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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원두 리뷰

케냐 AA Top (Kenya AA Top)

느린악장 2013. 10. 30. 18:02

 원두 : 케냐 AA Top (Kenya AA Top) 200g

 구입일 : 2013. 10. 3.

 구입처 : 끄레모소 (2013 카페&베이커리 페어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여덟 번째 원두는 케냐 AA Top이었습니다.



 카페&베이커리 페어에서 멕시코 치아파스 SHG를 구입하고 부스를 돌고 있었는데, 끄레모소 부스에서 케냐 AA Top을 200g에 5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팔고 있었고, 반반커피 프로젝트의 윤곽을 이미 잡아 놓았던 저는 치아파스를 부드러운 베이스로 삼아 케냐를 톱으로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며칠 전부터 재고관리(?)를 하여 집에 남은 원두를 싹싹 비우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오긴 했지만, 400g이라는 원두를 집에 싸짊어지고 들어가는 건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평소대로 원두를 소비한다면 다 마시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릴 게 뻔했으니까요. 하지만 케냐 AA Top 200g이 5000원… 로스터리에서 에티오피아와 함께 가장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게 마련인[각주:1] 케냐가… 케냐가…


 잠시 육체를 빠져나갔던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제 손에 케냐 AA Top이 들려 있었습니다. 저의 애처로운 눈빛에 이끌린(…) 단짝이 저를 긍휼히 여겨 사준 것입니다. (만세!) 그렇게 저희 집에는 커피잔치가 벌어졌고, 한동안 신들린 속도로 커피를 소비해서 결과적으로 400g을 한 달 정도만에 다 마셔버립니다.


 케냐는, 원두에 대한 로스터의 해석이 상당히 갈리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유의 산미를 살리는 쪽으로 가느냐, 산미를 누르고 쓴맛을 돋우어 둘의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하이에서 시티 정도의 로스팅을 할 것이냐, 풀시티에서 프렌치까지의 로스팅을 할 것이냐가 갈립니다.[각주:2]


 제가 구입한 끄레모소의 케냐 AA Top은 풀시티 후반의 강배전이었습니다. 산미가 조금 억제되고 쓴맛과 바디감이 두드러지리라는 예상이 가능했지요. 그리고 실제로 맛본 케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과 향을 보여줬습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터키시 커피로 마실 때는 꽤 쌉쌀하네—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케냐를 터키시 커피로 마실 때의 느낌은 헙@ㅁ@!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쌉쌀함과 바디감을 산미가 받쳐올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셔요.


 하지만 여기에 뜨거운 물을 20~30ml쯤 부어서 자극성을 조금만 누그러뜨려 주면, 풍성한 바디감과 적절한 산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멕시코 치아파스와 반반 섞어서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면 적절한 산미와 적절한 바디감, 그리고 복합적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고요.


 존재감과 특성이 매우 명확해서, '힘이 있는 느낌'이 필요할 때 쓸모가 있는 원두입니다. 반반커피 프로젝트에서 온화한 베이스 위에 올리는 톱으로 쓰기에도 좋고, 터키시 커피에 우유나 베지밀을 타 마실 때에도 좋고, 다시백을 활용한 티백 커피를 만들 때에도 좋습니다. 얄미운 시누이에게 터키시 커피를 대접할 때에도 좋지요. "어머, 아가씨 미안해요. 하우스 블렌드를 쓴다는 게 그만…"


 원두를 갈면 짠내와 비린내가 섞인 독한 냄새가 납니다. 멸치액젓 같은 fragrance죠. 하지만 별 문제는 없습니다. 물에 닿은 이후의 aroma, 추출된 커피, 혹은 추출이 완료된 커피 원두 가루에서는 이 독한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요.[각주:3] 여러분의 강배전 케냐에서 수상한 fragrance가 풍겨도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 이 특성 때문에 강배전 케냐는 그라인더로 갈아서 주머니에 담아 방향제로 쓰기엔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시티 정도의 로스팅을 한 케냐를 구입해서 강배전 케냐와 비교해 어떻게 맛이 다른지 알아보고, 또 이런저런 재미있는 시도를 해 보고 싶습니다. 반반커피의 톱으로, 또 베지밀을 타 마실 때의 터키시 커피 용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각주


  1. 스페셜티 커피, COE 커피, 그 외 고가의 커피(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샤…)를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2. 향 역시 로스팅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문장에서는 맛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본문으로]
  3. 제 추측이지만, 와인향을 비롯한 향과 냄새들이 강하게 응축되어 이런 인상의 fragrance를 풍긴 것 같습니다. 실제 결함 때문에 짠내나 비린내가 났다면 추출된 커피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났어야겠지만, 그러지는 않았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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