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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케냐 키아마니아 (Kenya Kiamania) 100g

 입수일 : 2016. 4. 17.

 출처 : 워터킹 커피로스터스 (구 커피볶는칼디)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일흔여덟 번째 커피는 케냐 키아마니아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함께 간 단짝이 사 주었습니다.



<참고 : 아슐리안 주먹도끼>


 비교적 가벼운 바디, 오렌지·감귤(산미/맛/향), 포도(산미), 히비스커스·패션후르츠(산미), 살구(산미/향), 조청·호박엿의 달콤새콤함(맛), 볶은 보리의 고소함(맛/향), 홍시의 달달함(맛/향), 풀 같은 쌉쌀함(맛), 다크초콜릿(향), 알싸한 허브(향), 후추(향)


 커피엑스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참가업체 리스트를 보니 특가 COE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고, 또 COE는 올해 초에 고득점 턱걸이 중간 득점 가리지 않고 원없이 마셨으니 이번에는 (단짝이 사)주는 대로 받아오자는 생각으로 현장에 갔습니다. 쌉쌀하고 바디감 좋은 커피를 한동안 맛보지 못했으니 케냐,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같은 나라의 중강배전 원두 중 괜찮은 물건이 나온다면 그걸 골라볼 생각이었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주는 대로 받아올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워터킹 커피로스터스는 원래 계획에 없던(?) 로스터리였습니다(커피플랜트, 알마씨엘로, 한국커피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시음 결과가 마음에 들었고, 100g짜리 소포장으로 원두를 판매중이었으며, 100g 한 봉지에 8천 원인데 두 봉지를 사면 1만 원이라는(서로 다른 종류의 원두 두 봉지를 골라도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무난히 낚여서(ㅋㅋㅋㅋㅋ)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본 끝에 이 곳에서 케냐 키아마니아와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를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조가비 모양의 콩(shell)과 쭈그러진 콩이 조금 있었지만(탄자니아 음빙가를 리뷰하면서 언급하였듯이, 한 알의 콩이 shell과 쭈그러진 콩으로 쪼개지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습니다), 핸드 소트 결과는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QC가 잘 된 생두를 잘 볶았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작년 4월 커피엑스포에서 집어든 케냐 탐바야 이후, 거의 1년 만에 맛보는 케냐입니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믿을 만한 생산지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안 갔는데, 한번에 4가지 원두를 집어드니 케냐도 한 자리 끼어들게 되었네요. 이래서 대선거구제가 좋은가 봅니다.


 중배전을 한 케냐 커피가 에티오피아 커피와 비슷한 특성을 지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케냐 탐바야는 바디감이 좋고 와인 같은 묵직함이 있어 조금은 '케냐다운' 면을 지녔었지요. 바디가 가볍고 와인의 느낌이 거의 없는 키아마니아는 "이거 이번에 산 이르가체페야"라는 말과 함께 선물받는다면 그대로 속아넘어가겠다 싶을 만큼 에티오피아 커피를 닮았습니다.


 케냐 키아마니아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오렌지를 닮은 향미입니다. 케냐 원두로 커피를 추출하면 대체로 와인의 느낌(winey)이 나고 그런 특성을 지닌 원두를 분쇄할 때에는 멸치액젓 같은 비릿한 냄새가 나게 마련인데, 케냐 키아마니아는 분쇄할 때부터 멸치액젓 냄새 대신 오렌지 향기를 풍기는 비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상대로 와인의 느낌은 흔적도 없더군요. ㄲㄲㄲㄲ 추출이 완료된 커피에서도 감귤계의 향미가 상당히 강해서, 향(aroma)이 아닌 향미(flavor) 차원에서 감귤의 인상을 주는 게샤 품종의 커피가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다만 게샤와는 결이 조금 다른, 에티오피아나 케냐에 기대할 만한 오렌지였습니다)


 다양한 양상의 산미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감귤계 향미에서 연상된 감귤과 오렌지의 이미지, 가볍고 톡 쏘는 특성에서 연상된 패션후르츠의 이미지, 조금 떫은 맛에서 연상된 포도, 풀 같은 쌉쌀함과 알싸한 허브 계열의 노트에서 연상된 히비스커스, 달콤새콤하고 향긋한 과일의 이미지에서 연상된 살구… 저는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산미를 지닌 커피를 정말 좋아합니다.


 고소함과 달콤함 역시 중요한 특성입니다. 케냐 키아마니아의 고소함은 볶은 보리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노트에 적힌 조청은 곡물의 고소함과 달콤새콤함이 어우러져 연상된 결과일 겁니다. 달콤함의 결은 조금 달착지근한 쪽인데, 호박엿과 홍시는 이 달착지근함에서 연상된 것 같습니다. 열대과일을 닮은 단맛과 초콜릿이 들어간 브라우니 같은 고소하고 달달한 뒷맛도 있습니다.


 다크초콜릿 같은 향기(하지만 바디감이나 쌉쌀함은 다크초콜릿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알싸한 허브의 향, 후추 같은 따끈한 향신료의 느낌 등은 이 커피가 너무 달달하고 가벼운 경향으로 치우치지 않게 막아줍니다. 대세를 바꾸고 형세를 바로잡을 정도는 아니고 그저 변죽을 울린 정도이긴 합니다만, 마일드 커피의 디테일을 채워주었다는 점에서 변죽을 아주 훌륭하게 울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산미가 강해지는 정도의 변화는 있지만,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와는 달리 추출법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은 편입니다. 추출한 커피를 차게 식히거나 처음부터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바디감이 묵직해지고 제법 쌉쌀해지니, 이런 스타일의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아이스(iced) 커피로 즐기실 것을 권합니다. (다만 특유의 산미는 어디 가지 않아서,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거나,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여 차게 식혀도 감귤계의 산뜻한 산미는 제법 강하게 느껴집니다)


 케냐 키아마니아는 오렌지의 향미가 인상적인, 산미가 좋고 달콤하고 고소한 마일드 커피입니다. 생두 기준으로 10여 백(bag, 이 제품의 경우 1백=70kg)만이 입고된 한정판이니, 이런 스타일의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은 서두르시기 바랍니다(ㅋㅋㅋ). 제가 리뷰한 제품을 판매한 워터킹 커피로스터스는 전화로 원두 주문을 받고 있으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로스터리에서도 같은 이름의 원두를 팔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오렌지의 향미가 인상적인,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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