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2013년 현재, 우리는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배송료를 낸다면 대략 2500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배송료 2500원 중 택배기사의 몫이 900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대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택배기사가 월 270만원을 벌려면 약 3000건의 배달을 성공해야 합니다. 한 달에 3000건의 배달을 하려면, 한 달에 22일을 일한다 가정했을 때 하루에 약 136건의 배달을 성공해야 합니다. 하루에 12시간을 배달에 쓴다고 가정했을 때 1시간에 약 11건의 배달을 성공해야 합니다. 물건 하나를 배달하는 데 평균 5분 17초 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라는 주거방식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이 단가로 먹고 살 수 있는 택배기사는 없었을 겁니다...
언젠가 책 다섯 권에 나오는 커피 산지를 몽땅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책 다섯 권의 목록은 다음과 같지요. (순서는 제1저자의 머릿글자 가나다순입니다) 여동완, 현금호 (2004) 가각본. 장수한 (2012) 백년후. 전광수 외 (2008) 형설. 하보숙, 조미라 지음 (2010) 열린세상. 호리구치 토시히데 지음, 윤선해 옮김 (2012) 달. 과테말라,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케냐,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탄자니아는 5권의 책에 모두 나오더군요. 이른바 세계 삼대 커피의 산지인 자메이카, 하와이, 예멘도 개근했습니다. 엘살바도르와 파나마는 5권 중 4권에, 도미니카공화국, 르완다, 파푸아뉴기니는 5권 중 3권에 나왔습니다. (2권 이하의 산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이 정리에 의하면 주목할 만한..
반반커피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한 편 쓰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음식을 만들면서 깨달은 평범한 진리는 "좋은 재료를 쓰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선한 고기와 좋은 간장을 쓰면 쇠고기+간장+마늘+백세주+표고버섯·다시마 육수 정도의 간단한 레시피로도 맛있고 깔끔한 불고기를 만들 수 있지요.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도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생두를 쓰면 좋은 원두(볶은 원두)를 만들기 쉽고, 좋은 원두(볶은 원두)를 쓰면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쉽지요. 블루마운틴 커피의 맛과 향을 재현하기에 가장 좋은 원두는 블루마운틴입니다. 이것저것 섞어 봐야 블루마운틴 비슷한 물건이 나올 수는 있어도 블루마운틴과 정확히 같은 물건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
예전에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마실 때, 실수로 탄자니아 AA를 조금 섞은 적이 있습니다. 신맛이 살짝 비치는 쌉쌀한 커피가 되어 무척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처음으로 블렌딩의 가치와 이점을 진지하게 인정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스트레이트로 마셔보자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블렌딩이 된 커피를 사서 마시는 것은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됩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끝에, 저는 '반반커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두 종류의 커피를 사서 각각 스트레이트로도 마셔 보고, 블렌딩해서도 마셔 보기로 말입니다. 반반씩 섞는 블렌딩이라면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주도적인 원두(편의상 '톱'으로 칭하겠습니다)와, 이 원두의 맛과 향을 뒷받침하는 원두(편의상 '베..
카페&베이커리 페어를 다녀왔습니다. 2012년 페어 후기를 검색하다 보니 이런 저런 볼멘소리가 들려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목표 중 하나가 갓 볶은(혹은, 적어도 최근에 볶은) 공정무역 커피를 구입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전 글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가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접근법이라면 마이크로 로트, 스페셜티 커피, 컵 오브 엑설런스는 시장논리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스페셜티 커피와 컵 오브 엑설런스에 대한 글을 많이 썼지요. 산지별로 달라지는 커피의 맛과 향이 저의 관심을 많이 끌었고, 그 '산지별로 달라지는 커피의 맛과 향'의 정점에 스페셜티..
Aromas Flavor Wheel에서 커피의 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Enzymatic Sugar Browning Dry Distilation 이런저런 설명이 있지만, Enzymatic은 대체로 물기가 남아 있는 싱싱한 식물(살아 있을 때와 식재료로 팔리는 도중을 포함하여)에서 나는 싱그러운 향과 냄새, Sugar Browning은 대체로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 Dry Distilation은 물기가 남아 있는 싱싱한 식물과는 거리가 있는 물질의 냄새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Enzymatic Flowery는 꽃과 방향성 식물의 향을 포함합니다. 커피 꽃(coffee blossom), 월계화(tea rose)가 floral로 묶이고, 카르다몸(cardamom), 고수(coriander see..
커피의 맛과 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들 합니다. 맛과 향은 사람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을 명확히 정해두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기 쉽지요. "이 커피가 무슨 '새콤'이야, '시큼'이지!" "'새콤' 맞거든요?"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말싸움도 벌어질 테고 말입니다. 커피를 평가할 때 맛과 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이 표현의 기준이 되는 것, '공용어'가 되는 것이 Coffee Taster's Flavor Wheel(이하 Flavor Wheel, FW)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SCAA의 executive director였던 Ted Lingle이 만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Lingle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이라는 '네 가지..
카페뮤제오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나의 마음을 커피에게 준다면, 커피의 맛이 달라질까?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맛있어지고, '미워해'라고 말해주면 맛없어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류의 실험이었습니다. 에모토 마사루가 쓴 같은 제목의 책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정재승의 에서 : "'사랑과 감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책의 메시지는 좋다. 그러나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근거가 조작된 것이고 해석 또한 엉터리라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자는 각 국의 신과학 지지 모임에만 참석하지 말고 연구 결과를 저명한 과학저널에 제출해 심사 받기를 권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은 근래에 나온 최악의 '과학' 도서가 될 것이다." -..
"세계 3대 커피와 그 뒷이야기"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일본에서 통하는 '세계 삼대 커피'의 목록과 한국에서 통하는 '세계 3대 커피'의 목록은 조금 다릅니다. 일본의 세계 삼대 커피에는 예멘 모카 마타리 대신 탄자니아 킬리만자로가 들어갑니다.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 "킬리만자로의 눈"이 1953년 일본에서 개봉되면서부터 킬리만자로가 커피 브랜드로 인식되었고,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 커피를 좋아한다고 알려지자 킬리만자로 커피의 인기가 일본에서 올라간 탓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헤밍웨이는 존경받는 예술가지 사랑받는 예술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헤밍웨이의 커피'라고 선전하면 뭔가 있어보이긴 하는데 그것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좀 낮지요. 그래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예술가 고흐를 ..
잠깐 '마이크로 로트(micro lot)' 커피를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Bean Fruit Coffee라는 회사에서는 마이크로 로트 커피를 설명하는 을 썼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당신이 복숭아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부분의 땅에서 괜찮은 복숭아가 열립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는 아주 훌륭한 복숭아가 열려요. 이 지점의 나무 몇 그루에 열리는 복숭아는, 당신 농장의 다른 지역에 열리는 어떤 복숭아보다도 토실토실하고 달콤합니다. 보통은 훌륭한 복숭아와 괜찮은 복숭아가 섞여서 함께 팔립니다. 마이크로 로트는 훌륭한 복숭아만 따로 모아서 (비싸게) 파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커피 농장에 적용해 보면 농장의 특정 지점에서 열리는 훌륭한 커피를 따로 모아서 파는 것이라 볼 수..