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 구움치즈의 성공(?) 이후 카페의 사이드메뉴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이번에는 드롭탑에서 스위트포테이토 프레첼을 주문해 보았습니다. 고구마와 피자치즈를 올린 빵을 오븐에서 구워냈는데 맛없을 리가 없지요. (말만 들어서는 왠지 고구마피자를 주문한 것 같은데…) 조각케이크와는 달리 빵류는 그때그때 구워내야 하니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버터가 식빵에 녹아들듯 사람을 녹이는(ㅋㅋㅋ) 소파를 차지하고 10분쯤 기다리니 진동벨이 울렸습니다. 흡족할 만큼 큼직하지는 않아도 '날도둑놈의 빵쪼가리'는 면한 크기의, 제법 맛좋아 보이는 프레첼이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재료에 강력분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식감이 쫄깃쫄깃했습니다. (다행히 빵칼로 못 썰 만큼 질기지는 않았습니다. 포크로 누르고 썰면 비교적 매끈하..
원두를 구입해 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열 달이 지났습니다. 판매자의 웹사이트를 열심히 돌아다닌 시간도, 프로모션의 기회를 잡고 쿠폰을 쓰기도 하며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원두를 사려는 머리싸움을 한 경험도 그만큼 쌓였습니다. 그리하여 판매자를 훌륭하게 벗겨먹는 쇼핑의 기술을 다루는 글을 한 편 쓸 정도가 되었습니다.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고, 오늘의 떡밥입니다. "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지리적(地理的)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 이로움도 사람의 화합(化合)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전쟁을 할 때 아군에 유리한 좋은 때를 잡았어도 적이 우리보다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으면 승리하기 어렵고, 아군이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어도 적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있다..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한 이후 원두를 가늘게 분쇄하는 일이 아주 간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글을 썼습니다. 였죠. 에스프레소 굵기로 간 원두는 한 번에 8g보다 많이 넣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제가 갖고 있는 용기로 우려낼 때는 8g이 한계였습니다. 몇 시간만 내버려 두어도 가라앉은 원두가 찰흙처럼 진득하게 뭉쳤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원두를 넣어서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에 24g의 원두를 넣는 대신, 24g의 원두를 세 번에 나누어 넣는(12g 넣어서 한 번 우리고, 윗물만 따라내어 다시 8g 넣고 우리고, 다시 윗물만 따라..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표현하기에 따라서는 커피 가루 혹은 커피 찌꺼기)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을 쓴 적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통 위에 큰 체를 받치고 그 위에 커피 원두를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가을까지는 이 방법이 아주 유용했지만, 습한 겨울 날씨에 베란다에 널어 놓은 원두가 잘 마르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콜드 브루 커피를 연속으로 대량 추출할 일이 생겼는데, 체 위에 펼치는 방법으로는 이 많은 원두를 감당할 수 없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신문지였습니다. 이렇게 널어 말리면 아주 잘 마릅니다. 빨래 건조대 위에 신문지를 펼쳐 놓고 양쪽을 빨래집게로 집어 고정합니다. 그 위에 원두 가루를 펼쳐 놓는 것이죠. 원두에 남아 있는 물기를 신문지가 빨아들이고, 신문지..
'내 말이 맞는 이유'를 내세워 주장하기는 쉽습니다. 신인을 띄워주기 위해서든, 신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서든, 자소서를 읽을 담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틀린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를 뒤적이고 논증을 분석하여 근거가 잘못되었거나, 근거와 주장의 관계가 부적합하거나, 논증의 구조가 잘못되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 와 같은 글은 자료조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어간 글입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모든 글을 이런 식으로 쓰자면 3일에 한 번 포스팅하기도 힘에 부칠 겁니다. 그래서 남들이 쓴 글이나 주장에서 오류를 발견해도 왠만하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대부분..
원두 :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G3 (Ethiopia Sidama Natural G3) 200g - 추정치 입수일 : 2014. 2. 7. 출처 : 클럽 에스프레소 저의 스물세 번째 커피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이었습니다. (알파벳 표기를 Sidamo가 아닌 Sidama로 한 이유는,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에 나옵니다) 갈색이라기보다는 누런 빛에 가깝습니다. 하이에서 시티 사이로만 볶아도 원두의 모공(?)처럼 쏙 들어간 부분에는 짙은 색의 구워진 흔적이 남는데 이번 시다모는 그런 흔적이 별로 남지 않았네요. 상대적으로 덜 볶였다 싶은 원두들은 구워진 흔적 없이 동일한 톤입니다. 꿀피부의 소유자? ㅋㅋㅋㅋㅋ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친구가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44번째 커피중독자 시리즈 500g을 사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가끔씩 요리사가 "찬장에 ◯◯◯ 하나쯤은 다 있으시죠?" 하면서 신기한 재료를 꺼낼 때가 있습니다. 육두구라든가, 바질이라든가, 그레나딘 시럽이라든가… 그럴 때면 마음 속으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를 외치고 싶어지지요. 커피 생활이 길어지면서, 저희 집 찬장에는 두 종류의 원두를 담을 용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백화수복 원컵에 뚜껑을 자작한 밀폐용기를 썼습니다. 이 때가 작년 10월 5일이었죠. 하지만 밀폐성능이 시원찮아 향이 달아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찬장에서 잠들어 있던 진공 밀폐용기를 꺼내서 쓰게 됩니다. 쿠바 크리스털마운틴을 구입한 날부터니까 10월 29일입니다. 진공으로 보관하는 이득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오를 무렵 친구로부터 선물..
반반커피 프로젝트 그 첫번째 글을 올리고 넉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지요. 마음에 들었던 조합도 있었고, 그저 그런 조합도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한 번쯤 중간결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셔본 반반커피 중에 인상적이었던, 또는 반응이 좋았던 조합 몇 가지를 모아 보았습니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두 가지는 강렬한 맛이 나는 조합입니다. 1. 에티오피아 하라 + 인도네시아 만델링 일명 커피계의 막사. 쌉쌀함이 강하고 그 결이 거칠어 뭔가 제각기 날뛰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기름기 많은 식사를 하고 나서 한 잔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고 느끼함이 싹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삼겹살이나 자장면을 먹고 난 뒤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식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금까지 사 모았던 주방용품과 도구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가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너무 글이 늘어지는 것 같아 조금 짧게 쳐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커피 생활을 하려면 무슨 물건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물건 몇 개를 꼽아보며 포스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1. 전동 그라인더 (관련 글 : ) 대부분의 전동 그라인더는 포렉스나 하리오에서 나온 세라믹 날 핸드밀보다 핸드밀보다 균일한 굵기로, 훨씬 빠르게 원두를 분쇄해줍니다. 하지만 청소하기가 까다롭지요. 포렉스나 하리오 제품은 분해해서 물청소하기도 쉬운데 전동 그라인더는 날 부분의 물청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구조가 복잡해 분해해서 청소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간편한 커피 생..
원두 : 르완다 마헴베 (Rwanda Mahembe) 500g 구입일 : 2014. 2. 7. 구입처 : 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 저의 스물두 번째 커피는 르완다 마헴베였습니다. 하이에서 시티 사이의 로스팅이라고 합니다. 봉투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쓰여 있었습니다. 농장 Mahembe 지역 Mahembe, Nyamasheke 고도 1800m 품종 Bourbon 가공 Washed 수확 2013. 5. 테이스팅 노트 : 자스민, 오렌지, 향긋한 꿀의 여운, 크리미한 질감 2월 초, 만델링을 다 마시면 케냐를 사 볼 생각으로 닥터만커피와 로스팅하우스를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남은 커피가 브라질과 과테말라이다 보니, 브라질과 섞을 바디감 강한 커피로 산미 없는 만델링보다는 산미가 강한 케냐가 낫겠다는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