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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트리와 연유를 번갈아 쌓아올린 밀푀유를 먹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찾은 곳입니다. 큰 결심이 필요한 이유는 밀푀유와 카페 라테를 주문하면 한 끼 밥값(2016년 6월 기준 11,400원)이 나와 버리는 카페이기 때문입니다. 한 조각의 케이크와 한 조각의 커피를 위해 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년 12월 중순쯤 카페 뎀셀브즈에서 페이스트리와 연유를 번갈아 쌓아올린 밀푀유를 처음 맛보았을 때, 저는 천사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었죠. 가끔씩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만든 밀푀유를 파는 곳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밀푀유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시트(보통은 연유와 치즈)를 쌓아올린 치즈케이크 비슷한 밀푀유(≒밀 크레이프)—물론 이것도 밀푀유의 일종이지만, 제가 찾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가 가끔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 2층에 있는 포숑 카페에서 페이스트리와 연유를 번갈아 쌓아올린 밀푀유를 발견했을 때, 저는 성배를 발견한 기사만큼이나 환호했습니다. 이젠 카페 뎀셀브즈에 가지 않아도 돼! 오늘의 커피를 먹지 않아도 돼!


 큰 결심을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일단 밀푀유가 맛있었거든요. 적당히 바삭했고, 적당히 달콤했습니다. 다만 페이스트리가 너무 딱딱해, 카페에서 주는 플라스틱 칼로는 밀푀유를 우아하게 잘라내는 것이 불가능했고(톱질하듯 잘라내려 해도 형태가 다 뭉개졌습니다), 포크로 찍어내는 식으로 잘라먹으려 해도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가지 않아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딱딱한 페이스트리를 깔끔하게 잘라낸 포숑의 기술력이 놀라웠고—이왕 기술력 좋은 김에 매장마다 레이저 커터 같은 걸 들여놓고 밀푀유 주문이 들어왔을 때 깔끔하게 잘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몇 조각 내어 드릴까요?' '세 조각이요. 지금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카페 라테는,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우유를 뚫고 올라오는 커피의 맛이 제법 강력해서, 에스프레소로 주문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우유로 덮어도 이 정도인데, 에스프레소 상태 그대로 마셨다면 정말 썼을 겁니다). 제 입에 맞는 커피는 아니었고, 품질도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는 커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조각케이크 먹으러 오는 곳이고, 조각케이크를 맨입으로 먹기 좀 그러니까 커피 한 잔을 주문하게 되는 곳인 셈인데, 스탬프 정책은 '음료 1잔당 스탬프 1개'여서 조각케이크에는 스탬프가 나오지 않습니다. 케이크에도 스탬프가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포숑 카페는 스탬프 12개를 모으면 13번째 음료가 무료입니다. 스탬프 쿠폰의 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입니다)



 좋은 카페는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소리는 울리고(벽은 통유리창이고, 천장은 낮고, 흡음재는 거의 시공되지 않았고… 소리가 울리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테이블과 의자는 롯데리아보다 간신히 나은 수준이고, 테이블 배치는 빡빡하고, 천장에 붙은 스피커는 구내방송이나 할 만한 물건인데 그걸로 음악을 틀고 있었습니다.


 조각케이크를 비롯한 베이커리의 품질은 일반적인 커피 체인점의 그것과는 확실히 차별될 만큼 높습니다. 커피 체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제품이 많았고, 비주얼도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아쉬웠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베이커리와 음료를 즐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조각케이크나 에클레어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카페입니다. 한 번쯤은요. 리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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