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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코스타리카 COE 2015 4위 Finca Diamante (Costa Rica COE 2015 #4 Finca Diamante) 200g

 구입일 : 2016. 2. 22.

 구입처 : 커피 리브레


 저의 일흔네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COE 2015 4위 Finca Diamante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89.56점입니다.



 무산소 발효(anaerobic fermentation)라는 가공법이 인상적이어서 주문해 본 원두입니다. 무산소 발효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 몽타주의 코스타리카 디아만테가 품절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 리브레의 디아만테 COE 경매분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풀 바디, 코코아·핫초코·다크초콜릿(촉감/향), 열대과일 주스 같은 걸쭉함과 산미(촉감/맛), 감귤·패션후르츠 같은 산미(맛), 홈메이드 조청·식혜 같은 시큼함(맛), 감초 같은 달달함(맛), 제호탕(맛/향), 토마토·바질·생(生)파프리카(맛/향), 생강 같은 알싸함(향), 흑설탕(향), 정향(향), 와인의 느낌


 Finca Diamante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핀카 디아만테'가 됩니다.


 습식 가공법의 발효(fermentation)—즉, 점액질(mucilage)이 소화 효소[각주:1]에 의해 가수분해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산소 공급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산소' 발효 방식은 뭔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신공법(새로운 발효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술을 빚는 과정에서 산소가 유입되면 술이 시어버리듯이[각주:2] 커피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유입되면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산패 등)가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는 있고,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가정 또한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무산소 발효 방식은 이러한 가정, 내지는 불확실한 기대에 터잡은 도전입니다.


 그러한 도전 덕분인지는 몰라도, 핀카 디아만테의 향미는 매우 독특합니다. 커피에서 한약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는 (커핑에서의 웻 아로마[각주:3]가 아닌 이상) 보통은 칭찬이 아닙니다. 커피답지 않은 냄새를 풍기거나, 그 냄새가 쓰고 독하고 역해서 한약 같다고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핀카 디아만테의 향은 한약 내지 한방차를 닮았지만 그 때문에 불쾌하지는 않습니다. 제호탕 같기도 하고 쌍화탕 같기도 한데, 아마도 생강 같은 알싸함[각주:4]과 감초 같은 달달함[각주:5],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왠지 한약 같은 냄새'가 합쳐져서 제호탕과 쌍화탕이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이 한약을 닮은 특성은 와인의 느낌과 함께 움직입니다.


 따뜻하고 진하게 내린 핀카 디아만테는 독특하고 난해하며, 분석적으로 감상할 필요가 있는 커피입니다. 강한 산미와 단맛의 어우러짐은 홈메이드 조청이나 식혜 특유의 시큼함으로 다가올 수 있고, 진득한 바디와 강한 산미의 조합은 걸쭉한 열대과일 주스처럼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향미의 결은 그다지 상큼하지 않고, 감촉은 끈끈하고 들치근한데다, 토마토·바질·야채주스 비슷한 노트까지 섞여 있습니다.


 대신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술술 잘 넘어갑니다. 위에 적어놓은 특징들이 낮은 온도에서는 훨씬 덜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제법 청량감이 있어서, 여름에 아이스 드립이나 아이스 커피로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재고가 남아 있다면 말이죠)


 핀카 디아만테는 색다른 커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연히 갈리겠지만,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호평하면서 '감성 보컬'이라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은 이유와 비슷합니다. 그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거친 끝에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너무나 쉽고 값싼 표현입니다. 저는 차라리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경향성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에 상관분석이나 회귀분석을 할 때 종종 제외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도 하는, 엄연히 거기에 존재하는 값 말입니다. 핀카 디아만테는 의도적인 노력의 결과로 아웃라이어가 된 원두입니다. 그들의 도전과 수고에 경의를 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


"기념비적인 아웃라이어(outlier)."




 각주


  1. 펙틴아제와 펙타아제. 커피 체리에 들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번역] 커피 가공법은 맛과 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를 참고해 주세요. [본문으로]
  2. 초산균(acetobacter)의 작용으로 알코올+산소→초산+물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3. wet aroma. 뜨거운 물을 주입한 원두 가루에서는 보통 감초(licorice) 냄새가 납니다. [본문으로]
  4. 제호탕에는 초과(草果)가 들어가는데, 초과는 생강과이고 그 맛이 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5. 쌍화탕에는 감초가 들어갑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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