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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파는 진수미가 불국사점, 6부촌육개장과 곤달비비빔밥을 파는 별채반 불국사점, 그리고 커피와 음료를 파는 루머팡이 한 지붕 아래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날은 대릉원 쪽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불국사 쪽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점심 때 먹은 한정식이 어찌나 푸짐했는지 박물관과 동궁을 돌아보도록 배가 꺼지지 않아 일단 불국사로 이동해서 거기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숙박단지 쪽에 알아본 식당만 네 군데였으니 어디서든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불국사 앞에 도착해 보니 제가 보아둔 식당 네 곳은 전부 문을 닫았고,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지나다니는 차도 없는 겁니다. 아직 오후 6시도 안 된 12월의 초저녁이었습니다. 비수기라고는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빛이라고는 드문드문 켜진 간판과 띄엄띄엄 세워진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고 소리라고는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이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찾은 오아시스가 바로 오늘 리뷰할 루머팡입니다.



 첫날 저녁에는 경주빵 다섯 개와 찰보리빵 다섯 개, 그리고 핫초코와 고구마 라테를 주문했습니다. 진수미가의 경주빵과 찰보리빵은 맛이 좋았습니다. 경주빵은 껍데기가 황남빵보다 조금 도톰했지만 안에 팥소가 가득 차 있었고, 찰보리빵은 짜거나 달지 않고 담백했습니다(포장에는 국내산 팥과 국산 보리를 쓴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핫초코 위에는 스팀을 친 우유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고구마 라테에는 고구마 파우더가 듬뿍 들어가 있었고, 역시 스팀을 친 우유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농도는 정말 진했습니다.


 저녁요기를 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잠시 후 자동차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가게의 사장님의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시는 게 보였습니다. 핫초코와 고구마 라테에 들어 있던 후한 파우더는 '오늘의 마지막 손님은 너로 정했다!'는 의미의 퇴근기념 서비스(…)였던 모양입니다.


 루머팡에서 빵과 음료를 먹는 동안, 저는 다음 날 이 곳을 재방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스팀이 장난이 아니었고, 종이컵 싸개에 적힌 문구를 보니 강배전하지 않은 원두를 사용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근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루머팡에서 에스프레소와 카페 라테를 주문했습니다. 예상대로 카페 라테는 훌륭했고, 에스프레소는 부드러웠습니다.





 불국사 앞에 위치한 카페 루머팡의 장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불국사 앞의 적당한 디저트 카페.

  :에스프레소는 2,500원, 라테류와 기타 음료는 3,000원~4,000원 선입니다.

   바로 옆 진수미가에서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5개 단위로 구입해 카페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2) 빵과 음료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기에 좋음.

  :비수기에는 이 근처에 6시까지 문을 여는 (간이)식당이 별로 없습니다.


 3) 화장실 문제 해결 가능(…)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이고, 관리가 비교적 잘 된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근처 식당에도 화장실은 있습니다만, 지은 지 좀 된 건물들이라서요) 다만 화장실이 식당인 별채반 쪽에 붙어 있고 규모가 크지 않아서, 식당 피크타임이나 단체관광객이 풀린 시간대에는 이용이 곤란할 수 있습니다.


 불국사는 단체관광의 명소입니다. 사람이 관광버스에 실려 와서 관광버스에 실려 가는 곳이죠. 이들이 식당에서 단체로 밥을 먹는 일은 있어도 카페에서 단체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없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혼자서, 친구와, 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일 텐데… 이러한 관광객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국사 앞에 대형 식당은 흔해도 카페는 귀한 걸 보면 말이죠.


 루머팡은 그러한 불국사 앞에 자리잡은 카페입니다. 진수미가의 경주빵과 찰보리빵이 주업이고 루머팡의 커피는 부업인 것 같기도 하지만(…) 카페가 귀한 불국사 앞에서 카페 구실을 하며 버텨내고 있다는 점에서,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사이드 메뉴로 즐길 수 있는 카페라는 점에서 가장 '경주다운' 카페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약 외국인 친구와 함께 불국사를 방문할 일이 생기면 이 곳에서 찰보리빵과 카페 라테를 권할 겁니다. 혹시 찰보리빵의 생김새 때문에 머뭇거린다면, 이렇게 말해 줄 생각입니다.


 "These are barley pancakes with red bean filling. Don't worry ; no kimchi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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