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두 : 엘살바도르 COE 2015 18위 El Conrrodal (El Salvador COE 2015 #18 El Conrrodal) 200g

 구입일 : 2015. 12. 19.

 구입처 : 카페 뎀셀브즈


 저의 일흔한 번째 커피는 엘살바도르 COE 2015 18위 El Conrrodal이었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86.47점입니다.



 COE 원두를 구입할 생각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한 끝에, 200g 정도만 구입하기에는 이게 딱이겠다 싶어 카페 뎀셀브즈에 방문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베보자기에 거른 열대과일 주스(촉감/맛), 진득한 단맛(촉감/맛) 쌀엿·호박엿 같은 달콤함(맛), 오렌지·감귤·사과·산수유 같은 산미(맛), 토마토 같은 상큼함(맛), 흑설탕(향), 후추·정향(향), 바질(향), 연어마요·토마토파스타 같은 향신료(향)


 카페 뎀셀브즈는 '커피는 시원찮고 케이크는 정말 맛있는데 조각케이크&오늘의 커피 세트를 주문하면 도장을 안 찍어주는 카페' 정도로 요약됩니다. (도장을 아홉 개 모으면 커피 한 잔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두를 구입하러 방문한 이 날도 조각케이크&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밀푀유(≒밀 크레이프)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천사의 선물 같았어요. 오늘의 커피요? 카레 먹는데 ㄸ…(읍읍!)


 카페 뎀셀브즈 커피 맛의 문제는 원두의 품질보다는 커피의 농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기에(지나치게 묽습니다. 싱글샷만 넣은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 수준으로 묽어요), 이곳에서 판매하는 COE 원두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한 것입니다. 86.47점 받은 뉴크롭 COE가 200g에 15,400원이면 가격 조건도 아주 좋은 편이었고요.



 COE답게 결점두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중대한 결점두인 black bean이 하나 있고, 조가비 모양의 콩(shell)과 쭈그러진 콩[각주:1]이 몇 개, 그 외의 결점두가 약간 나오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원두 봉투를 열었을 때 흑설탕 같은 달콤한 냄새와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엘살바도르 엘 콘로달은 깔끔한 습식의 미덕 위에 진득한 단맛과 다양한 향신료의 노트를 고명으로 얹은 마일드 커피입니다. 습식과 건식의 미덕을 두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와 유사하지만 모모라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단맛이 모모라보다 덜하고 향신료의 노트가 강하여, 결과적으로 습식과 건식의 미덕이 따로 노는—하나로 어우러지지 않고 서로를 겉도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커피에 바라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다만 강하지 않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단맛, 자극적이지 않은 산미, 뜨거울 때에도 쓴맛이 매우 적고 탄내나 탄맛이 나지 않는 깔끔함, 과일의 달달새콤함과 채소의 상큼함과 향신료의 구수함을 아우르는 다양한 노트는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나 프렌치프레스로 즐기면 단맛, 산미, 향신료의 순으로 올라오는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프, 향미 노트의 목록, 별점을 원두 리뷰에 넣으면서 본문은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러한 표현들이 저의 많은 말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엘 콘로달은 2014년의 엘 인헤르토만큼 탁월한 COE는 아니었으나, 습식과 건식의 미덕을 두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무난한 COE들—2013 시치우 크루제이루, 2013 엘 실렌시오, 2013 페냐 레돈다—보다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족도는 별 4.8개 정도. 유감스럽게도 별 다섯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최근에 리뷰한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가 별 다섯과 별 여섯을 받은 뒤라 별 넷이 상대적으로 시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소수점 이하를 무조건 버리는 저의 별점 정책 상, 저의 취향을 좀 빗겨나간[각주:2] 커피가 별 넷을 받았다면 그건 상당한 고득점입니다. 취향을 빗겨나갔는데 맛과 향도 좀 애매하면 별 셋을 면하기 어렵거든요(애매한 스페셜티였던 과테말라 엘 카르멘탄자니아 음빙가가 별 셋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COE 커피는 커피 산지를 순례하는 리뷰어가 한없이 관대해지는 것을 적당히 막아줍니다. 2014년의 부에나비스타가 생각나네요. 그 원두를 리뷰하면서 이 말을 했었지요. 부에나비스타가 저에게 균형(balance)이 어떤 것인지 한 수 가르쳐주었다면, 엘 콘로달은 저에게 '어울림'이 어떤 것인지 한 수 가르쳐준 커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잘 안 어울리면 곤란하다"는 반면교사여서 좀 그렇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하하(…)




★★★★


"깔끔하고 달달구수한 마일드 커피."




 각주


  1.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커피콩이 두 쪽이 날 때, 조가비 모양의 콩과 쭈그러진 콩(기형/미성숙 콩처럼 보이는)으로 쪼개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탄자니아 음빙가를 리뷰할 때 발견한 현상인데, 그 이후로 조가비 모양의 콩과 거기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 같은 기형/미성숙 콩이 나오면 일단 골라내지만, 생두 때에는 정상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넘기는 편입니다. [본문으로]
  2. 만약 엘 콘로달의 바디감이 좀 더 강하고 복합적인 맛의 양상이 좀 더 다양했다면 습식과 건식의 미덕이 결합되어 잘 어우러진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지금처럼 겉도는 느낌이 아니라요). 차라리 건식의 미덕이 좀 약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한 습식의 미덕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을 테고요(그랬다면 2014년의 부에나비스타만큼이나 훌륭했을 겁니다). 노트는 다양한데, 그 다양한 노트를 한 데 묶어주는 무언가가 없어서 저에게는 좀 아쉬운 커피였습니다.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