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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평화!" (A cup of coffee! A cup of peace!)


 저는 피스 아메리카노를 꽤 오래 전부터 지켜봤습니다. 쉽게 접하기 힘든 산지인 동티모르 원두를 사용해 만든 공정무역 스틱커피라는 점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구입하지 못했죠. 할인쿠폰이 생기면 찾는 오픈마켓 미니숍에서 피스 아메리카노를 취급하기는 하는데, 장바구니에 무료배송 원두와 피스 아메리카노를 넣으면 피스 아메리카노 쪽에 배송비가 붙어버려서 매번 안 사게 되더군요. 피스커피나 짐마카페 홈페이지에서는 어쩌다 보니 주문을 안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저번 코엑스 카페쇼 부스 배치도에서 카페티모르 부스를 찾아냈을 때, 당장 여기부터 쳐들어가야겠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시음행사가 진행중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다행히 피스 아메리카노는 매진되지 않은 상태였고, 저는 지갑에서 3천 원을 꺼내 곧바로 물건을 샀습니다. 그렇게 이 커피는 저의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성분 표기에는 "아라비카 인스턴트 커피 95%(멕시코 원두 100%), 아라비카 볶은커피 5%(동티모르 원두 100%)"라고 되어 있습니다. 1봉당 중량은 1.6g이고 제조원은 SITNC(경기도 일산 동구 견달산로 246-12), 판매원은 (주)카페티모르[각주:1]입니다. 멕시코 원두는 공정무역, 동티모르 원두는 야생채집이라고 합니다[각주:2].


 포장 문구는 200mL의 물을 부어 완전히 용해한 후 마시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mL 정도의 물을 부어 마시면 탄내나 탄맛이 없는 부드럽고 맛 좋은, 이퀄 맛이 나는 무난한 커피가 됩니다. 피스 아메리카노와 이퀄에 들어가는 원두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입니다[각주:3]. 그러니까 피스 아메리카노에서 이퀄 맛이 난다는 설명은 좀 이상하게 들리지요. 그런데 '이퀄 맛이 난다'는 것 이상의 특징을 잡아내기 힘들었고, 그래서 작년 10월 3일에 구입한 스틱커피의 리뷰를 지금껏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마지막 스틱을 뜯었고, 평소보다 적은 120mL 정도의 물만 부어 보았습니다. 프리미엄 스틱커피 특유의 고소한 향, 아주 조금은 와인 느낌이 나는 감칠맛, 스틱커피로서는 제법인 바디감, 강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결이 괜찮은 산미… 좋은 특성들이 많이 감지되더군요. 피스 아메리카노에는 자극적인 특성[각주:4]이 거의 없기 때문에 농도를 높여도 별로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농도를 높이면 '좋은 특성'들이 잘 드러나서 그 맛과 향을 즐기기에 좋고요. 이는 프리미엄 스틱커피뿐 아니라 원두커피에도 적용될 만한 내용입니다. 원두 30g을 갈아 넣어 에스프레소 1샷 정도의 양만 받아낸 핸드드립 커피인 '학림 로열 브랜드'는 진득한 바디와 와인의 느낌이 아주 인상적인 커피입니다. 만약 이 '학림 로열 브랜드'를 (자극성이 적은) '학림 블렌드'가 아닌 강배전 케냐나 강배전 만델링 같은 원두를 갈아 만들었다면… 아마 케냐나 만델링의 쌉쌀하고 강렬한 맛이 다른 특성을 모조리 눌러버렸을 겁니다.




 카페티모르 피스 아메리카노는 기본적으로 마일드한 프리미엄 스틱커피입니다. 마일드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아주 약간의 떫은 맛이 있는 이퀄과는 달리 피스 아메리카노에는 자극적인 특성이 거의 없어 농도를 높여도 별로 부담스럽가 않습니다. 부드럽게도 진하게도 마실 수 있는 유연함은 피스 아메리카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구입하고 싶은 커피입니다.




 각주


  1. 카페티모르, PEACE는 한국 YMCA의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입니다. [본문으로]
  2. 피스커피에서 동티모르 카브라키마운틴 공정무역 원두를 파는 것으로 보아, 피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간 동티모르 원두도 공정무역 원두일 겁니다. [본문으로]
  3. 이퀄의 성분은 "유기농 아라비카 인스턴트커피 90%[콜롬비아 75%, 파푸아뉴기니(독일제조) 25%], 유기농 아라비카 볶은커피 10%(페루 50%, 우간다 50%)"입니다. [본문으로]
  4. 탄맛, 탄내, 떫은 맛, 날카로운 맛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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