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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인도 군게기리 (India Gungeriri) 100g

 구입일 : 2016. 7. 23.

 구입처 : 시드누아


 저의 여든여섯 번째 커피는 인도 군게기리였습니다.



 빛깔이 밝고, 채프가 밝은 노란색입니다. 오일이 거의 배어나오지 않았습니다. 로스팅 포인트는 미디엄~하이 정도로 추정됩니다.


 판매자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쓰여 있었습니다.


 지역 : Western Ghats, Chikmagalur

 농장 : Gungegiri Estate

 고도 : 914~1280m

 가공 : Washed

 품종 : Kent, S795

 노트 : Roasted Nut, Walnet, Cereal, Grape, Brown Sugar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다크초콜릿(촉감/맛/향), 요거트·오렌지(산미), 감초의 달달함(맛), 감칠맛(맛), 깨·현미·귀리·콩가루 같은 고소함(향), 볶은 곡물(향), 갓 구운 빵(향), 삼나무(향), 정향·후추 비슷한 얼큰함(향)


 핸드 소트 결과는 비교적 양호했습니다. 벌레 먹은 콩, 기형/미성숙 콩이 약간 있었으나 심각한 결점두(퀘이커로 간주하는 옅은 황토색 콩, black bean 등)는 없었습니다.


 달달고소하고 부드러운 커피


 인도 커피는 캐릭터도 명확하고('몬순 커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후처리입니다) 향미도 예상 가능하며(몬순 커피에는 묵직한 바디, 적은 산미, 향신료의 특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원두를 지금에야 구입하게 된 걸 보면, 좀 특이한 생산국의 캐릭터 정도로는 소비자를 구매 단계까지 끌고 갈 수 없나 봅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몬순 커피가 아닙니다. 로스팅 포인트도 강배전이 아닌 약배전(미디엄~하이 정도로 추정됩니다)입니다. 시드누아의 인도 군게기리는, 고구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 견과류를 채워넣은 에티오피아 시다모에 가깝습니다. 달달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산미가 중간보다 조금 약한 커피입니다. 몬순 커피에 기대할 만한 향미 특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다양하고 풍성한 향미, 그러나 깔끔하지 못한 뒷맛


 커피를 끓일 때 올라오는 깨처럼 고소한 향기, 한 모금 홀짝이면 감지되는 다크초콜릿의 향미와 촉감, 오렌지 같기도 하고 요거트 같기도 한 산미, 감초를 닮은 달달함, 약간의 감칠맛, 곡물과 견과류의 고소함, 삼나무, 흙, 정향·후추를 닮은 구수함… 대체로 무난한 노트들이 한데 어우러져 제법 다양하고 풍성한 향미를 만듭니다.


 쓴맛의 양감은 적지만, 커피가 뜨거울 때 뒷맛이 씁니다. 대체로 깔끔한 편이지만, 커피가 중간 온도로 식었을 때 뒷맛이 조금 쓰고 떫습니다. 뒷맛(aftertaste)에 존재하는 약점이 좀 아쉽습니다. 이 문제가 없었다면 별이 하나쯤 더 붙었을 겁니다.


 추출법과 핫/아이스를 가리지 않는 무난함


 어떤 추출법을 사용해도 달달구수한 커피가 나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였을 때 산미가 좀 더 강조되고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였을 때 곡물과 견과류의 특성이 좀 더 강조되기는 하지만, 달달구수함이라는 기조 자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해 차갑게 식히면, 로부스타를 닮은 구수함과 쌉쌀함이 있는 아이스 커피가 됩니다. 산미는 오렌지에 가까워지고 바디는 묵직해지고 맛이 좀 더 깔끔해집니다. 아이스 드립이나 콜드 브루 커피 같은 추출법과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참고 사항


 시드누아에 방문해서 인도 군게기리를 원두 상태로 구입하고, 콜롬비아 우일라 셀렉션과 에티오피아 코케 워시드를 드립 커피로 주문해 마셨습니다. M. I. 커피에서 판매중인 생두의 목록에는 앞서 말한 셋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드누아는 여기서 구입한 생두를 로스팅해서 판매하는 것이겠지요.


 제가 맛본 군게기리는 견과류와 곡물의 노트가 지배적인 달달고소한 커피였습니다. 생두 판매자인 M. I. 커피에는 군게기리 #SC-104와 #SC-112, 두 로트가 입고되어 있습니다. 커핑노트를 확인해 보니 #104에 견과류, 곡물, 흑설탕 같은 달달고소한 노트가 적혀 있네요. #112의 노트는 이와 많이 다르고요. 저는 시드누아의 군게기리가 #104 로트를 볶은 것이라 판단했고, 상단의 '판매자 페이지에 쓰인 정보'는 #104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104와 #112는 커핑노트만 다릅니다. 재배고도, 가공법, 품종 등의 나머지 사항은 같습니다)


 시드누아에서 드립 커피로 마셨던 콜롬비아 우일라 셀렉션은 제가 맛본 콜롬비아 중에서 가장 클린함이 부족한 커피였습니다. 떫고, 텁텁하고, 단맛이나 산미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로스팅이나 추출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으니 생두의 품질을 의심해 봐야겠지요. 티마나(Timana)의 아스프로티마나(Asprotimana) 협동조합이 생산한 우일라 셀렉션 2015년 크롭을 주문할 생각이라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스 드립으로 마셨던 에티오피아 코케 워시드는 고구마의 달달구수함이 살아 있고 산미도 괜찮았습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고구마 향미와, 아이스 커피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픈 원두입니다.





"달달고소하고 부드러운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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