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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코스타리카 COE 2015 2위 Finca Beneficio (Costa Rica COE 2015 #2 Finca Beneficio) 200g

 구입일 : 2016. 1. 27.

 구입처 : 커피점빵


 저의 일흔세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COE 2015 2위 Finca Beneficio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90.92점입니다.



 Finca Beneficio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핀카 베네피시오'가 됩니다.


 브라질 봉 파스토르 이후, 2015년의 고득점 COE 커피를 한 번 더 맛보고 싶어서 고른 원두입니다. 품종이 게샤여서 일단 흥미가 동했고, 코스타리카의 허니 프로세스는 믿고 마실 수 있으니까, 미끄러지듯 장바구니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레몬·히비스커스 같은 산미(맛), 흑설탕 같은 달달함(맛), 오렌지(맛/향), 포도(맛/향), 리치·망고·패션프루트(향), 견과류·깨(향), 다크초콜릿(향), 초콜릿·코코아·카카오(향), 삼나무(향), 스모키한 향신료(향), 생담배(향), 와인 비슷한 느낌


 핀카 베네피시오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를 닮았습니다. 술술 읽히고 아주 명료하지만, 몇 번을 거듭해 읽으며 뜻을 음미하면 상당한 깊이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말이죠. 딱 제 스타일입니다. (이에 비하면, 저번에 리뷰한 브라질 봉 파스토르는 페이지마다 역주譯註가 잔뜩 붙은 독일 고전인 셈입니다. 논문 쓸 때는 필요하지만 즐기며 읽기에는 좀 뻑뻑한… 그런 느낌입니다)


 고득점 COE 커피에 기대할 만한 좋은 산미와 깔끔함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좋은 산미와 깔끔함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습식으로 가공된 에티오피아 G1과 중미의 SHB/SHG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예사로운 특성입니다만 핀카 베네피시오의 산미와 깔끔함은 탁월함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핀카 베네피시오의 중요한 특성은 레몬을 닮은 강한 산미, 산미의 날카로운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리는 달달함과 감칠맛, 와인의 특성은 없지만 왠지 조금은 와인 같기도 한 산미-달달함-감칠맛의 연합, 견과류와 볶은 곡물을 닮은 고소함, 게샤 특유의 감귤계 flavor(산미가 아닌, 향과 맛 차원에서 감귤을 닮은 것. 이번에는 오렌지였습니다), 다크초콜릿 같은 향과 약간의 쌉쌀함이 무게를 잡아주는 데에서 오는 균형감입니다. 이들 특성이 서로를 받쳐 주며 탄탄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열대과일의 상큼함과 의욕적으로 찾으면 희미하게 감지되는 향신료의 노트, 히비스커스 같기도 한 산미의 이면과 포도 같은 향미는 앞서 말한 중요한 구조 위에 장식처럼 얹힌 부수적인 요소들입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끝이 예리하고 결이 매끈한 산미를 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터키시 커피나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산미가 조금 줄어들고 달달함과 감칠맛이 좀 늘어나고, 바디감과 복합적인 맛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균형 잡힌 커피가 됩니다.


 뜨거운 물로 추출하여 따뜻할 때 마시면 산미가 좋고 깔끔한, 가벼운 바디의 경쾌한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터키시, 파보일드, 티포트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은 달라지지만요). 반면 처음부터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거나, 파보일드 커피로 1L쯤 생산해서 식힌 다음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제법 묵직한—다크초콜릿의 느낌이 강조되고, 바디는 중간 정도로 강해지며, 고소함과 달달함이 강조되고 산미는 절제된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핀카 베네피시오는 따뜻하게 내려서도 마셔 보고 시원하게 해서도 마셔 볼 필요가 있는 커피입니다. 둘의 차이가 매우 크거든요(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추출법끼리의 차이나, 시원한 커피를 얻는 방법끼리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습니다).


 좋은 산미와 깔끔함으로 어디까지 승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원두를 종종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


"간결함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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