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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카페 리뷰

나무들을위한숲 가능점

느린악장 2016. 2. 8. 08:15

 031-823-8444


 나무들을위한숲 가능점은 의정부 가능역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로가커피(Roga Coffee)가 있던 자리에 새로 들어섰는데, 개업 이벤트가 매우 인상적이어서(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2,500원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그 자리에서 내려 방문하였다가 커피 맛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곳입니다.



 '나무들을위한숲'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카페입니다. "나무들을 위한 숲은 커피를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본점(?)은 의정부시청 가까운 곳에 따로 있고, 제가 리뷰한 이곳은 가능점입니다.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좋습니다. 쓴맛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입니다. 물 없이 마셔도 부담이 없으며, 뒷맛이 깔끔합니다. 인도네시아 원두에서 유래하였을 듯한 짭짤함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부드러운 에스프레소의) 포인트가 되어 줍니다. 크레마는 도톰하고, 탐스럽고, 힘이 좋습니다. 2,500원짜리 에스프레소가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또한 매우 감사할 일입니다. 아마 이 카페가 집 근처에 있었다면 저는 원두로 커피 내리는 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로요.


 사실 이곳은 카페를 차리기에는 그리 좋지 않은 자리입니다. 보행자가 적어 지나가는 손님이 적고, 주택가와 멀어 동네 손님을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고, 근처에 있는 식당들 대부분이 곱창집과 술집이라 식후에 커피 한 잔 마시러 오는 손님을 많이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작정하고' 커피를 마시러 찾아온 사람들이거나, 3~6명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이 정도 모임을 하기에는 딱입니다).


 카페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싸고 맛 좋으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카페를 찾아다니며 보고 느낀 바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대로변의 스타벅스와 이디야는 미어터지는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의 카페는 한가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 카페의 커피 맛은 훌륭합니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커피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이 맛에 카페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아이러니하죠.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맛집 같은 카페가 별로 없었다면, 저는 카페 탐방을 진즉에 그만두었을 겁니다.


 나무들을위한숲 가능점은 조금 덜 알려진 카페입니다. 그래서 한가하고 아늑합니다. 직원이 저를 알아보고 반겨 주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잠깐 쉬고 싶은 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리뷰를 쓰면 한 주의 포스팅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마음보다 이 곳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강하게 드는, 그래서 글감이 충분해도 공들여 사진을 찍고 리뷰를 준비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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