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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G1 (Ethiopia Yirgachefe G1) 200g

 입수일 : 2015. 5. 12.

 입수처 : 커피플랜트


 저의 쉰여섯 번째 커피는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G1이었습니다.



 단짝으로부터 원두 3종을 선물받았습니다. 엘살바도르 SHG 라 디비나 프로비덴시아, 케냐 AA 탐바야, 그리고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G1이었죠. 원두가 한 근! 냉동실의 원두를 싹 비운 뒤여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엘살바도르와 케냐는 최근에 리뷰를 진행했던 관계로, 블로그에는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G1 리뷰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척 오랜만의 이르가체페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뷰한 이르가체페가 2014년 4월에 선물받은 커피밤의 이르가체페 아리차고, '표준적인' 이르가체페는 2013년 12월에 선물받은 클럽 에스프레소의 이르가체페가 마지막입니다. 한 번쯤 복습을 할 때도 되었지요.


 포장을 열고 곧바로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결점두로 분류할 수 있는 콩[각주:1]은 적었지만, 결점두로 분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콩은 제법 있었습니다. 빛깔이 좀 옅은데 퀘이커로 간주해야 하나 그냥 좀 밝은 빛깔의 정상두로 보아야 하나 고민되는 콩, 넓게 벌어진 센터컷 부분에 채프가 남아 있지 않은데 이걸 조가비 모양의 콩(shell)으로 간주해야 하나 채프가 달아난 정상두로 보아야 하나 고민되는 콩, 실버스킨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콩[각주:2]… G1이라는 이름값에 제가 많은 것을 기대했던 걸까요? 좀 아쉬웠습니다.


 알이 자잘한 생김새, 볶은 깨를 닮은 고소함, 감귤을 닮은 향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핸드 소트가 좀 번거롭기는 했지만, 이 원두로 추출한 커피의 맛과 향은 괜찮겠다 싶었지요.




 이번 이르가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오렌지를 닮은 향기입니다. 원두 가루를 뜨거운 물에 불릴 때, 커피를 끓일 때, 커피를 마실 때 이 향기가 납니다. 게샤의 감귤 같은 flavor가 연상되지만, 게샤보다는 조금 약하고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한 이르가체페는 표준적이고 평이하지만 품질이 높은 마일드 커피였습니다. 오렌지를 닮은 향기와 다크초콜릿 같은 입 안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고, 뒷맛이 달고 맛과 향이 조금 고소했습니다. 쓴맛이 적고 떫은 맛이 없어 농도를 높여도 좋을 듯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와인 같은 조금 진득한 향이 방 안에 남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한 이르가체페는, 왠지 블루마운틴이 생각나는 마일드 커피였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특성이 완전히 겹치지는 않지만, 이미지가 꽤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 모금의 오렌지 향기는 터키시 커피로 추출했을 때보다 약했지만 액체가 깔끔하고 고소한 특성이 꽤 잘 드러났습니다. 적당한 온도로 진입하기 전 와인의 느낌이 조금 스쳤고,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부드러운 산미가 올라왔습니다. 좋게 말하면 블루마운틴을 닮은 마일드 커피지만, 나쁘게 말하면 포인트가 부족한 커피입니다. 다크초콜릿 같은 입 안의 감촉은 여기에서도 드러나고, 아주 약간의 콤콤함은 에스닉한 느낌을 줍니다. 적당히 식었을 때 후루룩 마시면 오렌지 같은 맛과 향이 잘 느껴지고, 감칠맛이라 부를 만한 특성도 조금 감지됩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한 이르가체페는 첫 모금의 오렌지 향기와 부드러움이 인상적이었고, 부드러운 산미와 달달함이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고소함과 감칠맛과 같은 특성이 잘 드러났고, 에스닉한 느낌은 셋 중 제일 강했습니다.




 이르가체페는 역시 보편타당한 원두입니다. 이번 이르가체페는 중배전을 주로 하는 중저가 로스터리인 커피플랜트의 장점이 잘 드러난 원두이기도 했고요.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품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갈수록 마음에 드네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2주 동안 포스팅을 쉬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오늘부터 포스팅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주1회의 페이스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주


  1. 기형/미성숙 콩, 깨진 콩, 벌레 먹은 콩 등. [본문으로]
  2. 실버스킨이 콩에 완전히 달라붙었고, 콩 전체를 뒤덮은 상태라면 저는 그것을 결점두로 간주합니다. (mucilage 제거나 세척이 제대로 안 된 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두를 옮겨담는 정도의 조작만으로 실버스킨이 벗겨진다면 저는 그것을 정상두로 간주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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