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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에티오피아 구마르 (Ethiopia Gummer) 200g

 입수일 : 2014. 11. 12.

 입수처 : 위드오


 저의 마흔여섯 번째 원두는 에티오피아 구마르였습니다.



 에티오피아 게마드로, 에티오피아 베베카와 함께 제공받은 위드오(withO)의 유기농 원두입니다.


 구마르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잘 만든 아메리카노'가 될 겁니다. 만델링이나 파푸아뉴기니에 어울릴 만한 말이 에티오피아 원두에 붙는 건 흔치 않은 일이죠. 하지만 구마르는 만델링이나 파푸아뉴기니와 구별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콤콤하지 않고, 산미가 좀 있고, 바디가 조금 가볍고 실크 같거든요. 풀 같은 쌉쌀함이 있고, 조금 쏘는 향이 있으며(smoky, ashy), 생담배 같은 aroma를 지녔다는 점에서 다른 에티오피아 커피와 구별되기도 합니다.


 쌉쌀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만델링보다는 좀 깔끔했으면 좋겠고 케냐보다는 좀 부드러웠으면 좋겠다—이런 분께 에티오피아 구마르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뒷맛이 달고 깔끔하며, 산미는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산뜻하거든요. 구마르는 Aftertase, Balance, Sweetness에 강점을 보이는 원두입니다. 위드오 3종(게마드로, 구마르, 베베카)중 Aftertaste가 가장 좋은 원두이기도 하고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왠지 평소와는 문체가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히 보신 겁니다(ㅋㅋㅋㅋ). 평소에는 터키시 커피나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해 마신 감상을 쓰는 게 주였는데, 이번에는 커핑폼(cupping form)을 사용해 원두를 좀 더 분석적으로 평가했거든요.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글의 내용은 대부분 제가 위드오에 보낸 보고서에서 나온 겁니다. 날로 먹는 거 아니냐고요? 그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블로그에 손을 대지 못 해서 미리 써둔 글들로 월/목 마감을 지켜 왔는데 지금 그 미리 써둔 글들이 바닥난 상태입니다. 보고서에서 포스팅을 뽑아내지 않으면 블로그에 거미줄을 치게 생겼는데, 일단 마감은 해야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번에 리뷰한 구마르는 건식 가공한 것입니다. 와인의 느낌이 없고 콤콤하지 않아서 저는 당연히 습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에게 보낸 위드오 3종이 모두 건식이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구마르를 개봉하고 핸드 소트를 할 때 골라낸 결점두들은 대부분 부서진 콩과 기형/미성숙 콩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원두와는 크기나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고, 따라서 생두 단계에서도 비교적 쉽게 골라낼 수 있는 결점두죠. 커피 펄퍼(coffee pulper)및 선별기의 세팅을 바로잡거나 좀 더 성능이 좋은 기계를 들여놓는다면 G1도 노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식으로서는 예외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생두의 상태가 좋습니다. 추출한 커피의 맛 또한 건식으로서는 예외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요.


 위드오 3종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원두입니다. 이르가체페, 시다모, 하라, 짐마에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3종끼리도 특성을 거의 공유하지 않습니다. 구마르는 베베카와 함께 '균형 잡힌 깔끔한 맛'으로 요약할 수 있는 원두입니다만, 구마르는 쌉쌀함에, 베베카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에 맛의 무게중심이 놓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구마르는, 아무래도 쌉쌀한 커피가 생각나는 여름에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반반커피 프로젝트의 1번 베이스가 필요할 때도 생각이 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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