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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 프로세스와 펄프드 내추럴의 차이는 점액질(mucilage)을 제거하고 건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커피 체리를 펄핑(pulping)하면 점액질에 둘러싸인 파치먼트(parchment)가 나옵니다. 이 상태로 건조하면 펄프드 내추럴이 되고, 기계를 사용하여 점액질을 일부 제거하고 건조하면 허니 프로세스가 됩니다.


 점액질을 90%정도 제거하고 건조하면 파치먼트 색이 하얗게 보여서 화이트 허니(white honey), 점액질을 70~80% 제거하고 건조하면 파치먼트가 노란색이 되므로 옐로 허니(yellow honey), 점액질을 40~50% 제거하고 건조하면 (어두운 붉은 빛을 띠므로) 레드 허니(red honey), 점액질을 10~20%만 제거하고 건조하면 (검은 빛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 되므로) 블랙 허니(black honey)로 부른다고 합니다.[각주:1] 레드 허니가 점액질을 10~25% 제거하고, 블랙 허니가 점액질을 거의 제거하지 않는다고(0%) 설명하는 웹 문서도 있습니다. <설명1> <설명2>


 최대한 단순하게 논하면, 펄프드 내추럴은 '점액질을 0% 제거하고 건조하는, 허니 프로세스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펄프드 내추럴은 블랙 허니와 사실상 같은 가공법으로 볼 여지도 있죠. 그런데 펄프드 내추럴은 반건식(semi-dry)으로 분류되고 허니 프로세스는 반습식(semi-washed)으로 분류됩니다. 왜일까요? 접근 방식의 차이 때문일 겁니다. 펄프드 내추럴은 건식에서 출발해 '커피 체리 대신 펄핑한 파치먼트를 말려보자'는 발상을 한 것이고, 허니 프로세스는 습식에서 출발해 '발효(fermentation) 대신 기계를 사용해 점액질을 제거해 보자'는 발상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전자가 반건식으로 후자가 반습식으로 분류되는 이유를 비교적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죠.



 이를 도식으로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도식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분리, 세척 같은 몇몇 디테일은 생략하였습니다) 위 아래로 맞붙은 가공법끼리는 공통되는 부분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식(내추럴), 펄프드 내추럴(세미 드라이), 허니 프로세스(세미 워시드), 습식(워시드) 각각의 가공법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좋은 설명이 충분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가공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펄프드 내추럴이나 허니 프로세스나 펄핑한 파치먼트를 말리는 거잖아. 둘의 차이가 뭐야?"와 같은 의문이 생긴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각주


  1. 루소 트레이닝랩[정경림·박효영] (2015) <당신이 커피에 대하여 알고 싶은 모든 것들> 위즈덤스타일. p.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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