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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에티오피아 짐마 G2 내추럴 (Ethiopia Jimma G2 Natural) 100g

 입수일 : 2014. 9. 27.

 입수처 : 통인동 커피공방


 저의 마흔두 번째 원두는 에티오피아 짐마 G2 내추럴이었습니다. 통인동 커피공방에 들렀을 때 이 물건을 보고 놀랐고('에티오피아 내추럴이 G2라니! G3도 찾아보기 힘든데!') 그 기색을 놓치지 않은(…) 단짝이 사준 것입니다.



 커피 산지로서의 짐마는 'Djimmah'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Jimma'로 표기하겠습니다. 한글 표기를 '지마'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짐마'로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의 해당 항목에 있는 '더보기 - 짐마와 Jimma'를 참조하세요.


 에티오피아의 생두 등급은 생두의 단위 무게당 결점두의 개수를 바탕으로 매겨집니다. 습식 가공한 에티오피아 원두는 보통 G2, 건식 가공한 에티오피아 원두는 보통 G4고 이보다 등급이 높은 물건은 꽤 상등품으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생두도 G1을 받을 수 있지만, 아무나 G1을 받을 수는 없는 역설이 가능한 게 에티오피아의 생두 등급입니다. 2톤 분량의 건식 G4를 건식 G1으로 만들기 위해서는[각주:1] 대략 236,666개쯤 될 결점두 중에서 20,000개만 남기고 216,666개를 집어내야 합니다. 2톤 분량의 생두 알 수는 적어도 1300만 알 이상. 할리스 콜롬비아 수프리모 기준으로 계산한 값이니, 알이 자잘한 에티오피아 원두는 2천만 알도 3천만 알도 될 수 있습니다. 2천만 알의 생두를 뒤적이며 23만 개쯤 될(전체의 1.15%) 결점두를 집어내면서 2만 개(전체의 0.1%) 이상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게 얼마나 가혹한 노동 조건인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쌀 한 말에 쌀알이 몇 개나 되나 세는 게 차라리 쉽게 보일 지경이니까요.


 이 정도 계산을 하고 나면 G4~G5에서 시작해 G2까지 왔을[각주:2] 농가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볶은 원두 100g에 몇 알도 안 나올 결점두는 소비자가 알아서 골라내야지요. (실제로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만 나왔습니다)




 예전에 에티오피아 하라를 리뷰하며, 하라가 예멘 모카 마타리보다 조금 느낌이 거칠고 맛이 강렬하다고 평한 기억이 납니다. 이번 짐마는 어떠할지 궁금했습니다. 기대보다 궁금함이 더 컸지요.[각주:3] 아로마밸브에서 풍기는 냄새가 이 원두가 와인의 느낌을 갖고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각주:4]


 첫 모금에서는 다크초콜릿 같은 감촉과 향, 그리고 건식 가공한 원두 특유의 콤콤함이 느껴졌습니다(인도네시아 커피에서도 이런 콤콤한 냄새가 날 때가 있습니다). 조금씩 커피가 식으면서 기다리던 와인의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쓴맛이 적고, 맛이나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독특한 구수함[각주:5]이 있어 부드럽고 고급스러웠습니다. 굳이 예멘 모카 마타리를 찾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만큼요. 잔 밑바닥쯤 가면 올라오는 산미는 특이하게도 포도 같았습니다. 조금은 달고 조금은 와인 같은 맛, 그리고 조금은 진득한 촉감과 함께 감지되어 포도 느낌이 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면 파보일드 커피보다 와인의 느낌이 강해지고, 산미는 줄어들고, 콤콤한 특성이 좀 더 부각됩니다. 바디는 조금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왠지 '에스닉하다'는 말을 붙여 주고 싶어지네요.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다크초콜릿 같은 느낌과 콤콤한 특성이 좀 더 부각됩니다. 와인의 느낌이나 산미는 다소 약해지지만, 조금은 부담스럽고 조금은 역해서 쉽게 넘어가지 않던 목넘김이 부드러워지고 맥주 리뷰가 아닙니다 전반적인 인상도 온화해져서, 짐마 특유의 '에스닉한' 특성이 잘 살아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미가 강한 엘살바도르 COE 2013 #4 Peña Redonda와 반반커피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와인의 느낌이 있는 건식 원두와 산미가 강한 습식 원두의 조합… 예멘 모카 마타리와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를 반씩 섞은 안알랴줌 블렌드와 유사한 접근이었지요. '별다른 생각 없이 마실 때는 그냥 마일드 커피인데, 맛과 향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마시면 진득한 바디감 안에 숨어 있던 것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조합'이라는 안알랴줌 블렌드의 본질에 딱 맞는 조합이었습니다. 아주 조금 와인의 느낌이 나고, 아주 조금 히비스커스의 느낌이 나고, 아주 조금 풀 같고 고소하면서, 그다지 쓰지도 않고, 그렇다고 맹탕 같지도 않은 적절한 입 안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간에 커피잔치가 벌어져서 마흔한 번째 원두부터 마흔네 번째 원두까지는 역순으로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마흔두 번째인 짐마와 마흔한 번째인 엘살바도르 COE는 리뷰를 쓸 만큼 충분히 마셔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중간에 여행을 다녀오게 되어 커핑(에 가까운 커피 추출 및 감상)이 끊기고 리뷰도 그만큼 늦어졌네요. 이렇게나마 커핑을 보강하여 글을 끝맺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엘살바도르 COE 리뷰도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에티오피아 짐마 G2 내추럴은 건식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그 느낌이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아주 인상적인 원두입니다. 커피 애호가의 찬장에 둘 만한 물건입니다. 와인의 느낌이 나는 블렌딩 재료가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원두이기도 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싶거나 왠지 특별한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에 필요한 원두이기도 합니다.




 각주


  1. 참고로 1ha짜리 영세농가의 한 해 소출은 약 2톤. G4는 300g당 결점두 26~45개, G1는 300g당 결점두 3개 이하입니다. [본문으로]
  2. G2는 300g당 결점두 4~12개입니다. [본문으로]
  3. G4에서 G1으로 가기 위해 얼마나 수고가 드는지를 계산하기 전이었으니, 귀한 제품에 대한 경의 내지 기대감보다는, 희귀한 건식 G2를 구했다는 뿌듯함과 과연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함이 더 컸습니다. [본문으로]
  4. 짠내와 비린내가 섞인, 멸치액젓 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하였듯, 물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냄새를 풍기는 원두로 커피를 추출하면 와인 같은 느낌이 날 때가 많습니다. [본문으로]
  5. 견과류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구수함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커피와 조금 비슷했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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