:1]

   - 29-54%는 포도당으로 전환

   - 25%정도는 젖산으로 전환

   - 15-18%는 글리코젠으로 전환

   - 1% 미만은 plasma triglyceride로 전환


 포도당은 온몸에서 대사됩니다. 10개의 효소가 관여하는 유기호흡은 온몸에서 일어나고, 근육은 젖산 시스템으로 포도당을 직접 소모하거나, 글리코젠의 형태로 저장해둔 것을 나중에 꺼내 쓸 수도 있습니다. 간 역시 포도당⇄글리코젠 대사를 합니다.


 반면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되며, 포도당으로 전환되기 전에는[각주:2] 혈당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혈당은 포도당이거든요. 과당이 단당류인데도 불구하고 GI가 낮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GI에 대해서는 과당 쪽에서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알아볼 감미료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미료의 종류는 이것 말고도 많지만, 글의 범위가 무작정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 포도당

 2) 과당

 3) 자당(설탕)

 4) 액상과당

 5) 맥아당

 6) 자일로스(목당)

 7) 올리고당




 1. 포도당 (glucose)


 감미료로 쓰일 때의 포도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장점

  1) 대사가 간단합니다 : 간에 부담을 주는 과당보다 낫습니다.


 단점

  1) 감미도가 0.5~0.7입니다.

  2) 가열하면 단맛이 줄어듭니다.[각주:3]

  3) GI(혈당지수)가 100으로,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 글쎄요…


 감미도가 0.5~0.7이라는 말은, 일정량의 물에 설탕 10g을 탄 것과 동일한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포도당 14.3g[각주:4]~20g[각주:5]을 넣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각주:6] 포도당을 감미료로 쓰면서 예전과 같은 단맛을 내려면 더 많이 넣어야 한다는 거죠. 뜨거운 커피에 포도당을 넣는다면 더 많이 넣어야 할 테고, 결국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됩니다.


 둘둘둘 커피[각주:7]를 예로 들어볼까요? 설탕 2작은술은 약 10g고, 그 열량은 40kcal입니다. 포도당 20g의 열량은 80kcal이고요. 설탕 대신 포도당을 두 배로 넣으면 둘둘둘 커피 한 잔에 40kcal, 두 잔에 80kcal, 석 잔에 120kcal을 더 섭취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포도당을 감미료로 넣는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포도당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는 액상과당·요리당·콘시럽·HFCS(고과당 옥수수시럽)을 감미료로 넣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요. 포도당의 특성을 안다면 액상과당의 특성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2. 과당 (fructose)


 감미료로 쓰일 때의 과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장점

  1) 감미도가 1.5 안팎입니다.

  2) GI가 19로, 매우 낮습니다.


 단점

  1) 간에서만 대사됩니다 : 간에 부담을 줍니다.

  2) 가열하면 단맛이 줄어듭니다.[각주:8]

  3) 비만, 인슐린저항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통풍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1) 적은 양을 사용합니다.

  2) 차가운 음료에 사용합니다.


 차가운 음료에 한해, 과당은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설탕의 2/3만 넣어도 같은 수준의 단맛을 낼 수 있으니 그만큼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거든요. GI도 낮아서 간과 신장이 건강한 당뇨병 환자에게는[각주:9] 설탕보다 나은 감미료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되기 때문에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과당의 대사 과정에서 요산이 생겨나기 때문에 통풍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고, 또 간에서 중성지방과 LDL(나쁜 콜레스테롤)로 쉽게 변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슐린 분비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고, 배고픔을 느끼는 호르몬 그렐린을 억제하지 못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인 렙틴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포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슐린저항증을 유발할 수 있지요. (<참고 기사 : 체리·딸기의 붉은 색소 '통증 잡는 소방수'>) 단맛이 강해 조금만 넣어도 되고 GI 또한 낮은데도 불구하고 과당이 '좋은 감미료'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아가베시럽의 주성분은 과당입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 중 홀썸(Wholesome) 유기농 블루 아가베시럽에는 과당이 75%(<링크>), 내추럴(Naturel)[각주:10] Pure Light 유기농 아가베시럽에는 과당이 70-77%(<링크>) 들어 있습니다. 아가베시럽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열하는 과정[각주:11]을 뺄 수는 없지만, 과일을 차갑게 하면 단맛이 더 잘 느껴진다는 데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가베시럽도 온도를 낮추면 감미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당을 결정화한 '결정과당'이라는 물건도 있습니다. 사실상 과당 100%입니다. 자이로(Xyro) 결정과당으로 불리는 제품도 결정과당이며, 자이로 결정과당은 자일로스(Xylose)나 자일리톨(Xylitol)과는 상관없는 물건입니다. 그 외에 액상과당·요리당·콘시럽·HFCS(고과당 옥수수시럽)에도 과당이 많이 들어 있고, 꽃의 자당을 벌이 소화하여 만든 꿀에도 과당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3. 자당 (sucrose)


 감미료로 쓰일 때의 자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장점

  1) 가열하여도 단맛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2) 감미도가 1입니다.


 단점

  1) GI가 68로, 상당히 높습니다.

  2) 자당의 과다 섭취는 포도당의 과다 섭취+과당의 과다 섭취와 같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1)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에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적당한 양을 사용합니다.


 자당(설탕)은 생각보다 꽤 좋은 감미료입니다. 과당보다는 덜 달지만, 대신 가열하여도 단맛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뜨거운 음료에 넣기에 좋고, 온도에 따른 감미도의 변화가 없으니 레시피 맞추기에도 좋습니다. 게다가 몸 안에서 절반은 포도당으로 대사되는 자당은 과당보다는 간에 주는 부담이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감미도가 1입니다. 단당류·이당류 중에서 이만한 범용성과 저열량 고감미를 갖춘 감미료는 드뭅니다.


 적당량을 사용한다면 자당은 유용하고 좋은 감미료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감미료 중 마음 놓고 듬뿍듬뿍 먹어도 되는 감미료는 없기 때문에, '적당량을 사용한다면'은 아주 현실적인 단서조항입니다. 그리고 자당은 특성상 적당량만 사용하기 쉬운 편입니다. 꽤 달고, 가열해도 단맛이 줄지 않거든요.


 자당을 과다 섭취할 때의 해악은 포도당의 과다 섭취+과당의 과다 섭취와 같습니다. 액상과당에 비해 과다 섭취하기 힘들 뿐[각주:12], 과다 섭취하고 난 뒤의 해악은 액상과당의 해악과 거의 같습니다. 자당의 절반은 포도당이 되어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나머지 절반은 과당이 되어 간에서 대사되니 간에도 부담이 갑니다.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통풍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메이플시럽의 주성분은 자당입니다. 60%정도가 자당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설탕을 주성분으로 한 시럽 등에도 자당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4. 액상과당 (HFCS)


 감미료로 쓰일 때의 액상과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장점

  1) 감미도가 1 안팎입니다.

  2) 상당히 저렴합니다.


 단점

  1) 가열하면 단맛이 줄어듭니다.[각주:13]

  2) GI가 68 안팎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3) 액상과당의 과다 섭취는 포도당의 과다 섭취+과당의 과다 섭취와 같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 글쎄요…


 가격을 낮춘 대신, 가열하여도 단맛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내다버린 설탕물—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콘시럽·요리당·HFCS(고과당 옥수수시럽=액상과당)과 같은 이름으로 팔리는 물건도 그 실체는 액상과당일 때가 많습니다. '효소' 어쩌고 하는 설탕절임을 만들면 설탕(자당)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면서 액상과당에 가까운 결과물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섞여 있는 전화당(轉化糖)[각주:14]이 주성분인 꿀도 그 조성은 액상과당과 유사합니다.


 액상과당의 주성분은 과당과 포도당입니다. 대략 1:1의 비율로 섞여 있죠.


 한국산업표준(KS)은 액상과당의 품질 기준[각주:15]에서 과당 42%이상 50%미만인 제품[각주:16]과 과당 50%이상인 제품[각주:17]에 대한 규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포도당에 대한 기준은 없는데, 미국의 HFCS-42와 HFCS-55를 참고할 만합니다.[각주:18] 액상과당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조성을 보면, HFCS-42는 과당 42%, 포도당 53%, 기타 5%고 HFCS-55는 과당 55%, 포도당 42%, 기타 3%입니다. 수분 함량은 HFCS-42가 29%, HFCS-55가 23%입니다. HFCS-42는 KS의 과당 42%인 제품과, HFCS-55는 KS의 과당 50%이상인 제품과 그 조성이 유사합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1:1의 비율로 섞인 액상과당을 먹었다면 자당을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찬 음료에 액상과당을 넣으면 설탕을 넣었을 때보다 청량한 느낌이 나서[각주:19] 과다 섭취하기 쉽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적당량을 섭취한다면, 액상과당이라고 특별히 더 해로울 건 없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항목에 '글쎄요…'라고 답한 이유는, 액상과당이 자당에 비해 딱히 좋은 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값싸기는 하지만 집안에서 가족끼리 소비하기에는 자당도 충분히 쌉니다. CJ 백설 하얀설탕 1kg이 2000원 안팎, 아름다운가게 마스코바도 1kg이 5800원[각주:20]입니다. CJ 백설 요리당 5kg이 7000원 안팎이니, 이 정도 가격 차이 때문에 자당(가열하여도 단맛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을 버리고 액상과당 쪽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액체 상태의 감미료가 쓰기에 편하다면, 자당으로 시럽을 만들어 쓰면 될 일이고요.


 액상과당 또는 액상과당과 조성이 비슷한 감미료는 흔합니다. 콘시럽·요리당·HFCS·꿀·'효소'(설탕절임) 등이죠. 특히 꿀이나 '효소'는 몸에 좋은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과다 섭취하면 예외 없이 몸에 해로운 것들이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5. 맥아당 (Maltose)


 감미료로 쓰일 때의 맥아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장점

  1) 동화작용이 강하고 영양적 가치가 높습니다. (에너지 공급이 필요할 때 좋습니다)

  2) 물엿, 조청 등의 형태로 유통되는 맥아당이 많아 제품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단점

  1) 감미도가 0.3~0.5입니다.

  2) GI가 105로, 매우 높습니다.


 엿당으로도 불리는 맥아당은 물엿, 조청, 식혜의 단맛을 내는 성분입니다. 밥을 오래 씹을 때 느껴지는 단맛도 맥아당이 내는 맛입니다. 아밀라아제나 디아스타아제가 녹말을 분해하면 맥아당이 생기거든요.


 감미가 온화하고, 영양적 가치가 높고, 물엿·조청·식혜 등 우리의 전통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 꽤 매력적인 말들이 붙는 게 맥아당이지만, 감미료로 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맥아당은 감미도가 너무 낮습니다. 설탕 10g의 단맛을 내려면 맥아당 20~30g을 넣어야 합니다. 중간값인 25g으로 잡아도 100kcal입니다. 설탕 10g이 들어가는 둘둘둘 커피에 설탕 대신 맥아당을 넣으면 한 잔에 60kcal, 두 잔에 120kcal, 석 잔에 180kcal을 더 섭취하게 됩니다. 게다가 맥아당은 동화작용이 강하고 영양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추가로 섭취한 맥아당은 살로 가기 쉽습니다.


 물엿이나 조청은 요리에 넣으면 감칠맛과 윤기를 더하고, 따끈한 물에 타면 달콤한 음료가 되어줍니다. 커피에 넣을 감미료로 적합하지 않을 뿐, 그 자체로 꽤 괜찮은 식재료입니다.




 6. 자일로스 (Xylose)


 감미료로 쓰일 때의 자일로스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장점

  1)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난소화성 당이기 때문입니다)

  2) 올리고당보다는 섭취 가능한 양이 많습니다.

 단점

  1) 뇌와 몸을 속입니다.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거든요.

  2) 순수한 자일로스는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각주:21]


 난소화성 당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칼로리(사실상의 제로칼로리) 감미료입니다. 스테비오사이드[각주:22]는 천연 유래 감미료지만 설탕보다 200배나 달아서 계량해서 쓰기 까다롭고[각주:23], 포장 단위가 보통 100g이라서 구입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각주:24]. 이런 감미료에 비하면 난소화성 당은 설탕처럼 쓱쓱 계량해서 집어넣으면 되니 아주 편하지요.


 다만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감미료는 뇌와 몸을 속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로칼로리 음료에 쓰이는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같은 감미료는 (식욕을 자극하여) 음식을 더 먹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체지방이 더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난소화성 당 또한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감미료니, 비슷한 방식으로 몸을 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일로스와 같은 난소화성 당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킬지는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알 수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아스파탐이나 사카린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단맛과 저칼로리(혹은 사실상의 제로칼로리) 사이의 괴리'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자일로스도 유사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자일로스가 위험한 게 확실하니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일로스가 안전한 게 확실하다고 밝혀지기 전까지,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이 물질을 좀 멀리하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7. 올리고당


 감미료로 쓰일 때의 올리고당에 한정한다면, 다음 정도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장점

  1)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난소화성 당이기 때문입니다)

  2) 적당량의 올리고당은 건강에 좋습니다.

  3) 올리고당은 순수한 자일로스보다 구입하기 훨씬 쉽습니다.


 단점

  1) 많이 섭취하면 복부팽만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각주:25]

  2) 뇌와 몸을 속입니다.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거든요.


 적당량의 올리고당은 건강에 좋습니다. 키토올리고당은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기능이 있으며[각주:26], 프락토올리고당은 정장작용, 장기능 개선, 칼슘 흡수의 증진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부팽만감 같은 부작용은 조심해야 합니다. 프락토올리고당을 30g이상 섭취하면 "더부룩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올리고당의 감미도는 0.5정도니 올리고당 30g은 설탕 3작은술(15g) 정도의 단맛을 낼 뿐입니다. 좀 달게 마시고 싶다면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에 부어 넣을 수도 있는 양이죠.


 올리고당은 난소화성 당이고,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당입니다. 자일로스 편에서 언급하였듯, 몸과 뇌를 속일 수도 있죠. 게다가 올리고당을 과다 섭취하면 복부팽만감과 같은 부작용까지 겪게 됩니다. 배에 가스가 찬 것 같지만 그래도 초콜릿이 먹고 싶어!


 올리고당은 조금씩 써야 합니다. 프락토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은 2.5~15g(식약처), 이소말토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은 30g(FDA)입니다. 올리고당이 건강에 도움이 될 여지는 있어도, '건강을 위한 감미료는 없다'는 이 글의 제목을 뒤집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을 순식간에 써버릴 것이고, 나머지는 자당 같은 감미료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섭취한 자당의 양이 많다면, 과다 섭취로 인한 피해를 받게 되겠지요.




 자당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자당이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으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으로 지목받게 된 계기는 윌리엄 더프티의 책 <슈거 블루스(Sugar Blues)>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975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녹색평론 2001년 7-8월호(통권 제 59호)는 '정제된 설탕-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이라는 글에서 이 책을 소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지요.


 - 정제한 설탕은 독으로 분류되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정제된 설탕은 자체의 생명력과 비타민과 무기질들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 탄수화물 대사가 불완전하게 이루어지면 피루브산이나 탄소원자 5개를 포함한 비정상적인 당과 같은 '유독성 대사산물'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루브산은 뇌와 신경계에, 비정상적인 당들은 적혈구에 축적된다.


 - 정제된 설탕은 영양학자들이 '텅빈' 또는 '벌거벗은' 칼로리라고 부르는 것만을 공급하기 때문에 사람이 먹었을 때 치명적이 된다. 정제된 설탕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 들어있는 천연의 무기질들이 결핍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설탕은 소화, 해독, 배설 과정에서 체내의 귀중한 비타민과 무기질들을 고갈시켜 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 슈퍼마켓에서 설탕을 피하고 싶다면 확실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명백한 언어로 눈에 띄게 "설탕 무첨가"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통곡식과 채소와 제철에 난 천연 과일들을 먹는 것이 모든 지각 있는 자연 양생법의 핵심이다.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질을 바꾸는 것은 건강과 생활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피루브산은 ATP 생성에 쓰이는 물질이고, 탄소원자 5개를 포함한 오탄당(펜토스, pentose)은 '비정상적인' 당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탄당에는 RNA성분인 리보스(ribose)도 있고, 요즘 뜨고 있는 자일로스(xylose)도 있거든요. 피루브산과 리보스가 없으면 사람은 죽습니다. 일산화이수소가 사람 죽인다는 식의 소리를 지껄이는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사람들은 "설탕 무첨가" 식품을 찾기 시작했고, 식품회사들은 설탕을 빼고 액상과당을 넣은 제품에 "무설탕"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설탕이 받던 집중포화를 액상과당이 뒤집어쓰게 되었지요.


 건강을 위한 감미료는 없습니다. 이 감미료 대신 저 감미료를 쓰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넌센스입니다. 글이 갑자기 산으로 가는 기분이지만—건강을 위해서라면 충분한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정한 감미료나 당분을 넣고 뺄 게 아니라요.


 아까 제가 심하게 비판했던 <슈거 블루스>를 최대한 '찰떡같이' 해석하여도 위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윌리엄 더프티는 설탕 정제 과정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이 빠져나간다는 점을 지적했죠. 그리고 잠깐 배경지식을 깔고 가자면 통곡식과 과일을 가공하여 흰 곡식(흰 밀가루, 흰 쌀 등)과 과일주스를 만들면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손실됩니다. 그리고 윌리엄 더프티는 '통곡식, 채소, 제철에 난 천연 과일'의 섭취를 중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비타민과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빠져나간 식단은 건강에 나쁘고, 충분한 비타민과 무기질과 식이섬유를 포함한 식단은 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지요.[각주:27]


 우리가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면, 적당량의 감미료는 별 걱정 없이 섭취해도 됩니다. (제 생각에 인공감미료는 여기서 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까 선식에 시럽을 타서 먹었는데, 섬유질을 보충할 겸 토마토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입에 맞지 않으면 또 시럽을 넣으면 될 일이고, 남아도는 열량은 운동으로 태우면 되니까, 별 걱정하지 않으렵니다.




 각주


  1. 위키백과의 Fructolysis 항목을 참조하였습니다. 54%(포도당)+25%(젖산)+18%(글리코젠)+1%(p.t.)=98%인데, 나머지 과당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본문으로]
  2. 처음부터 포도당으로 전환되거나, 우선 글리코젠으로 전환되었다가 포도당의 형태로 분해되거나… [본문으로]
  3. 포도당에는 α형과 β형이 있습니다. 단맛은 α형이 1.5배 정도 강한데, α형은 불안정해서 포도당 수용액을 방치하거나 가열하면 단맛이 적은 β형으로 바뀝니다. [본문으로]
  4. 10÷0.7=14.2857… [본문으로]
  5. 10÷0.5=20 [본문으로]
  6. 감미도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맛을 보고 '이 정도면 아까의 설탕 수용액과 같은 수준의 단맛이다'라고 판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측정오차가 꽤 많은 편입니다. 포도당 α형이 많은 수용액을 맛보았느냐 β형이 많은 수용액을 맛보았느냐에 따라 단맛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요. [본문으로]
  7. 인스턴트 커피 2ts + 프림 2ts + 설탕 2ts [본문으로]
  8. 과당에는 α형과 β형이 있습니다. 단맛은 β형이 3배 정도 강한데, β형은 불안정해서 과당 수용액을 방치하거나 가열하면 단맛이 적은 α형으로 바뀝니다. [본문으로]
  9. 간이나 신장이 망가진 당뇨병 환자가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단서조항입니다. [본문으로]
  10. Natural의 오타가 아닙니다. [본문으로]
  11. 이 과정에서 과당 β형이 α형으로 바뀌어 감미도가 줄어들겠지요. [본문으로]
  12. 액상과당을 넣은 음료는 설탕을 넣은 음료보다 많이 마시기 수월하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13. 과당과 포도당이 주성분이니까요. 자당은 과당과 포도당의 화합물이라, '혼합물'인 액상과당과 다릅니다. [본문으로]
  14. 설탕을 산(酸) 또는 전화 효소로 가수 분해하여 얻은, 포도당과 과당의 등량 혼합물. [본문으로]
  15.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인용된 한국산업규격(현 한국산업표준)에 의한 자료입니다. 국가표준인증종합정보센터의 KS H 2014(액상과당) 항목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본문으로]
  16. 과당 42이상 50%미만, 수분 30%이하, 과당 및 포도당 이외의 당함량 8%이하, … [본문으로]
  17. 과당 50%이상, 수분 25%이하, 과당 및 포도당 이외의 당함량 6%이하, … [본문으로]
  18. 위키백과의 'High fructose corn syrup' 항목에서 참조하고, 다음 자료에서 재확인하였습니다. http://ajcn.nutrition.org/content/88/6/1716S.full [본문으로]
  19. 과당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아가베시럽을 넣어도 결과는 유사할 겁니다. [본문으로]
  20. 500g 한 봉에 2900원. [본문으로]
  21. CJ 백설의 자일로스 설탕은 자일로스 100%가 아닙니다. 설탕 90%, D-자일로오스 9.5%,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0.5%의 혼합물입니다. D-자일로오스가 수크라아제의 활성을 억제하여 자당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다음 몸에 흡수되는 것을 줄여줍니다. [본문으로]
  22. 스테비아 잎이나 줄기에서 추출하여 만듭니다. [본문으로]
  23. 설탕 10g의 단맛을 내려면 스테비오사이드 0.05g을 계량해서 써야 합니다. 수십 배나 수백 배로 희석해 그 수용액을 계량해서 쓰는 게 차라리 편하겠네요. [본문으로]
  24. 스테비오사이드 100g을 사면 설탕 20kg짜리 한 포대를 들여놓은 꼴입니다. 몇 년에 걸쳐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25. 키토올리고당, 프락토올리고당, 이소말토올리고당 등은 장내 비피더스균에 의해 발효됩니다(fermented).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생기기 때문에 복부팽만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키토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을 1.2~4.5g, 프락토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을 2.5~15g으로 잡았습니다. FDA는 이소말토올리고당의 일일 섭취량을 30g으로 잡았으며, 이는 일반적인 올리고당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본문으로]
  26. 키토올리고당은 체내에서 담즙산과 결합되어 배설되는데, 배설된 담즙산을 보충·합성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7. 현대인이라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섭취가 부족하지 않을 테니, 비타민과 무기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식단의 균형이 잡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타민만 많고 단백질은 없는 극단적인 식단은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으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러한 극단적인 예를 배제하였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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